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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는 왜 원전 '냉각수' 방류를 막았을까[워싱턴 현장]



미국/중남미

    뉴욕주는 왜 원전 '냉각수' 방류를 막았을까[워싱턴 현장]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북부 뷰캐넌에 위치한 인디언 포인트 원전. 연합뉴스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북부 뷰캐넌에 위치한 인디언 포인트 원전.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접국가인 한국의 정치권이 연일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요즘, 미국 뉴욕주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오염수'보다 훨씬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냉각수' 방류를 온몸으로 막고 서 있어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주 의회는 역내에서 해체중인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액체폐기물 방류를 금지한 '세이브더허드슨'을 발의했고, 캐시 호철 뉴욕주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을 했다.
     
    앞서 환경단체 등 지역사회가 원전 해체 과정에서의 안정성 등을 문제 삼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했고, 뉴욕주 상원 전원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여기에 캐시 호철 주지사가 서명을 하자 야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냉각수 방류 반대'에 한목소리가 모아진 것이다.
     
    '세이브더허드슨' 법안은 처벌 강도도 세다. 법 위반시 부과되는 벌금이 상향 설계돼, 첫 위반시 3만7500달러를 내야 하는 벌금은 7만5천달러, 15만달러 순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 뉴욕 주지사 SNS 캡처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 뉴욕 주지사 SNS 캡처 
    뉴욕주의 이번 조치는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북부 뷰캐넌에 위치한 인디언 포인트 원전을 겨눈 것이다.
     
    미국 뉴욕시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이 원전은 1,2,3호기로 이뤄져있으며, 지난 60여년 간 뉴욕주 내 전력의 4분의 1 정도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인디언 포인트 원전에 사고가 날 경우 인근 주민 2천만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발전소를 폐쇄하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여기다 시설 노후화와 크고 작은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2017년 폐쇄가 결정됐고, 2021년부터는 가동을 멈췄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운 행보였지만, 12~1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퇴역(decommission)' 작업이 본격화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원전을 인수해 해체 작업에 들어간 에너지 장비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홀텍)이 "폐연료봉을 식히면서 발생한 '냉각수' 130만 갤런을 강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홀텍은 폐연료봉을 인근 허드슨 강물을 이용해 식히고 있는데, 여기서 생긴 '냉각수'를 다시 허드슨 강에 내다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미국 뉴욕주 동부와 동남부로 흐르는 허드슨강은 총길이가 약 500km로 강의 하구에 뉴욕시 맨하튼이 자리잡고 있다. 
     
    홀텍 입장에서는 허드슨 강으로의 '냉각수 방류'가 가장 손쉽고 저렴한 방법이었겠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허드슨강을 보호하자'는 뉴욕주의 방사성액체폐기물 방류 금지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이같은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북부 뷰캐넌에 위치한 인디언 포인트 원전. 연합뉴스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북부 뷰캐넌에 위치한 인디언 포인트 원전.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방류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홀텍에게도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다.
     
    홀텍이 방류하려고 한 것은 원전 핵연료와 직접 닿지 않은 '냉각수'이기 때문에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와 지하수·빗물·바닷물이 뒤섞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와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홀텍이 퇴역시키고 있는 인디언 포인트 원전 규모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1/4 정도이다. 
     
    한편 홀텍의 냉각수 방류를 저지한 환경단체 등 지역사회의 목소리도 새겨들을만 하다. 
     
    환경단체들은 홀텍측에 "냉각수를 즉각 방류하지 말고 최소 12년 보관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냉각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가 저절로 헬륨으로 붕괴될때까지 좀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같이 찾아보자는 것이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약 12.3년이기 때문이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과학적인 검증을 추가하고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자는 취지인 것이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고, 바쁘다고 바늘 허래 매어 쓸 수는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인 것이다. 
     
    이에 대해 홀텍측은 "모니터링과 일정 공정을 거친 '냉각수'를 방류하는 것이 공공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법이 이 법안(주법)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냈다.

    홀텍이 믿는 구석은 주 정부가 아닌 연방 정부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것이 미 행정부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 지지하며 "미국은 일본의 안전하고 투명하며 과학에 기반한 절차에 만족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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