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 제공서울 중심부 남산 자락, 5성급 신라호텔과 반얀트리호텔 사이에 넓게 자리한 '금싸라기 땅'을 둘러싸고 소송전과 정부 특별검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 뒤편에 위치한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 소유 약 2500평(8100㎡) 부지 개발 사업을 놓고,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국정감사까지 이어지며 정치권의 문제 제기로 확산됐다. 국회에서는 사업자 모집공고 단계부터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구조 아니었느냐는 의심과 함께 사업성이 떨어지는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을 두고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행정안전부는 해당 부지개발 사업 전반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 인근에 위치한 자유총연맹 자유센터 부지. 국토지리정보원수익률 가장 '낮은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문제가 된 부지는 서울 중구 신라호텔 인근에 위치한 자유총연맹 자유센터 부지로, 서울 도심에서도 손꼽히는 핵심 입지다. 남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한남동과 이태원, 용산 등지와 가까운 데다 주변 지하철역과도 멀지 않아 금싸라기 같은 땅으로 평가된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2024년 이 부지를 민간 자본으로 개발한 뒤 장기 임대하는 방식의 수익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부지를 주거시설이나 전시장 등으로 개발해 향후 50년 간 매년 일정 규모의 토지사용료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부지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자유총연맹이 사업 신청 자격을 최근 5년 이내 서울·수도권 임대사업 실적 등으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특정 업체 컨소시엄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토지 사용료 제안액이 가장 낮은 A업체가 선정되면서, 심사 기준과 평가 논리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50년 간 토지사용료를 받겠다면서, 정작 가장 낮은 사용료는 내겠다고 밝힌 A업체가 선정된 것이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채 의원은 "사업자 모집공고부터 A업체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미 A업체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는 소문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여기 참가의향서의 내용을 보면 4개 업체 중 3개 업체는 공모 조건에 맞게 계획을 했는데 A업체만 뜬금없이 전시관사업으로, 전시사업으로 수익을 얻겠다고 해 가지고 현실성이 없는 걸 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해당 업체는) 토지 사용금액을 가장 낮게 제출했다. 원래 최고가 입찰인데, 최저가 입찰이 당선된 거다"고도 의문을 표했다.
실제 사업자 공모에는 모두 4개 민간 업체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문제의 A업체는 연간 토지 사용료로 37억 원을 제시해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 다른 업체들은 각각 41억 원, 44억 원, 45억 원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고가 제안을 원칙으로 한 공모 취지에 부합하는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자유총연맹 측 제공이에 대해 자유총연맹 측은 전시관 사업이 단체의 성격과 공공성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자유센터라는 공간 자체가 단순한 수익용 부지가 아니라, 전시·교육·기념 기능을 갖는 장소"라며 "주거시설 등보다는 전시관 형태가 자유총연맹의 설립 취지와 맞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심사는 토지 사용료 금액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었다"며 "사업의 공공성, 단체 이미지와의 부합성,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토지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낮게 제시됐더라도, 전시관 중심의 개발이 자유총연맹의 성격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A업체는 사업 목적성(사회적 가치) 외에 다른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CBS노컷뉴스가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당시 부지개발 공모 심사결과 종합평가표에 따르면 A업체는 평가 항목 중 '부지개발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만점을 가져갔다.
다만 이 항목 외에 '창의적 개발컨셉 및 개발전략', '건축계획 및 특화계획' 항목에서도 만점 받음. 임대계획의 적정성, 사업성 검토의 합리성, 시설률 운영계획, 토지이용계획의 효율성 및 동선계획, 외부공간 및 경관계획, 공정 및 공사관리 계획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취득했다.
'500억' 요구 의혹과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까지
논란은 협상 단계에서 더욱 커졌다. 국감에서는 자유총연맹이 협의 과정에서 A업체 측에 500억 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A업체 측에서 거절하자 자유총연맹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상실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현일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협의 과정에서 자유총연맹이 A업체에게 500억을 요구했다는 녹취가 유출되니까 부랴부랴 우선협상 지위를 상실했다"며 "이에 대해서 A업체에서 가처분신청을 했고 그걸 폭로한 거다. 자유총연맹이 모 건설업체와계약하기 위해 A사를 배제했다는 식으로 폭로를 한 것"이라고 짚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이후 A업체 지위보존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놓고 법정 분쟁 중이다.
자유총연맹은 이른바 '500억 원 요구'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자유센터 인접 국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받아 토지를 취득했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구조였다"며 "50년 장기 임대 기간 동안 감가상각과 연 임대료 인상분(연 1.2% 수준)을 합산해 계산해 보니 총비용이 약 500억 원 규모로 산출됐다. 그중 일부라도 계약 단계에서 선납 형태로 들어오면 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어, 그런 취지에서 언급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특별검사 착수…의혹은 어디까지 밝혀질까
행정안전부는 지난달부터 자유총연맹 부지개발 사업과 관련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공모 자격 요건 설정의 적절성, 우선협상자 선정 및 협상 과정의 공정성, 회계 처리 여부 등이 주요 검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CBS노컷뉴스가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행정안전부는 자유총연맹에 지난해 12월 23일까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해 1차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 있어 보완 자료 제출을 다시 요청한 상태이며, 현재 제출된 자료를 중심으로 검토가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현장 실지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검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될 경우 검사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