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2.0%포인트 역대 최대폭으로 벌어졌지만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이 예상됐던 일이고,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더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는 시장 시각도 우세해 달러 가치 변동성이 크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연준의 9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향후 이 가능성이 부각될 때마다 외환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연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7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5.00~5.25%에서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한국 기준금리인 3.50%보다 상단이 2.0%포인트나 높아졌다. 1.75%포인트로 이미 역대 최대였던 한미 금리 격차가 또 한 차례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금리 격차가 부각될 때마다 고금리·안전처로 향하는 돈의 특성상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진 않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린 12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인 전날에도 환율은 3.2원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미 금리차가 지금보다 크지 않았음에도 1400원선을 웃돌았던 작년과 비교하면 안정된 흐름이다. 외국인은 최근 이틀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6400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둘러싼 시장 긴장이 전보다 느슨해진 게 그 배경으로 꼽힌다. 예고대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번 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은 9월 추가 금리 인상과 유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발언을 했지만, 시장은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보고서에 담긴 주요 투자은행들의 FOMC 관련 평가를 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다수가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날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폭 상한을 0.5%로 유지하되, 시장 동향에 따라 이를 어느 정도 초과해도 용인하기로 한 점도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의 발표는 긴축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고,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다만 연준의 '9월 스텝'에 대한 시장 예상이 빗나갈 기미를 보이면 현재와 같은 원·달러 환율 안정세는 위협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은이 0.2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이런 시각과 맞닿아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여섯 명 모두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회의에서 말했다"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환율이 어떻게 바뀔지 아직 안심하기는 좀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당 지표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실화되면 '9월 추가 금리 인상론'에 힘이 실리며 시장 긴장이 번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수입 물가 상승·금융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환율 방어 차원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연준의 '9월 스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일정으로는 다음 달 10일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 발표와 같은 달 말에 열리는 연준 주도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 등이 꼽힌다. 작년 잭슨홀 미팅에선 파월 의장이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 가능성을 내비친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