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특검 딸이 대장동 업자로부터 받은 특혜 부분을 혐의에서 제외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사례를 참고해 전략을 세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우선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부분을 구속영장에 반영하고 딸에 대한 특혜 사항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의율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취지다.
200억, 50억 두 번의 약속…검찰이 그린 청탁 전모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박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에게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 대장동 업자로부터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참여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여신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대가로 200억원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우리은행 내부 반대로 지분 참여 계획이 무산되자 약속 금액도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었다고 검찰은 본다.
실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업자로부터 받은 돈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8억원에 달한다. 박 전 특검이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 변호사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은행이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내준 대가로 2015년 4월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5억원은 박 전 특검이 곧바로 김씨에게 다시 송금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추후 50억원을 받기로 하면서 담보를 걸어두는 취지로 5억원을 보낸 것으로 의심한다. 김씨 자신도 이 돈에 대해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 관련해 생색을 낼 수 있는 외형을 만들어주려고 했고, 박 전 특검도 당시 흔쾌히 승낙했다"고 진술했다.
딸 특혜, 당장 의율 어렵지만…"이익 실현 가능성" 수사는 계속
연합뉴스박 전 특검은 2015년 7월부터 국정농단 특검 임명 직전인 2016년 7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며 2억5천만원을 받았다. 그의 딸은 2016년 8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에서 일하며 6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11억원의 대여금을 빌렸다. 2021년 6월 화천대유 소유의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시세차익 8억원을 챙긴 의혹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금전 관계를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에 기재한 범죄 혐의에서 배제하면서도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업자 사이 이뤄진 '약속'을 뒷받침하는 근거 사실로는 활용했다고 한다. 박 전 특검 딸이 받은 여러 금전 특혜가 청탁과 약속 등이 실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적시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현 단계에서 박 전 특검 딸을 수재 혐의 공범으로 의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한다. 박 전 특검의 뇌물 약속 시점은 2014~2015년이고 박 전 특검 딸의 금품 수수는 2021년 전후로 이뤄졌다. 청탁과 수수 시점이 동떨어져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박 전 특검 딸을 입건하지 않고 금품 수수 부분만 떼어 내 박 전 특검 혐의 내용에 담기도 곤란하다.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1심은 아들 병채씨와 독립 생계를 꾸린다는 점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아들이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더라도 별개인 독립 생계이고 돈이 오간 기록이 없으면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 전 특검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구조로 검찰로서는 한 번 실패한 길을 다시 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검찰은 박 전 특검 딸이 받은 특혜성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돈이 박 전 특검이 약속받은 50억원의 일부일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장 (딸의 수수 자금을) 박 전 특검의 수재 혐의로 의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이익 실현 중 하나일 가능성 등 추가로 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측은 "여신의향서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대가를 요구한 적이 없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도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