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최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건희씨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180일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 결과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총 66명을 재판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16가지에 달하는 만큼,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하게 된 사건만 10여 건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특검팀은 김씨 부부에게 뇌물 수수 혐의도, 공천 개입 혐의도 적용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9일 진행된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특검의 속사정 9가지를 짚어봤다.
Q1. 윤석열은 김건희의 '금품 수수' 사실 알았나 → 아직은 NO
현재로서는 윤석열이 김건희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다는 부분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뇌물죄를 의율할 때는 ①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이 제공됐다는 사실 ② 배우자에게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 ③ 결과적으로 청탁이 실현됐기에 그 과정에서 배우자를 통해 금품 수수 사실을 공직자가 알았다는 사실 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직자가 배우자가 금품 수수한 것을 알았냐고 하는 부분을 입증해야 한다"면서도 "(김건희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윤석열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부인한다면, 간접증거를 통해서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을 확보해야 하는데, 부부 사이 너무 내밀한 관계의 일이기 떄문에 당사자(윤석열)가 부인하는 상황에서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많은 논의 끝에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시간을 좀 더 두고 수사를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해서 국수본에 이첩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Q2. 김건희에 금품 제공한 이들, 청탁 이뤄질 거라 생각했나 → 전부 YES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류영주 기자 특검은 김건희씨에게 금품을 건넨 이들이 인사나 정책 청탁이 이뤄질 것을 기대했다고 봤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이 전 위원장 비서 박모씨,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 최재영 목사 등은 모두 공직 임명 및 사업권 제공 청탁을 명목으로 김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들이다.
김 특검보는 "공통적인 당사자들(금품 제공자들)의 진술은 '김건희에게 청탁을 하는 것이 청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청탁을 했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 청탁은 다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의 공통적인 진술은 '청탁 루트로 김건희를 택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청탁했다'라는 진술"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서로 공통분모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를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청탁하고, 금품을 교부한 결과, 김건희에게 청탁한 그대로 실현됐다.
김 특검보는 "
대통령의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특검 수사결과 확인됐다"고 표현했다.
Q3. 尹부부, 공천 개입 했나 → 100% YES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 김건희씨. 연합뉴스특검은 김건희와 윤석열을 공천개입 혐의로 기소하지는 않았으나,
공천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오정희 특검보는 "
김건희가 윤석열의 정치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표현하며, 김건희와 윤석열이 경제 공동체를 넘어 '정치 공동체'였다고 못박았다.
다만, 윤석열이 당선인 신분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 등 관련법령 상 대통령 당선인이 공무원으로 규정되지 않아 기소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라고 특검은 설명했다.
Q4. 尹, '허위사실 공표'는 혐의를 벗었나 → 절반만 YES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특검은 허위사실 공표 의혹을 받는 윤석열에 대해 일부 사건은 국수본으로 이첩, 일부 사건은 무혐의 처분했다.
김경호 특검보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행위와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국수본으로 이첩했다"면서도 "김건희의 장모 최은순과 관련한 발언 부분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후보자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규정하지 않아,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특검보는 또 "그밖에도 몇 가지 허위사실 공표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한 게 있다"며 "대표적으로 김건희의 허위 경력 관련 발언 부분, 부산저축은행 관련 발언 부분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성립에 겪는 어려움도 털어놨다. 김형근 특검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 수사가 됐다고 해서 바로 허위사실 공표가 입증되는 게 아니다" 며"뇌물죄랑 구조가 비슷한데, 배우자의 일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기 때문에, 배우자의 모든 사정을 그 당시에 대통령 후보가 알았느냐 하는 부분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부분에 대한 수사도 상당히 필요한 부분인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국수본에 이첩하게 된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Q5. '양평고속도 의혹', 윗선이 개입했나 → 암묵적 YES
박종민 기자'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갑자기 변경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인 2022년 5월 종점이 기존 양평균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뀌었는데 강상면은 김씨 일가가 소유한 28필지(2만 2663㎡)가 있는 지역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국토교통부 서기관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국수본에 해당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은 종점 변경을 지시한 '윗선'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넌지시 암시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국토부 서기관까지 기소했으나, 그 위에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사람들까지는 기소하지 못했다"면서도 "(향후 기소하지 못했던 윗선까지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Q6.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은 수사 제대로 했나 → 불가항력적 NO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다만, 여러 불가피한 사정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코바나컨텐츠의 뇌물성 협찬과, IMS모빌리티에 대한 기업의 뇌물성 투자가 같은 구조라고 보고 처음부터 심혈을 기울였다"며 "다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법원과의 견해 차이 떄문에 수사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또 김 특검보는 "(코바나컨텐츠 의혹과 관련해) 의심스럽게 생각했던 언론사 담당자에 대한 수사를 못해서 전체적인 의혹 규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한 여러가지 사정들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서 불가피하게 국수본에 이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Q7. 영부인 처벌 관련 법적 한계 있나 → 명백한 YES
민중기 특별검사(오른쪽)와 김형근 특검보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최종 브리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김형근 특검보는 "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질서 파괴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역사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고, 죄에 상응하는 마땅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대통령 영부인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에 있어 공무원 의제규정을 두어 금품수수의 경우에는 공직자에 준하여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Q8. '김건희 수사무마 의혹', 일부러 수사 미뤘나 → NO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미룬 것은 아니라는 게 특검 입장이다.
김형근 특검보는 "법상 수사 대상인 16개 항목을 균형 있게 수사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명칭이 '김건희 특검'인 만큼 김건희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했고, 그 다음에 후반부에는 검찰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고 계획했기에, 처음부터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수사를 후반부에 진행했는데, 시간 부족했기에 충분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내용 국수본에 잘 넘겨서 국수본에서 성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Q9. 시간 더 있었다면 수사결과 달라졌을까 → 어쩌면 YES
김형근 특검보는 "수사대상 16개 항목에 대해 (수사기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조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뇌물죄를 의율하지 못한 이유는 윤석열이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다고 보고 기소해서 충분히 유죄받을 수 있는지 고민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측이 로저비비에 가방을 김건희에 교부했는데, 만약 김건희에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교부했는지가 밝혀진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김기현의 배우자가 (입을 열어) 김건희에게 본인이 직접 전달한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제공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의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시간상 제약 때문에 일단 청탁금지법으로 기소했지만, 수사기간 더 많았다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통해 다른 의율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런식으로 수사기간 더 있었다면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수사 기간이 더 길었다면, 윤석열 부부에게 뇌물죄를 의율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가능성을, 그리고 아쉬움을 내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