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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논란에 '공시가 급락'까지…빌라 주인들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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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라왕' 논란에 '공시가 급락'까지…빌라 주인들 "나 떨고 있니"

    빌라 거래량 뚝 떨어지고 가격 하락세도 뚜렷
    보증금 돌려주지 못해 경매 넘겨지는 빌라도 급증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기준금리 급등 진정세와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힘입어 아파트 시장에는 봄 바람이 불고 있지만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은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집값 급등기엔 아파트의 대체재로 주목 받았지만 집값 하락세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실수요자들은 다시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고,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규제 완화와 공시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가뜩이가 줄어든 임대 수요가 더 줄어들며 투자자들도 빌라를 외면하고 있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의 빌라거래량은 1575건으로 지난해 2월(2463건)의 63% 수준으로 줄었다. 3월(계약일 기준) 서울지역 빌라 거래량은 11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06건)의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빌라 매매 거래는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건 발생 후인 11월(1165건)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빌라 전·월세 거래량도 하락세다. 지난달 서울의 빌라 전월세거래량은 1만3149건으로 지난해 2월(1만8099건)보다 줄었다. 특히 빌라 전세는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이 불러진 뒤인 11월 거래량이 4천건 아래로 떨어진 뒤 3천건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빌라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다가 지난달 거래량이 2453건을 기록하며 전월(1418건)보다 크게 늘어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과 온도차이가 뚜렷하다. 아파트는 전월세 거래량도 지난달 2만2797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2만1644건) 수준을 회복했다.

    거래가 줄면서 빌라 매매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빌라 매매가격은 0.47% 떨어져 전월(-0.58%) 대비 낙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값 급등기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제로 주목받으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몰려 호황을 누렸다. 2020~2021년 월별 기준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정부가 대출과 청약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하면서 가격 상승여력이 크지 않고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빌라보다는 다시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임대 수요가 급감하면서 빌라에 대한 투자 매력도도 떨어졌고, 투자자들의 발길도 끊겼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빌라 전세보증보험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올해 공시가격이 역대급으로 하락하면서 빌라 임대 시장 한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빌라 시세 기준을 최근 매매가가 아닌 공시가의 140%로 잡고 5월부터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90% 안에 들어와야만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세가가 '공시가×150%'이면 됐는데 이제 '공시가×126%' 수준이어야만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적으로 지난해보다 18.61%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기존에는 전세금 1억 5000만 원(공시가 1억원 기준)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던 물건이 이제는 1억 255만 원까지만 가능해진다. 세입자들은 반환보증 가입이 안 되는 물건은 계약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조건에 맞게 전세금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지금보다 10% 하락하는 것을 전제로 예측한 결과 올 하반기에 만기 예정인 빌라 전세 계약 중 기존과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주택은 7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빌라 평균 공시가가 6% 내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재계약 불가 비율은 6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벌써 보증금 미반환으로 강제경매에 넘어가는 빌라가 늘어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상대로 신청한 빌라 강제경매 건수는 82건으로 지난해 2월(33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HUG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증보험을 든 세입자에게 대위변제(집주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반환)를 진행한 뒤 경매를 통해 보증금 일부를 회수한다.

    빌라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부동산 등기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에 대한 임차권등기명령이 신청된 부동산 수는 전국 2682건으로 지난해 2월(616건)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전문가들은 빌라 시장의 이런 냉랭한 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빌라는 지난 정부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대체재로 각광받기 전까지는 가격 상승여력이 적고 주거환경이 아파트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해 선호도가 높은 주거형태가 아니었다"며 "여기에 빌라왕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빌라가 '불신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가운데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아파트 매매가격에 대한 매력도가 과거보다 높아져 최근 서울 등 주요지역에서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임대시장도 아파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빌라 시장에 대한 과거 기조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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