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11일 앞둔 27일,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개정법 현장 안착을 목적으로 한 최종 매뉴얼을 발표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노동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최종 매뉴얼을 확정해 공개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은 하청노과 원청 간 교섭절차를 명확히 하여 현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도록 하고, 하청노조의 교섭권 행사 및 실질적 교섭 촉진에 도움을 주어 개정 노조의 취지를 현장에 구현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단순히 개정 절차의 마무리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짜 성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법 시행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원청과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원청 노동자와 계약 관계는 없지만 근로조건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하청 노동자는 교섭권의 범위와 사용자의 책임 범위, 이해관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하청 노동자가 별도의 교섭단위로 묶여 원청과 교섭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매뉴얼에 따르면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단에 따라 계약외사용자로 인정되어 단체교섭 의무를 진다.
원·하청 교섭 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교섭단위의 분리 구조가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점이다.
원청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원청 노조와 간접 고용 형태인 하청 노조는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영역과 대상 근로조건 범위가 애초부터 엄격히 나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과 단체교섭을 진행할 때 기존의 원청 노조와 굳이 명시적인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두 집단은 처음부터 별개의 교섭단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전체 하청 노조는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이라는 고유의 교섭단위 내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만 이행하면 원청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다.
당초 노동부는 원하청 노조간 창구단일화를 하고, 이후 교섭 단위 분리 절차를 시행하는 방안도 포함해 검토했지만, 최종 메뉴얼에서는 하청 노조가 원청 노조는 일단 분리 원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 장관은 관련 질문에 "(원하청 노조가 창구 단일화해야하는)원청단위설로 묶였을 때 현실적인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충분히 감안해서 합리적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섭 체계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 사용자는 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이는 해당 교섭단위 내에 존재하는 다른 하청 노조와 노동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때 공고의 범위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소지가 있는 모든 하청 노조와 하청 노동자가 충분히 알 수 있는 수준으로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며, 사내 게시판은 물론 전산시스템이나 작업 공간 곳곳, 휴게장소, 식당 등에 공고문을 상세히 게시해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만약 원청 사용자가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좁은 범위에만 알릴 경우, 하청 노조는 관할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이를 통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 즉 사용자성 및 공고 의무 미이행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여 시정을 명하게 된다.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원청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끝내 공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교섭 거부 및 해태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되어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을 충실히 공고하고 후속 확정 공고 절차까지 마쳤음에도 최초로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 외에 추가로 참여한 노조가 없다면 절차는 대폭 간소화된다.
이 경우 복수 노조를 전제로 하는 별도의 교섭대표 노조 결정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해당 단수 하청 노조가 곧바로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에 돌입할 수 있어 신속한 교섭 진행이 가능하다.
만약 복수의 하청 노조가 참여한 경우라면 확정 공고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조를 정하거나 원청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개별 교섭을 진행해야 하며, 기한 내 자율적 결정이 무산되면 과반수 노조 교섭대표 지위를 갖게 된다.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교섭단위로 묶이지만,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나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이 다를 경우에는 교섭단위를 추가로 분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 내에서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직무, 물류 직무, 총무성 도급 직무 등 업무 성격이 확연히 다르거나 소속 상급단체가 달라 갈등 유발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직무별 혹은 상급단체별, 하청기업의 특성별로 교섭단위를 쪼갤 수 있다.
이렇게 분리된 단위 내에서는 다시 각자의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원청과의 교섭대표를 정하게 된다. 단, 이러한 분리 신청은 사용자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 이전이나 교섭대표 노조가 결정된 이후에만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노동부의 이번 매뉴얼은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원청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안정적인 교섭 틀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노동부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인 교섭 테이블에 앉아 단체협약을 이끌어내도록 적극 지원하되, 부당한 교섭 회피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매뉴얼을 토대로 원·하청 노사가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이라는 개정 노조법의 본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현장 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