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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제2의 조두순들 지방으로…전자발찌도 있는데 제시카법?

편집자 주

법무부가 미성년자 교육시설 500m 내에서 성범죄자들의 거주를 막는 '한국형 제시카법'인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괴물과 같은 성범죄자들이 미성년자 교육시설이 집중된 서울을 떠나 지역으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1만 1985곳과 유치원 8166곳의 위치 데이터(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기준 위도와 경도)를 모두 지도에 표시하고 각각의 중심에서 반경 500m의 원이 그려지도록 코딩했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발생할 문제와 제시카법의 한계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제시카법' 풍선효과…또 다른 차별③]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20151곳
'제시카법' 반경 500m 성범죄자 거주 불가
각 중심에서 반경 500m 원 그려 코딩
"이중 처벌이 아닌 치료와 감호가 우선"
"아동·청소년 성범죄 줄지만 주택 가격 하락"

미국 플로리다와 남한의 면적 비교. thetruesize 캡처미국 플로리다와 남한의 면적 비교. thetruesize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제2의 조두순들, 탈서울 지방으로? 제시카법 반경 직접 그려보니…
②"학교 없는 것도 억울한데 성범죄자까지?" 제시카법 구글지도 코딩
③제2의 조두순들 지방으로…전자발찌도 있는데 제시카법?

법무부가 미성년자 교육시설 500m 이내에 재범 우려가 큰 성범죄자를 살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인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법은 면적과 인구 밀집도의 차이가 크게 나는 한국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으며, 위헌의 소지도 다분하다. 사회로 나온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BS노컷뉴스가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20151곳을 모두 구글지도에 표시하고 그 반경 500m를 코딩해 그렸다. 이 지도를 통해 법무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한계와 허점을 알 수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의 모태는 미국의 플로리다이다. 플로리다는 미성년자 교육시설의 2천~2천 5백 피트(600~700m) 이내에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하는 구역으로 정했다. '한국형 제시카법'의 500m는 플로리다의 면적과 비교했을 때 그 규제 범위가 넓은 편이다.
 
플로리다의 면적은 17만 304㎢로 10만 432㎢인 대한민국 면적의 1.7 배이다. 플로리다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형 제시카법'은 면적 대비 400m로 계산된다. 그러나 면적이 넓고 1㎢당 127.6명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플로리다식 규제가 1㎢당 515.2명인 한국에 적합할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거리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입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전주시 효자동과 삼천동의 아파트 단지는 같은 아파트 임에도 일부 동에서는 성범죄자의 거주가 가능하다. 학교와 500m 내의 거리에 살면서도 성범죄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과 삼천동의 아파트 단지. '한국형 제시카법'에 따라 일부 단지는 학교 내 500m 반경에 들었으나, 같은 아파트 임에도 반경에 포함되지 않아 성범죄자 거주가 가능하다. 송승민 기자·구글 제공전북 전주시 효자동과 삼천동의 아파트 단지. '한국형 제시카법'에 따라 일부 단지는 학교 내 500m 반경에 들었으나, 같은 아파트 임에도 반경에 포함되지 않아 성범죄자 거주가 가능하다. 송승민 기자·구글 제공 
또 '한국형 제시카법'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성범죄로 법적 처벌을 받고 사회에 나온 이가 헌법상의 권리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이중 처벌을 받는 것이다. 이는 역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우리의 헌법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범죄를 예방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전자감독 제도이다. 성범죄자의 발목에 전자장치를 채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거주·이전의 자유보다 더 넓은 기본권을 침해한다.
 
법무법인 모악의 최영호 변호사는 "당연히 (제시카법은) '이중처벌'이라든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도 "이미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으로 기본권 침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시카법이 도입되면) 성범죄자의 기본권 침해보다 낙후지역으로 성범죄자들이 몰려 발생할 주민 피해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고 그 부작용을 지적했다.

전자감독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입법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전자감독 제도의 현실적 한계에 있다. 전자감독 제도가 본래의 기능을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인력과 지원 부족에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전자감독 대상자 수는 4421명이며 전자감독 담당 보호관찰관 수는 255명으로 보호관찰관 1인당 17.3명을 관리한다. 이는 전자감독 제도가 도입된 2008년과 비교해 7 배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자감독 제도를 강화해 성범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은 십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전문가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또 다른 형벌로 보며 처벌이 아닌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이용훈 교수는 "제시카법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겠지만 부속 조치가 중요하다"며 "(성범죄를 재발할) 위험성이 높은 이들은 사회에 나와선 안 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범을 낮출 수 있도록 형벌이 아닌 치료가 우선시 돼야 한다"며 "치료를 우선으로 형기 내에 치료가 안 되면 치료감호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시카법의 도입으로 발생할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형 제시카법'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줄일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성범죄자 거주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싱가포르국립대 이관옥 교수는 "성범죄자들의 재범 행태를 연구해보면 거주지 근접 지역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높다"며 "제시카법 도입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실제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150m 안의 주택 가격은 하락한다"며 "낙후지역에서 발생할 주택 가격 하락과 같은 또 다른 차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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