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장을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실내 마스크가 해제된 지 열흘이 지난 8일. 거리에는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누비는 시민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대형마트·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어린이집·학원 등 교육·보육시설 등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해당 조치가 도입된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 3개월만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에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는 여전하다. 전날인 7일에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 7934명으로 감소세는 6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 사이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 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럼에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시설을 몰라 난처해하는 시민들도 아직 있었다. 방역 조치가 대폭 완화됐지만 단체 예약 손님이 늘지 않아 고민하는 자영업자, 병원에서 생활하는 입원 환자 등 아직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실내 마스크 해제'를 반기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대학 신입생 이모씨(20)는 수험생활 동안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불편을 겪었다. 이씨는 "공부할 때 답답하고 밥 먹고 나면 입냄새가 나서 힘들었다"며 "(마스크를 벗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답답함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코로나19 당시 집합금지명령을 받았던 시설에서도 한숨을 돌렸다. 헬스장 대표 김정호(32)씨는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 이후 헬스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헬스 트레이너들도 수업을 할 때 입모양을 보면서 소통하는 게 편해 다들 좋아한다"고 변화가 체감된다는 반응이었다.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시설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면서 개인위생의 중요성이나 마스크의 필요성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진 탓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임한나(22)씨는 지하철역 안에서는 아직 마스크를 착용한다. 임씨는 "(지하철을 탈 때) 계단 출구 들어가면서 마스크를 무조건 쓴다"며 "지하철에서만 껴야 되는지 역사에서는 벗어도 되는지 헛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위험하니까 마스크를 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유행기 동안 헌혈자가 대폭 줄어 위기를 겪었던 헌혈의집에서도 마스크를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혈액을 통해 감염되지는 않지만, 공중위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의집은 의무 착용시설이 아니지만 간호 직원분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거리에서 마스크를 끼는 것처럼 (헌혈자들도) 아직 마스크를 대부분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일상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시설에서는 아직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특히 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에 해당해 고위험군 보호 등을 위해 병원 내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가 아닌 '의무'로 유지되고 있다.
입원 환자들은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한 서울 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김도형(35)씨는 "(간호사들이) 마스크가 내려가 있으면 "마스크 좀 올려주세요"라고 얘기한다"며 "맨날 그러다 보니까 귀찮기는 하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대학가에서 8년째 장사하는 장기민(62)씨는 3월 개강을 앞두고도 단체 예약이 들어오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장씨는 "손님이 느는 것이 마스크 해제와 상관 없는 것 같다"며 "단체 예약 손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천대학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조정이 돼도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마스크의 필요성,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도 점진적으로 접근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