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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불붙을라…역대급 실적에도 못 웃는 정유업계



기업/산업

    횡재세 불붙을라…역대급 실적에도 못 웃는 정유업계

    정유·가스업계 호실적 속속 공개
    재차 불붙는 '횡재세' 도입 논란
    난방비 폭탄 '성난' 민심도 기름
    일각선 해외사례 들어 도입 찬성
    "국내와 달라" 반대 의견도 상당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치권에서 제기된 횡재세 도입 주장이 다시 점화하는 모양새다. 난방비 폭탄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상황에 정유·가스업계의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이 공개되면서다. 일각에서는 '번 만큼 뱉어내라'며 횡재세에 찬성하지만, 횡재세가 반(反) 시장적일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난방비 급등과 정유·가스업계의 실적은 무관하다며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은 지난해 연간 매출 42조 4460억 원, 영업이익은 3조 408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인 2조 77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GS칼텍스의 지난해 1~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4조 30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86% 증가했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가 정유업계의 이같은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

    가스업계도 액화석유가스(LPG) 제품 수출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LS그룹 계열 LPG 수입·유통업체 E1은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1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E1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9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SK가스도 지난해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경기 침체 와중에도 정유·가스업계가 좋은 실적을 거두고 성과급까지 두둑하게 안겨주자 잠시 주춤했던 횡재세 논란도 재차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최근 난방비 폭탄으로 성난 민심도 기름을 붓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급등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을 정유·가스업계의 이익으로 덜겠다며 횡재세 도입에 불을 지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나 국민들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의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며 "정유사, 에너지 기업들이 일부라도 부담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입는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또는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재벌 정유사의 폭리를 규탄하고, 정부에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재벌 정유사의 폭리를 규탄하고, 정부에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등 일각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사례를 거론하며 횡재세에 찬성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에너지 기업의 세율을 10%포인트 한시적으로 올리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연대기여금'이라는 명칭의 횡재세를 걷는 등 동참 국가가 속속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횡재세를 직접 언급할 정도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6월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이 유럽의 경제학자 30명에게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횡재세 부과에 동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반면 이같은 해외 사례를 국내 사정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정유업체와 국내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유럽 등의 글로벌 업체들은 주로 땅속이나 바다 밑에서 채굴한 원유를 팔아 돈을 벌지만,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 뒤 제품으로 판매하는 '정제마진'으로 수익을 보는 구조다. 그마저도 70% 이상이 수출되고, 국내에 유통하는 양은 얼마 안 된다. 더구나 글로벌 업체들은 원유 생산량 조절로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가격 형성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횡재세를 주장하며 꺼낸 난방비 급등 문제와 최근 발표된 정유·가스업계 실적에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도 도입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난방비 요금과 연동되는 건 LPG가 아닌 LNG(액화천연가스)인데, LNG는 한국가스공사가 80%를 취급하고 E1, SK가스 등 민간업체에서는 사업 비중이 작다.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LPG 수요가 늘고 있기는 하나 LNG와 달리 국내 LPG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내리 떨어지고 있다.

    횡재세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진단과 처방이 엉뚱하다고 지적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내 정유업계는 그동안 적자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이익을 거뒀는데, 어려운 시기에도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은 노력의 결과이지 벼락 이익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자일 때 정부가 보전해준 적도 없는데 지금의 이윤을 세금으로 거둬가는 건 맞지 않다. 오히려 수소나 재생에너지 등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재원으로 남겨둬야 한다"며 "휘발유, 경유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대에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유지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정유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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