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구룡마을 그후…"사실상 집이 불쏘시개" 빈민촌 화재 예방책 시급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사건/사고

    구룡마을 그후…"사실상 집이 불쏘시개" 빈민촌 화재 예방책 시급

    구룡마을 누전이 화재 원인? 이재민들 왜 분노하나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대표적인 '화재 사각지대'로 불립니다. 가연성 소재의 가건물이 밀집해 있어 한번 불이 나면 크게 번질 위험이 크지만 무허가 건축물인 탓에 어디에도 정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마을이 형성된 이후 주기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도 없습니다. 서울시는 10년 전부터 이곳을 재개발하겠다고 나섰지만 비용과 개발방식을 두고 주민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여전히 공회전 중입니다. 판자촌뿐 아니라 쪽방촌과 같은 주거 취약 시설도 이곳 구룡마을처럼 노후화된 데다가 밀집도가 높아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 판자촌 구룡마을…가연성 소재 가건물 밀집 '화재 사각지대'
    소방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주민들 "평소에도 전선 스파크"
    뚜렷한 정비 방안 못찾는 데에는 '재개발' 두고 주민 지자체 간 오랜 신경전
    '노후화·밀집' 쪽방촌도 화재 취약 마찬가지

    구룡마을 내 전신주에 연결된 전선들이 뻗어있고 일부 전선은 끊겨 있다. 민소운 기자구룡마을 내 전신주에 연결된 전선들이 뻗어있고 일부 전선은 끊겨 있다. 민소운 기자
    "비나 눈이 오면 전선에서 다닥다닥하며 스파크 튀는 소리가 났어"
     
    구룡마을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 박모씨는 이전에도 노후화된 전선에서 스파크가 튀는 일이 잦아 화재가 불안했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소방에 신고해도 관할 업무가 아니라며 손을 안 댔다"며 "불이 나야만 수습하는 건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구룡마을 자치회장 이영만씨 역시 "한전에서 전기 공급을 해주지 않아 주민들이 각자 전봇대에 변압기를 달아 생활하는데 기기 용량이 적은 반면 전기 난방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많다 보니 전기 과부하가 발생하곤 했다"며 "화재 발생 당일에도 전선에서 파란 불꽃이 터지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구룡마을 화재 1차 감식 결과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전날인 20일 있었던 화재는 구룡마을 4단지 인근의 한 건물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총 43가구를 태우고, 59명의 이재민을 남겼다.
     
    29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은 대표적인 '화재 사각지대'였다.

    마을이 형성된 이후 주기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은 뚜렷하지 않다. 가연성 소재의 가건물이 밀집해 있어 불이 나면 넓게 번질 위험이 크지만, 무허가 건축물인 탓에 노후화된 전선 정비 등에 대한 책임을 관련 기관에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 있는 대표적인 빈민촌인 쪽방촌 또한 노후화되고 밀집된 구조로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주거 취약 지역의 안전 관리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화재·수난 반복에도 재개발 난항.. 서울시 "임대주택" VS 주민들 "분양권" 

    지난 20일 발생한 화재로 타버린 구룡마을 4지구. 전날 내린 눈으로 집터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민소운 기자지난 20일 발생한 화재로 타버린 구룡마을 4지구. 전날 내린 눈으로 집터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민소운 기자
    1988년 형성돼 66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구룡마을은 화재나 수해 등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마을에선 2011년 이후 총 2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3월에도 구룡마을 입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대모산까지 번진 바 있다. 이 화재로 주택 8채가 소실됐으며 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 지역이 '떡솜'으로 불리는 단열재와 비닐·합판·스티로폼 등 불이 붙기 쉬운 소재로 지은 가건물이 밀집해 화재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26일 현장을 직접 살펴본 결과 실제로 가건물 위에 헝겊이나 천 등 가연성 소재가 판잣집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또 오랜 기간 정비되지 않아 끊어진 전선도 눈에 띄어 합선·누전 위험도 커 보였다.

    하지만 마을 건물과 전선 등이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된 탓에 관리 주체를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복구나 재개발이 어렵다"며 "지난 수해나 화재 때 이재민들이 임대 아파트로 이주한 이력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구룡마을에 재난이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뚜렷한 정비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서울시는 2011년과 2016년 개발제한구역인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재개발하겠다는 도시정비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보상과 개발 방식을 두고 주민과 지자체 간 견해차가 지금까지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SH측은 주민들이 이주할 경우 임대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들은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영만 자치회장은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건 임대 아파트가 아닌 분양 전환"이라며 "이재민들은 임대 아파트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 입구에 텐트치고 투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구룡마을 2지구 주민 이윤선(76)씨 역시 취재진과 만나 "임대아파트 아닌 '아예 내 집'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적법한 건물에 분양권을 제공하게 되어 있다"며 "무허가주택 거주자에 분양권을 준다면 현행법 위반이다. 이주 후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방법 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재개발 사업을 둔 갈등이 풀리지 않는 동안 구룡마을은 정비되지 못하고 여전히 판자촌으로 머물러 있다. 재해가 반복되는 동안 주민들은 임시 거처에 잠시 이동했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할 뿐이다.
     

    '노후화·밀집' 쪽방촌도 화재 취약 마찬가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한 판자집. 화재 발생시 타기 쉬운 소재인 나무 판자가 집 주변을 감싸고 있다. 민소운 기자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한 판자집. 화재 발생시 타기 쉬운 소재인 나무 판자가 집 주변을 감싸고 있다. 민소운 기자
    판자촌뿐 아니라 쪽방촌과 같은 주거 취약 시설도 노후화된 데다가 밀집도가 높아 화재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쪽방촌의 경우에도 대부분 무허가거나 소방시설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등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쪽방촌의 경우에도 (판자촌과 마찬가지로) 방이 붙어 있다 보니 같은 면적 대비 매우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일부 쪽방은 무허가인 경우도 있어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집이 지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쪽방의 경우 샌드위치 패널과 같은 불에 타기 쉬운 소재들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불이 날 경우엔 이런 소재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피해를 크게 키운다"고 밝혔다.
     
    창신동 쪽방상담소 이형석 사회복지사도 "쪽방의 경우 노후화가 문제"라며 "소방 법이 제정되기 전에 지어진 수십 년 넘은 건물이 많아 스프링쿨러 설치 등에 예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복지사는 화재 예방을 위해 주기적인 점검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후화된 건물에 쪽방이 많다 보니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 관할 소방서 등 협조해 주기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며 "화재 경보기, 소화전과 같은 기구를 곳곳에 비치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방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또한 "쪽방과 같은 화재 취약 지역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며 "주민이 직접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화기 등 장비가 잘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소방서에서는 쪽방 등 화재에 취약한 곳을 화재 예방 강화 지구로 지정해 1년에 한두 번씩 점검을 하는데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주민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용도 별 소화기를 비치하고 비상시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자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