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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신당역 살인범이 법정서 보인 행동…전문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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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신당역 살인범이 법정서 보인 행동…전문가는 판단했다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 류영주 기자'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 류영주 기자
    법정에 선 수많은 흉악범들의 표정은 각기 다양합니다. 자신에게 내려질 중형을 직감이라도 한 것 마냥 재판은 포기한 듯 건성으로 대답하는 피고인이 있기도 하며, 공소사실에 담긴 끔찍한 범행을 당시엔 어찌 저질렀나 싶을 정도로 겁을 먹은 채 불안감 속에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는 피고인도 있습니다.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장면은 눈의 초점은 사라진 채 재판 내내 법정에 멍하니 앉아 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고인 전주환의 모습입니다. 그의 재범 가능성을 따진 지난 10일 재판 장면과 함께 '삶'을 언급했던 그의 최후 진술, 그리고 피해자가 생전에 남긴 탄원서의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수사와 재판서 나타난 전주환의 행동…전문가 "재범 우려"


    전주환은 지난 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를 살해합니다. 전주환은 살인 범행에 앞서서부터 피해자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범행을 벌여왔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피해자에게 교제를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수차례 스토킹 범죄 등을 저질렀습니다. 피해자의 신고로 전주환은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2022년 8월 전주환에게 스토킹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9년을 구형합니다.

    검찰의 구형을 받고,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던 전주환은 2022년 9월 14일 피해자가 근무 중이었던 신당역을 찾아가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에서 보복 살인 혐의로 이번 재판이 열리게 됩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전주환은 이번 재판 내내 멍한 모습이었습니다. 기자의 느낌이 섞여 있지만 눈의 초점은 없어 보였고,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많은 것을 포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8일 열린 첫 재판 절차에서 전주환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양형 즉 형벌의 정도만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형벌 낮추기에 초점을 맞춘 전주환은 재판 시작 전부터 총 3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합니다. 15일 현재까지 전주환은 재판부에 총 13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양형 기준을 만들 때 주요 원칙 중 하나가 '재범 가능성'을 판단해 재범을 막는 것입니다. 전주환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 10일, 재판부는 전주환의 재범 가능성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습니다.

    증인으로는 임상수사심리학자인 김태경 서원대학교 교수가 참석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은 김태경 교수를 상대로 전주환의 심리 상태, 재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23.1.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결심공판
    검사 "전주환의 범행 영상, 임상심리평가내용 등 미리 송부해 드렸는데요. 그 자료 토대로 했을 때 심리학자로서 피고인의 성향, 특성에 대한 일반적 평가는 어떻습니까?"

    김태경 교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반응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내적 상태, 내적 세상에서 무언가 무의식적인 자극이 건드려졌을 때는 반응이 빠르고, 정서적 반응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임상심리학자 보고서에선 이것을 '자기초점적 주의' 경향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검사 "내적인 무언가가 건드려졌을 때는 반응 속도가 빠르다고 했는데요. 비전문가인 제가 잘 이해가 안 가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면…"

    김태경 교수 "전반적인 심리 평가, 조사, 면담할 때는 상당히 침착하고 주도 면밀, 감정적으로 메마르고 건조한 반응을 보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상반되게 자신의 감정, 생각을 촉발하는 질문이나 개인과 연결된 유형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즉흥적인 경향성이 관찰됐습니다. 상황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해석하는 것에 있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인위적인 것으로"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전주환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전주환에 대해 느꼈던 지점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주환이 감정 동요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23.1.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결심공판
    검사 "비전문가이지만 수사 검사로서 면담 과정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가 전주환이 범행 과정 이후 사건에 대해 감정적 동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데요. 그 부분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태경 교수 "여러 상황에서 전주환은 감정적 동요가 드러나지 않았고, 현장 검증하면서도 칼을 달라고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상황 재현에 나섰는데요. 정작 범죄자인 본인도 그런 상황에 노출되면 정서적으로 각성되고, 고통감을 다시 경험하는데 전주환의 경우 그런 반응이 전혀 없었습니다. 상황 그대로 떠오르는 상황에 처해지는데도 그런 반응이라는 것은 사건 당시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추정할 만합니다"

    검사 "전주환이 향후 살인 등 유사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은 어떤가요?"

    김태경 교수 "그것은 이 자료만으로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다만 자기 초점화된 사람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감정에는 비교적 풍부하게 반응하지만 타인의 감정·입장엔 공감하는 게 어려운 상태인 자료로는 평가됩니다. 이대로만 보면 재범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임상심리학자의 보고서를 본 전문가의 답변은 전주환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고, '상황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주환은 범행 당일에도 1시간 가량 피해자를 기다리며, 흉기를 소지한 채 휴대전화로는 웹툰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검사와 김 교수의 말이 오가는 상황에도 전주환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공판에서 범행 전후 CC(폐쇄회로)TV 영상을 재생할 때도 화면을 등진 채 영상을 외면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삶 포기할 생각에"…전주환의 최후진술과 피해자의 탄원서


    검사의 질문이 끝나자 전주환 측 변호인의 물음이 시작됐습니다.

    23.1.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결심공판
    변호인 "증인(김 교수)이 전주환을 직접 상담하거나 해서 평가를 내린 것은 아니죠?"

    김태경 교수 "네"

    변호인 "만약 전주환을 직접 상담하고, 현재 심리 상태를 확인했다면 다른 평가가 이뤄질 수도 있나요?"

    김태경 교수 "앞서 평가해서 보고서를 작성하신 분들이 충분한 경험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공인 자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균등한 훈련과정을 거쳐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변호인 "검사님 질문에 전주환이 매우 담담하고 동요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는데, 전주환이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정서적, 감정적 표현이 적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어떤가요?"

    김태경 교수 "하나의 가설일 수도 있고, 약을 얼마나 복용했는지에 따라 다를 순 있는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자신 개인 측면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감정 동요가 많이 보였던 것 같고요. 다소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됩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그러자 변호인은 전주환의 원만했던 학창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돈을 벌어 공부한 점 등을 근거로 전주환의 재범 가능성, 사회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23.1.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결심공판
    변호인 "전주환의 경우 학창 시절 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사달라고 하지 못하고, 인터넷 강의도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공부해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런 성장 과정을 볼 때 피고인에게 자제력이 있고 성실하다는 평가는 어떤가요?"

    김태경 교수 "본인에게 이익이 되고, 본인이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을 때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변호인 "전주환은 고등학교 시절 매 학년 한 학기의 반장을 맡을 정도로 교우관계가 원만했고,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교에서도 원만했고 동아리 활동하면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사회성 평가에 긍정적 요소인가요?"

    김태경 교수 "그럴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 평가만 보면 사회적 상황 판단, 이해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보입니다.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닌 듯 합니다" 

    변호인의 질문이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유의미한 말을 합니다.

    23.1.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결심공판
    변호인 "전주환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뒤 대학 고시반에서도 성적 우수자였고, 약 6년 간 공부해서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부모님이 내준 등록금 외에 국가장학금, 성적장학금을 받고 혼자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피고인의 성실한 생활 태도는 피고인에게 참을성, 충동 억제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나요?"

    김태경 교수 "이 평가 결과가 그래서 더 주목할만합니다. 전주환은 일반 상황에선 행동 억제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주관 영역에서 본인만이 갖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 여길만 한 곳이 손상되면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이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전주환이 일반적 상황에선 감정 조절이나 행동 억제가 가능하지만, 본인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훼손됐다면 행동 억제가 불가능한 유형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전주환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왜 저질렀냐는 질문에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을 구형 받고, 선고를 앞둔 상황이 되자 이제 내 인생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 죽고 나 죽자는 마음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습니다.

    김 교수의 증언에 재판부도 질문을 던집니다.

    23.1.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결심공판
    재판부 "자기 초점적 주의 경향이 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김태경 교수 "지금 상황에서 자료만 봐선 피해자와의 관계 이런 것들에 대해 본인이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훨씬 더 많이 분노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자기중심적이고 초점적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중략)

    재판부 "전주환이 과거 이성교제 과정에선 특이 사항이 없었는지 재판부가 양형 조사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볼만한 상황이 없었는데, 몇 년 지난 뒤 이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가요?"

    김태경 교수 "추정해 보면 본인도 인정하는 것처럼 법적 처벌 수위가 본인 생각보다 높고 결과적으로 자기 생에서 노력한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 분노를 더 이상 참지 않기로 결심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상황에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훼손된다면 일반적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주환을 본 전문가의 답변이었습니다.

    범행을 앞두고도 웹툰을 보고 있고, 범행 직후 현장 검증에서 덤덤하게 범행을 재현하며, 재판에선 증거 영상 시청을 외면하고, 재판 내내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던 그의 모습도 이런 성향의 발로였을지 모릅니다.

    '신당역 참사 재발 방지 촉구 추모문화제'. 황진환 기자'신당역 참사 재발 방지 촉구 추모문화제'. 황진환 기자
    이날 검사는 전주환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13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해 온 전주환은 최후 진술에서 "삶을 스스로 비관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겠다는 짧은 생각 때문에 저 스스로를 놓아버렸다. 제게 주어진 남은 날 동안 평생 잘못을 기억하며, 뉘우치고 속죄하며 살겠다"라고 말합니다.

    삶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그의 말은 재판이 끝나고도 아주 오랜 시간 기자의 뇌리에 남았습니다. 피해자가 생전에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이 문득 생각나서입니다.

    22.12.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 전주환 보복살해 혐의 공판
    피해자 아버지가 공개한 피해자의 생전 탄원서 中

    "저는 한때 누구보다 꿈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제 시간은 멈춘 것 같습니다. 단 한 가지 희망은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전처럼 지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길 바랍니다"

    "어떻게든 저도 다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여전히 저는 제 인생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용기를 내 스토킹 범죄를 고소한 건 참 잘한 일이었다고, 언젠가 스스로 다독여줄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들이 전하는 살아 숨 쉬는 법정 이야기 '법정 B컷'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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