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경. 김수영 기자서울 대표 학군지로 꼽히는 목동의 재건축 물꼬가 트인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뚜렷한 분위기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맞물려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집주인들은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며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통과후 목동 아파트 매물 4.6% 증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에 '신속통합기획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수영 기자서울시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의 큰 그림을 담은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결정안'을 수정 가결했지만 목동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서울시가 14개 단지 2만 6천여 가구인 목동 아파트를 최고 35층, 5만 3천여 가구로 두 배 이상 확장하겠다고 발표한지 15일로 일주일을 맞았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 진행 속도와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좋아 선호도가 높은 목동 신시가지 6단지와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5단지와 7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서울시 발표 이후 분위기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에는 2020년 6월 안전진단을 최초로 통과한 6단지의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6단지는신속통합기획 대장지이기도 하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통합심의를 통해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정비사업 방식으로 '오세훈표 정비사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5단지는 용적률이 낮아 재건축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7단지는 역세권으로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6단지를 합쳐서 3천세대가 넘는데 최근 1년간 매매 거래 건수가 손에 꼽힌다"며 "서울시 발표 이후 매수 문의 전화는 딱 1건이었는데 발표 이후 분위기를 물어보는 수준이었고,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7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매수 문의가 끊긴기는 꽤 오래됐고, 서울시 발표 이후에도 매수 문의는 전무하다"며 "'급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도 있지만 호가를 올리겠다는 집주인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다만 재건축의 물꼬가 트이면서 집주인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6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년 동안 실거래가 1~2건에 불과하다보니 집주인 중 상당수는 매도를 포기한 상황인데 서울시 발표로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입주 예정시기나 예상 추가분담금 등을 문의하는 집주인들은 하루에도 몇 명씩 사무실을 오간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매물은 677건으로 지난 9일(709건)보다 4.6% 줄었다. 하지만 단지별로 보면 5단지와 4단지 매물이 각각 1건씩 감소한데 그쳤고, 1단지는 매물이 3건 증가하는 등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토지거래허가제에 재건축 초과환수제 등 겹규제…집값 반전 한계"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전경. 김수영 기자목동의 이런 '정중동'의 배경은 토지거래허가제 등 겹규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27일 서울시는 목동 아파트 14개 단지를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는데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거래까지 멈췄다는 것이 목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지 지분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자금조달계획서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 이후 3개월 이내 입주를 해야 하는데 주택은 매입 후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월세로 임대할 수도 없다. 투자 목적으로 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 한 것이다. 학군지의 특성상 아이가 어릴때 집을 사놓았다가 학령기에 입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런 거래도 막혔다.
이런 이유로 목동 집주인들은 내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목동은 물론 삼성동과 잠실동 등 여러 지역이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는데 목동만 해제할 수 있겠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시장 침체의 배경인 고금리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고, 토지거래허가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규제가 여전한 만큼 서울시의 이번 발표로 목동 부동산 분위기가 변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지금은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다른 변수를 압도할 정도로 금리에 민감한 시장"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정밀안전진단처럼 재건축 사업장 장애 요인이 남아있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매수자도 극히 한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이번 발표로 목동 시장이 상승 반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