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통일부는 19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과 관련해 대북제재 완화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제적인 제제완화 방안으로는 △현재 유엔제재로 수출이 금지된 희토류와 철광석 등 북한의 광물을 우리 정부가 구매한 뒤 국제기구의 자금중개 계좌에 대금을 입금하면 북한이 이 돈으로 민생 품목을 구매하는 방안, △재외동포의 관광을 시작으로 향후 우리 국민으로까지 확대하는 3단계 북한 원산갈마 관광방안, △평양을 무정차 통과하는 서울·베이징 대륙철도 연구 방안 등의 구상이 제기됐다.
통일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도 추진 업무계획에서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밝혔다.
통일부는 먼저 유엔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 포괄적인 예외를 확보하고 북한을 다시 남북관계의 틀로 견인하기 위해 지난 1996년 이라크 Oil-for-Food Program과 2020년 이란-스위스 인도적 무역 메커니즘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미국이 당시 이라크와 이란을 대상으로 제재 문제를 해결하고 인도적 협력을 확대한 방안을 북한 제재 완화에 적용하는 구상이다.
정부가 북한의 광물과 희토류를 국제가격으로 구매한 뒤 대금을 국제기구의 '에스크로 계좌'(자금중개 계좌)에 입금하고 북한은 이를 보건과 기후, 민생 등 제한된 영역의 품목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체계이다.
통일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대금과 물자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대량살상무기 전용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교역체계의 구축"이라며 "남북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민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호혜적 남북 교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의 평양을 경유하는 서울-베이징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준비작업도 내년에 착수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 구상에 대해 "한국과 중국, 국제기구 협력을 통해 '서울·부산-평양(무정차 통과)-베이징'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구상을 추진하고 이와 병행해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는 방안"이라며 "내년에는 초기 조치로 한중간 한중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 기술 표준화 및 운영시스템 등에 대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다자의 틀 내에서 북한의 참여를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6월 개장한 국제 원산갈마 관광지구와 관련해서는 내년에 재외동포 고향방문의 개별 관광을 1단계로 추진하고, 이어 2단계로 우리나라에 온 중국 관광객들이 속초 등에서 원산으로 관광을 가는 남·북·중 환승관광, 3단계에서는 이산가족 등 우리 국민의 북한 관광을 추진하는 구상도 보고했다.
통일부는 북한 감염병 대응과 지방병원 현대화 등 남북의 보건의료 협력을 뒷받침하는 재원 마련을 목표로 국제 신탁기금 설립 구상도 보고했다.
아울러 남북 모두의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다자간 협력체계와 남북 간 자연재해 신속 대응을 위한 '위성기반 재난공조체계' 등 한반도 재난공조 위성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다.
통일부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비해 기업인 방북 및 현지 실태조사 대북제안 등 개성공단의 발전적 재개를 준비하고, 국제 원산갈마 평화관광과 연계한 금강산 관광의 재개 방안도 추진한다.
정동영 장관은 이런 내용의 통일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오늘 보고의 또 다른 시청자는 북에도 있을 것"이고 "남측이 이런 구상을 하고 있구나 하고 (북도) 이해할 것"이라며 "다만 단서는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와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보고한 '한반도 평화 특사' 임명의 경우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과 전략을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게 설명해 북미대화 재개를 추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장관은 "대북제재는 북한이 가장 적대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적대시 정책을 내려놓으라는 게 대화의 선결조건인데 제재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 방중 계기 전후에 북미정상회담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그런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의 자율성이 생길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최소한 하노이 회담 때 제기한 민수용 제재 5개 해제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해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의 비공개 업무보고 과정에서 지난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당시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발표한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앞으로 대북 제재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이미 '효력 상실'을 선언한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공식 폐기'를 선언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