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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지금 대학가는…尹보다 SPC 분노 "미래 우리일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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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르포]지금 대학가는…尹보다 SPC 분노 "미래 우리일 될 수 있어"

    편집자 주

    지난 15일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뒤 'SPC 불매 운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연이어 SPC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는 등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사고는 여전히 빈번한 현실입니다. SPC 사망 사고와 유사한 재해 사망의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짚어봅니다.

    대학가 'SPC 불매' 대자보 잇따라
    "노동 환경, 미래의 우리가 처할 문제"
    '정부 비판 대자보' 거리두기도

    서울대학교에 걸린 SPC 비판 대자보. 김정록 기자서울대학교에 걸린 SPC 비판 대자보. 김정록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르포]지금 대학가는…尹보다 SPC에 분노 "미래 우리일 될 수 있어"
    (계속)
    지난 15일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뒤 대학가에서는 SPC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도 동시에 붙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정치보다 노동 현실"이라며 SPC에 대한 분노를 더욱 크게 보이는 모양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희대·서강대·서울대·성공회대 등 대학가에는 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를 비판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날 방문한 경희대학교 청운관 로비 게시판에는 '악질기업 SPC, 도저히 소비할래야 소비할 수가 없습니다'라는 대자보가 게시됐다.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올림'은 대자보에 "SPC, SPL의 이윤 추구에 청년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라며 "언제까지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어야 합니까?"라고 적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일부 학생들은 인근에 붙은 대자보를 보며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란 포스트잇에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짧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한 학생은 "다음 수업에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대자보가 붙어 있어 눈길이 갔다"며 "남일 같지 않다. 대자보가 있어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청운관에 마련된 SPC 사고 관련 추모 공간. 백담 기자경희대학교 청운관에 마련된 SPC 사고 관련 추모 공간. 백담 기자
    추모 게시판에는 "파리바게트에서 1년간 알바를 하며, 제빵기사님의 보장되지 못한 휴게시간 및 점심식사시간이 먼저 기억난다. 쉬는시간 보장없이 뜨거운 열기에 수없이 화상을 입는 팔뚝이 정말 마음이 아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기도 했다.

    '울림' 소속 이상혁(19) 팀장은 취재진과 만나 "내가 미래에 일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 사건은 반향이 상당히 크다"며 "진영 구도 속에 갇히기보다 노동자, 민생의 위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학교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해당 게시판에는 '윤석열차는 탈선하여 사라져라'는 제목으로 윤 정부의 퇴진을 주장하는 대자보와 SPC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동시에 붙어 있다. 그렇지만 교정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반정부'에 동의하기보다 당장 맞닥뜨릴 수 있는 노동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였다.

    대자보가 붙어있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자유게시판 인근에서 만난 서울대 재학생 조모(24)씨도 '반정부'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SPC에는 분노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처음에는 SPC 사고가 그저 안타까운 사건이라고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후에 공장에서 흰색 천으로 가려놓고 바로 기계를 가동했다는 내용을 보고 화가 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빵 공장은 아니지만 공장 같은 곳에서 일도 해봐서 더욱 공감이 갔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에 대해서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조씨는 "원래 정치적인 의견들이 많이 붙는 곳이라서 특별히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SPC 비판 대자보를 붙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은세(20) 학생대표는 "SPC의 경우 학교 안팎에서 많이 접하면서 일상에 맞닿아 있다고 느끼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또 사고 이후 SPC 측의 대응도 공장을 바로 재가동 하는 등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행동을 해서 학생들이 크게 분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엠마오관 인근 게시판에 마련된 SPC 사망 사고 관련 추모공간. 백담 기자서강대학교 엠마오관 인근 게시판에 마련된 SPC 사망 사고 관련 추모공간. 백담 기자
    서강대학교 엠마오관 인근 게시판에도 SPC 사망 사고 관련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서강대 인권소모임 '노고지리'는 "그 죽음은 정말 남의 죽음인가"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한쪽엔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시험기간 도서관에서 나온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대자보를 바라보거나, 잠깐 눈길을 주다 이내 지나치기도 했다.

    서강대에 재학중인 김지환(20)씨는 "(SPC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미래에 곧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 이해하기 쉬워서 학생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 같다"며 "반면 반정부 시위 같은 정치적인 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느낌이다"고 말했다.

    서강대 재학생 한찬희(26)씨는 "이번 SPC 사건이 유독 관심을 많이 받은 이유는 아무래도 대학생 또래의 사건이기도 하고 사고난 기계 사진이 공개되면서 충격이 느껴지면서 분노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실 출범한 지 몇 개월 안된 정부에 '너 왜 그러냐'고 정치적으로 몰고가기에는 거부감이 든다"며 "하지만 적어도 SPC 사건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강대학교 엠마오관 인근 게시판에 마련된 SPC 사망 사고 관련 추모공간. 백담 기자서강대학교 엠마오관 인근 게시판에 마련된 SPC 사망 사고 관련 추모공간. 백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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