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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받은 만큼 일한다! MZ세대의 '조용한 사직'

    핵심요약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받은 만큼만 일하는 MZ세대 직업관
    업무 시간과 일상생활 분리 경향…코로나 영향 확산돼
    '평생직장', '허슬 컬처(과도한 열정)' 보다 '워라밸' 중시
    '나쁜상사' 뒀다면 '조용한 사직' 확률↑…직장 문화 변화 필요

    ■ 방송: 포항CBS <유상원의 톡톡동해안> FM 91.5 (17:05~17:30)
    ■ 진행: 유상원 아나운서
    ■ 제작: 김선영PD
    ■ 대담: 한동대학교 언론학회 언로너스 허윤 학생

     
    ◇ 유상원> 청년들과 함께하는 최신정보수다, 청정수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동대학교 언로너스 '허윤' 학생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허윤> 안녕하세요. 한동대학교 허윤입니다.◇ 유상원> 네,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하셨나요?

    ◆ 허윤> 오늘은 '조용히 사직'하는 MZ세대의 새로운 직업관에 대해 준비했습니다. '조용한 사직' 챌린지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면서, MZ세대의 직업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23'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도 '조용한 사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직장 문화가 변하고 있다면서 "오피스 빅뱅"의 핵심 중 하나로 '조용한 사직'이 언급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라디오에서는 '조용한 사직' 현상을 들여다보고, 과거와 현재의 직업관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트렌드코리아 2023' 출간 기자간담회. 국민일보 캡처'트렌드코리아 2023' 출간 기자간담회. 국민일보 캡처
    ◇ 유상원> 저도 최근 들어 부쩍 '조용한 사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챌린지 영상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조용한 사직' 챌린지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 허윤> '조용한 사직' 챌린지의 시작은 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온 17초짜리 영상인데요. 주인공은 뉴욕에서 IT 엔지니어로 일하는 자이드 펠린입니다. 펠린은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는데요. 이 영상의 조회수가 350만 회를 넘고, 4,500개가 넘는 댓글과 50만 개에 가까운 '좋아요'가 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후에 다양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조용히 사직하기' 영상을 올리며 일종의 챌린지가 시작된 것이죠.
     핫한 반응을 이끌어낸 챌린지 영상. 자이드 펠린 틱톡 캡처핫한 반응을 이끌어낸 챌린지 영상. 자이드 펠린 틱톡 캡처
    ◇ 유상원> 사직이라는 단어가 쓰여서 그런지,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인지 궁금합니다. '조용한 사직',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 허윤>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퇴사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조용히 사직하기'란 정해진 업무 시간에,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인데요. 업무 시간과 자신의 일상생활을 분리한다는 뜻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퇴근 시간 이후에는 일과 관련된 생각을 그만두고, 일과 관련된 연락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또, 업무 시간과 업무 공간을 벗어나면 일을 그만두지만,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는 점에서 '조용한 사직'은 태업과 다른 개념입니다.
     
    ◇ 유상원> 그렇다면, '조용히 사직하기' 챌린지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공감을 얻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 허윤> 앞서 언급한 대로, '조용히 사직하기' 챌린지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요. 8월 21일 자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조용한 사직'은 "MZ세대가 경쟁적 노동환경 속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기업의 태도에 대한 반발 심리는 '조용한 사직' 현상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번아웃이 심해진 것은 MZ세대가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을 엄격히 분리하는 동기가 됐습니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량 해고, 실직,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일에 대한 MZ세대의 관점이 달라진 것도 '조용한 사직'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조용한 사직'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지난해 12월 직장인 3,2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70%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비율 중 20대가 78.1%, 30대가 77.1%였는데요. 이는 40대(59.2%)보다 약 20%P 높고, 50대(40.1%)보다 약 40%P 높은 수치였습니다. 조사 결과에도 분명히 드러나듯이, MZ세대에 해당되는 20대와 30대는 40대와 50대보다 '조용한 사직'을 더 선호했습니다.
     MZ세대가 높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조용한 사직' 인식 설문조사. 사람인 캡처MZ세대가 높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조용한 사직' 인식 설문조사. 사람인 캡처
    ◇ 유상원> 예전에는 "한 직장에 뼈를 묻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고, '평생직장'이란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기도 했죠. 그런데 '조용한 사직'에 공감하는 MZ세대를 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업관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 허윤> 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직장을 자신이 '평생', 열심히 노력해야 할 공간이라고 여겼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 직장에 뼈를 묻겠다"는 말이나 '평생직장'이란 단어가 과거의 직업관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요즘에는 둘 다 잘 쓰이지 않습니다.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을 분리하지 않고, 직장에서 요구하는 업무에 대해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를 '허슬 컬처(hustle culture)'라고 하는데요. MZ세대는 '허슬 컬처'가 중시하는 직장에 대한 헌신보다 이른바 '워라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이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것이죠. 또, 직장이란 공동체가 개인에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도 새로운 직업관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시대에 따라 직업관이 바뀐 평생직장 인식 설문조사. 잡코리아 캡처시대에 따라 직업관이 바뀐 평생직장 인식 설문조사. 잡코리아 캡처예를 들어,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이 예전에는 한 직장에 오랫동안 다니는 것을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더 좋은 보수를 지급하거나 더 원만한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자유롭게 이직을 결정합니다. '조용한 사직' 현상도 일과 일상의 균형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이직을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 유상원> MZ세대의 입장에서는 '조용한 사직'이 솔직한 의사 표현이고, '워라밸'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조용한 사직'의 단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허윤> '조용한 사직' 현상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직원이 늘어난다면, 기업은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중시하는 조직 문화와 이윤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15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회사는 필요할 때 기꺼이 일하려는 인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고", "(조용한 사직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가 회사만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게도 좋지 않다"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조용한 사직'이 직원이 아닌 관리자, 즉 기업의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지난 8월 HBR에 따르면, 좋은 상사를 둔 직원이 '조용한 사직'을 하는 확률이 3%인 반면 나쁜 상사를 둔 직원이 '조용한 사직'을 하는 확률은 14%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기업에서 신뢰할 만한 조직문화가 올바르게 갖춰져야 '조용한 사직'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유상원> 허윤 학생 주위에는 '조용한 사직'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 허윤> 네, 제 주위에도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어서 물어봤는데요. '조용한 사직'을 실천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업무에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는데요. 왜 그런지 물었더니 주어진 일을 마치더라도 직장 상사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큰 부담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용한 사직'을 실제로 하고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퇴근 시간 이후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한 사직'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니 '조용한 사직'도 직장 문화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상원> 지금까지 MZ세대의 '조용한 사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허윤 학생은 '조용한 사직'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허윤> 저는 '조용한 사직'이 MZ세대의 새로운 직업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존의 잘못된 직장 문화 때문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과근무를 강요하면서도 수당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회사에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개인에게 노력을 강요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이 저해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사직' 현상이 바람직한 흐름인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일하다 보면, 그날 해결해야 될 과제인데 미처 끝내지 못해서 불가피하게 근무를 연장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퇴근 시간 이후에도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때 '조용한 사직'을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조용한 사직'을 고집한다면 팀워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도 있지만 업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무엇보다 '조용한 사직' 현상에 내재된 MZ세대의 심리를 이해하고 기존 직장 문화에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되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 유상원> 오늘 청년들과 함께하는 최신정보수다, 청정수 시간은 '조용히 사직'하는 MZ세대의 새로운 직업관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동대학교 허윤 학생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허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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