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바로 옆에 있었지만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됐던 송현동 부지가 녹지광장으로 조성돼 오늘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과 연계해 또다른 도심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권혁주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방금전 임시개방이 됐죠?
= 그렇습니다. 한 세기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시민들이 쳐다볼 수 없었던 송현동 부지가 녹지공간으로 조성돼 오늘 오후 5시30분부터 개방됐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방소식이 알려지면서 어제부터 많은 시민들이 부지 앞 일대를 찾았습니다.
공식 개방되는 오늘은 축하 행사가 진행 중인데요. 행사장을 찾는 관계자 또 시민 편의를 위해서 오후 4시부터 출입이 허용돼 많은 시민들이 현재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시민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송현녹지광장 임시개방 기념 개장식과 개방을 축하하는 '가을달빛송현' 음악회가 열립니다.
서울시는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활용되는 송현동 부지를 2024년 12월까지 약 2년 간 임시개방하고, 이 기간 동안 내년 개최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비롯해 키아프·프리즈서울, 작은음악회, 버스킹 등 시민참여형 문화예술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직장인이나 관광객 등 많은 시민들이 많이 찾을 거 같은데 어떤 볼거리가 있나요?
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7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 네 볼거리가 많다기 보다는 시원한 녹지광장 공원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땅 크기가 3만7천 제곱미텁니다. 평으로 만2천평 이상인데 광화문 광장의 세 배 정도의 크깁니다. 푸른 녹지와 가을꽃 등이 구경거립니다. 부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4m 높이의 장벽은 1.2m의 돌담으로 낮아졌는데요.
율곡로와 감고당길, 종친부길에서 드넓은 녹지광장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광장 중앙에 서울광장 잔디보다 넓은 만제곱미터 3천평 이상의 중앙잔디광장이 펼쳐집니다. 중앙잔디광장 주변에는 요즘 한창인 코스모스와 백일홍, 애기해바라기 같은 야생화 군락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마치 한적한 교외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광화문 일대를 찾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직장인, 일반 시민들이 구경과 산책삼아 많이 찾을 거 같습니다.
도심에 있지만 시민들이 볼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라고도 하던데 어떤 역사가 있는 겁니까?
= 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바로 옆 높은 담장으로 가려졌던 미개발지로, 수년째 방치된 나대지였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11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밖에서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주로 왕족들이 흩어져 살던 땅인데 1910년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 부지로 활용됐습니다. 또 광복 후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습니다. 이후에는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갔고요. 다시 대한항공으로 넘어가며 20여 년간 방치됐습니다. 조선왕조 문화의 상징이라 할 만한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땅이라 개발이나 인허가가쉽지 않았던 겁니다.
한마디로 조선 궁궐 옆 노른자 땅이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산업화 시대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방치됐던 아픈 역사의 땅, 비운의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도심 속 녹지로서 시민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민간의 땅을 서울시가 소유하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요?
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7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렇습니다. 이 땅이 서울시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대한항공 소유였습니다. 대한항공은 당초 한옥호텔 건립 또 문화체험공간으로의 활용 등을 추진했지만 인근 학교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해 20년 동안 묵혔습니다.
결국 경영이 어려워진 대한항공이 땅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2020년 서울시가 부지를 시민들의 쉼터인 공원과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겠다며 공원용도로 바꾸겠다고 밝혀 대한항공의 민간매각이 무산됐습니다.
이후 서울시가 이땅을 사들이기로 하고 대한항공과 지난한 협상을 벌였는데요. 당시 최대로 보상비를 받으려는 대한항공고 세금을 아끼려는 서울시간 줄다리기가 불가피했습니다. 더군다나 서울시가 예산 여건상 땅값을 한꺼번에 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요.
결국 여러 논의끝에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가세해 부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3자 합의가 성사돼
올해 7월 초 소유권이 대한항공에서 LH로 변경됐습니다. 조만간 소유권은 다시 서울시로 넘어올 예정입니다.
이건희 기증관도 들어선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획이 어떤 겁니까?
= 네 송현동 부지에는 2027년 가칭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섭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유족이 정부에 기증한 미술품 2만3천여점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국민작가 이중섭의 대표작부터 조선 후기 걸작으로 꼽히는 정선의 인왕제색도까지 많은 유명 작품이 전시될 것으로 보여 많은 시민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과 연계해 특색있게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광구 서울시 공공개발기획 담당관의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 : "서울광장 광화문과장 송현열린광장이 같이 연계되고 또 다른 특색을 갖는 각자 다른 역할 그러면서도 지향점을 찾는 작업을 저희가 할 겁니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에서 북촌으로 이어지는 내부로 난 지름길을 통해 연결되고요. 청와대와 인사동, 북촌 골목길로도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서울시는 인위적인 시설을 많이 설치하기보다는 넓은 녹지광장으로서 도심 시민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으로 조성해간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