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문제의 '동물 학대' 의혹 병원, 형사처벌 안 되는 이유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사건/사고

    문제의 '동물 학대' 의혹 병원, 형사처벌 안 되는 이유

    편집자 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며 동물병원 의료사고 분쟁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병원에선 학대 의혹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청구된 손해배상 판결에서 "반려동물은 사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수의사에게도 의료법을 유추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수의사의 의료 과실 혹은 학대 논란과 관련, CBS노컷뉴스가 원인과 대책 등을 면밀히 짚어봤습니다.

    [동물병원 의료과실 논란②]
    민사 손배 소송 전액 승소해도 동물학대·과실 혐의 없어
    과실범 처벌 규정 없고 동물학대 고의성 입증 어려워
    진료기록부 작성 안해도, CCTV 설치 안해도 처벌 안돼

    ▶ 글 싣는 순서
    ①[단독]반려견 '보리' 손 들어준 법원…"사물 아닌 정신적 교감 생명체"
    ②문제의 '동물 학대' 의혹 병원, 형사처벌 안 되는 이유
    (계속)

    최근 법원이 수의사에게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법리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가운데, 민사가 아닌 형사 사건에선 수의사의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의 피부를 절개해 수술했지만 막상 수술 흔적이 없거나, 수술 회복 과정에서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학대'로 보이는 행위도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현행 동물보호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 아산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동물 학대) 및 수의사법 위반(무면허 진료 행위, 과잉 진료 행위) 혐의를 받은 아산시의 A동물병원 B원장 등에게 지난 5월 16일 무혐의 처분(증거불충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B원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과 경기도 등 지역을 옮겨 다니며 동물병원 개·폐업을 반복하고, 의료 사고를 낸 뒤 책임을 회피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가 2019년 말부터 운영한 A동물병원에서만 피해자 10여 명이 나왔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중성화 수술 후 몸속에 스테이플러 심이 남아있는 보리 엑스레이(X-ray) 사진. 보호자 측 제공 중성화 수술 후 몸속에 스테이플러 심이 남아있는 보리 엑스레이(X-ray) 사진. 보호자 측 제공 
    경찰은 불송치 이유서에 "피해자들의 강아지들이 치료 과정에서 증세가 악화했다 할지라도 피의자 B원장이 수의사로서 치료 행위를 한 것 외에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손괴', '학대' 행위를 고의로 했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병원에 폐쇄회로(CC)TV가 없고, 행위 발생으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 수사에 들어가 동물 학대 혹은 수의사법 위반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진료기록부에 명시된 동물에 대한 의료행위는 정당 행위로, 형법상 위법성 조각 사유"라며 "형사적으로 고의범을 처벌하고 과실범은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데 B원장에게 과실이 있다고 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 형식적으론 죄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등을 금지하고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주의를 게을리한 '과실'로 죄를 범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동물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아무리 자주 발생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에 동물법 전문 한재언 변호사는 "의료사고를 막으려면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고의범뿐만 아니라 중과실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해야 한다"며 "최소한 자신의 행위로 동물이 다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고의에 가까운 수준으로 동물을 학대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또 동물 학대, 의료사고 등이 의심될 때 법적 증거 자료로 쓸 수 있는 진료기록이나 병원 CCTV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호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한 수의 진료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병원 처치실 CCTV 설치 및 진료기록부 제공 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의사법상 수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달리 진료기록부(진료부)를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발급할 필요가 없고, 기록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하더라도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한 변호사는 "현재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병원이 진료부를 주지 않으면 의료과실 여부를 떠나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을 통해 받아야 해 피해자가 미리 검토할 여지가 없다"며 "수의사법을 개정할 때 의료법의 입법 태도를 가져와 진료부를 꼼꼼하게 작성할 의무를 부과하고 환자가 요청하면 교부하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또 CCTV의 경우, 사람 대상 병원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지만, 동물병원은 해당 사항이 없다. 다만 애견미용실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지난 6월 18일부터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공동대표 박주연 변호사는 "CCTV를 설치한 병원은 많지만 막상 요구하면 시간을 끌다 보관기간이 만료되는 등 각종 핑계로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보호자가 적법하게 필요한 영상을 열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관련법 개정에 앞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 민법이 개정이 시급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본법인 민법이 개정되면 기타 동물 관련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민법 '제4장 물건'을 '제4장 물건과 동물'로 수정하고, 제98조 2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국회에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