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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밥값 올리는 대학들…학식 대란에 '캠퍼스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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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르포]밥값 올리는 대학들…학식 대란에 '캠퍼스 보릿고개'

    대학교 학식 가격 인상과 고물가 겹쳐 대학생들 '고군분투'

    고려대, 한국외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교 학생식당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하면서 점심값 줄이기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났습니다. 도시락을 싸거나 닭가슴살 하나로 끼니를 해결하기까지 학생마다 식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저렴하게 점심을 먹다 보니 대학생들의 건강과 식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에서 '학식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학생식당 가격을 안정화하고, 대학생들에게 영양가 높은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학교마다 500원, 1천원씩 가격 인상…비싼 곳은 6500원
    대면 수업 늘고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대학생 최대 고민 중 '식비'
    전대넷 "학생식당 가격 안정화 위해 정부 지원 필요해"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맛나샘'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지난 16일 오후 4시경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맛나샘'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2학기가 개강하는 9월. 지난 1학기보다 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캠퍼스들은 모처럼 학생들로 붐볐다. 하지만 활기찬 모습의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 있다.

    고물가에 겹쳐 터진 '학식 대란'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운영되는 학생 식당들은 개강에 맞춰 '학식' 가격을 일제히 인상 중이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은 학생들은 학식을 찾기 마련이다. 높아진 물가에 학교 인근 식당 주변도 밥값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마지막 보루인 학식마저 오르자 학생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숙명여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올해 최소 500원에서 1천 원까지 식대를 인상했다. 홍익대도 학식의 식대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8월 외식 물가 상승률이 8.8%를 기록하며 둔화세가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대학교 학생식당까지 줄줄이 식대를 인상하면서 대학생들이 점심값 줄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선 학생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학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식 가격 줄줄이 인상에 대학생들 '점심값 줄이기' 나서

    지난 15일 고려대학교 학생식당 게시판에 학생식당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부착됐다. 양형욱 기자지난 15일 고려대학교 학생식당 게시판에 학생식당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부착됐다. 양형욱 기자
    "국내 및 수입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여 부득이하게 학생식당의 가격을 인상하게 됨을 안내 드립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30분경 방문한 고려대 학생식당엔 '학생식당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오는 19일부터 학식 가격을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1천 원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학기 복학한 고려대 재학생 신모(24)씨는 한 끼 식사로 즉석밥, 김, 닭요리를 합쳐 4천 원 정도를 쓴다. 그는 미리 사둔 음식 재료를 집에서 용기에 담아와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에서 꺼내먹는다고 했다. 신씨는 "학생 입장에서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오르면 앞자리가 바뀌다 보니까 '다 오른다'는 심리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신씨 외에도 각교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이들은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 또 학생식당 식대를 500원 올렸다. 16일 캠퍼스에서 만난 연세대 재학생 유현서(24)씨는 학생식당 '맛나샘' 주문 키오스크에서 순살감자탕(5500원)과 라면(2천 원)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는 "학식만 주로 먹다 보니 확실히 (학식) 가격이 변하는 게 제 식비에 영향을 많이 준다"며 "예전보다 1천 원 정도 올라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고 했다.

    또 연세대 인근에서 자취하는 재학생 A씨는 "생활비로 식비, 월세를 내다보면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 중에 남는 돈이 없다"며 "개강 이후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한다"고 전했다.

    숙명여대도 지난 3월 2일 학생들도 자주 이용하는 교직원 식당 식대를 1천원 인상했다. 재학생 박모(23)씨는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평일엔 (학교로) 매일 와야 하는 상황이니까 식비 부담이 늘었다"며 "부모님이 챙겨준 집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식비를 아낀다"고 말했다.

    비교적 학식값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외대는 지난 1일부터 중·석식 가격을 500원 인상해 한 끼에 4천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교수회관 교직원 식당은 55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돼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오르는데 학식 질은? '정부 지원 확대 필요' 목소리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연세대학교 학생식당 '맛나샘'에서 학생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지난 16일 오후 4시경 연세대학교 학생식당 '맛나샘'에서 학생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 실시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식비 지출(47%)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학비(27.1%)와 주거비(14.2%)를 앞서는 비율이다.

    실제 식비 부담에 닭가슴살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도 있었다. 한국외대 재학생 장모(26)씨는 "자취하다 보니까 점심, 저녁을 다 밖에서 사 먹으면 식비가 많이 나가서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먹고 나머지는 대충 챙겨 먹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닭가슴살 한 팩은 약 570원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도 고려대, 한국외대 등 대학당국은 학식 식대 인상에 있어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물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 학생들의 불만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 식당 비용 인상과 관련해서 (총학생회와) 논의를 몇 차례 진행해서 이른 합의라고 알고 있다"며 학교나 운영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관계자 또한 "학생 대표인들과 이견을 조율하며 충분히 이해를 구했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학교 입장을 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가 상승, 경제 악화, 대면 수업 확대 등으로 생활환경이 변한 가운데 학식 가격마저 오르며 대학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식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연 전대넷은 "학식 가격 인상은 대학생의 식사권을 위협한다"며 "대학과 정부는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일부 대학에서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해 점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식은 영양사가 균형 잡힌 식단을 짜기 때문에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데도 그동안 적자였다"며 "떨어진 학식 질을 올리는 차원에서라도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대학 차원에서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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