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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n번방' 경찰 초동대응 실패 논란…부서 간 '핑퐁' 왜?



사건/사고

    미성년자 성착취물 유포 '제2의 n번방' 8개월 수사 미적
    디지털 전문 '사이버팀' 있지만 '영상 유포 후' 담당 규정
    경찰서마다 자체적인 업무 분장 규정 달라 피해자 '혼란'
    초기 증거 확보 중요한 디지털 성범죄…전담 수사기구 필요

    연합뉴스연합뉴스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제2의 n번방' 사건과 관련, 경찰이 8개월째 주범을 잡지 못하며 '늑장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수사가 늦어진 배경엔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있어 경찰의 모호한 업무 분장과 전문성 부족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제2의 n번방' 사건 수사가 미진했던 이유로 '영상 유포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사이버수사과가 아닌 여성청소년(여청)과에서 수사를 담당한다'는 내부 사무분장 규칙을 들었다. 지난 1월 피해자 중 1명이 경기 파주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했지만 디지털 범죄 전문인 사이버수사팀이 아닌 여청과에서 수사하며 범인의 IP 파악 실패 등으로 8개월 동안 수사가 늘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사건을 이관받아 6개팀 35명을 투입해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를 받는 주범 및 공범을 추적 중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최소 7명으로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상황이다.

    경찰청 사무분장 규칙에 따르면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는 '성폭력 사건', 사이버범죄수사과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촬영물 등 유포 사건' 등을 담당한다. '영상 유포'에 따라 담당 부서가 나뉘는 건 공통적이지만 일선 경찰서마다 재량으로 정한 업무분장 내규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일부 서울 소재 경찰서 업무분장 내규를 취재한 결과, 동대문경찰서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 대부분을 여청과에서 맡았지만 중부경찰서의 경우 사이버범죄수사팀이 온라인상 범죄를 담당하고 사건에 따라 여청과로 이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서에 따라 10여 년 전에 정해진 규칙도 있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거나 규정이 통일되지 않은 탓에 사건 피해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일 자신의 성적 행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온라인상 협박에 혜화경찰서를 찾은 20대 여성 A씨는 112신고 당시엔 사이버수사팀으로 안내받았지만 '영상이 유포되지 않았고 협박하는 경우'라는 이유로 여청과로 인계됐다. 그 과정에서 A씨는 반복해 피해를 진술했지만 '수사도 어렵고 대응하지 않는 게 낫다'는 수사관의 말에 신고를 철회하고 SNS 계정을 삭제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SNS에서 협조받아야 하는 등 수사 전문성이 필요해 일선서에서 부담으로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청장의 직접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지방청 단위로 사건을 이송하기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서울의 한 경찰서 여청과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를 특정해서 검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사이버 수사가 중점이 돼야 하고 그런 부분 전문성이 더 뛰어나고 추적, 특정하는 데 훈련된 사이버팀에서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경찰서 수사과장(사이버범죄 수사 지휘)은 "디지털 증거는 변조가 쉬워 확보에 까다로운 점이 있어 경찰서에 사이버 특채 전문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뢰성 확보를 위해 다 지방청으로 보낸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같이 관할을 미루는 '핑퐁' 기조를 놓고, 전문가들은 초기 증거 확보와 불법 영상 유포를 막는 게 중요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혜진 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 피해자 입장에선 어떤 게 증거가 되고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건을 바로 접수하고 빠르게 수사에 착수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전자기기 확보가 늦어지면 증거 자료 확보가 상당히 어려워져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김승주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문적인 지식이 떨어지니까 떠넘기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탁틴내일 이영희 상임대표는 "온라인 범죄는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수사관들의 전문성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거(디지털 성범죄)를 전담해서 하는 수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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