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르포]추석에도 무료급식…'고물가' 걱정에 "상추 대신 양배추"

뉴스듣기


사건/사고

    [르포]추석에도 무료급식…'고물가' 걱정에 "상추 대신 양배추"

    뉴스듣기
    핵심요약

    추석 연휴에도 무료급식소를 찾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이어졌습니다. 명절이지만 마땅히 모일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은 여느 평일과 마찬가지로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단체들은 '고물가'에 식재료를 구하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합니다.

    추석 맞아 만둣국, 송편, 시루떡 준비한 무료급식 단체
    "만날 가족 없으니 밥 주고 친구 있는 곳으로"
    봉사 단체 "고물가에 채소, 고기 준비 부담"
    코로나19, 끊긴 기부 여전히 회복 어려워


    사회복지원각사 제공사회복지원각사 제공
    "추석이라고 갈 데가 있나 그나마 여기서는 밥도 주고 친구들도 있으니까 왔다."

    추석 당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는 오전부터 무료급식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의 긴 줄이 늘어섰다. 추석이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은 무료급식이 시작하기 약 2시간 전부터 이곳에 모였다.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탑골공원 인근에는 어르신 100여 명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길바닥에 신문지, 폐지, 스티로폼 등을 깔고 순번을 기다렸다. 가끔 새치기를 하다가 걸려 작은 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명절날도 여느 평일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동대문구에서 온 김모(71)씨는 "아침 8시쯤 출발해서 10번째 안쪽인 것 같다"며 "나는 매일 아침에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에)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차라리 여기에 오면 밥도 주고 친구들도 만나니까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씨와 함께 줄을 선 70대 임경선씨는 "여기 보면 다들 매일같이 보던 얼굴 그대로 있다"며 "다들 만날 가족들이 없으니 온 것"이라고 말했다.

    탑골공원 후문 인근에는 여느 평일과 다름없이 장기판이 펼쳐졌다. 막걸리를 마시며 장기를 두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 걱정으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어르신도 있었다. 탑골공원 내부 정자에서 만난 60대 A씨는 "손주들이 어리고 나도 나이가 많으니 (코로나19가) 무서워서 이번에 모이지 않기로 했다"며 "그래도 아침에는 자식들이 보내준 조기를 졸여서 먹고 바람 쐬러 나왔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원각사 제공사회복지원각사 제공
    이날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원각사 측은 추석을 맞아 만둣국을 준비했다. 송편과 초코파이, 음료수 등을 포장해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의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어르신 250여 명이 무료급식을 받았다.

    경기도 성남에서 무료배식을 받으러 온 80대 B씨는 "(남편인)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자식들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며 "여기에 오니 명절이라고 만둣국과 떡도 챙겨주니 (기분이) 좀 낫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인근 다른 단체에서 나눠주는 시루떡과 생수 등을 받으러 서둘러 움직이는 어르신들도 보였다.

    추석 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오전 11시쯤 영등포역에서도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줄이 늘어섰다. 한 종교단체가 추석을 맞아 냉면과 김밥을 준비한 것이다. 이마저도 냉면은 금방 동이나 늦게 도착한 어르신들에게는 쌀국수 컵라면을 나눠줬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는 최모(61)씨는 "목요일마다 교회에서 나와 음식을 나눠준다"며 "평소에는 김밥 1줄만 주는데 오늘은 추석이라고 냉면하고 쌀국수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나같이 갈 데 없는 노숙자들은 추석에도 그냥 길거리나 돌아다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노숙인 C씨는 쌀국수 컵라면 1개를 받고도 30분을 더 기다려 3개를 더 받아 가기도 했다. C씨는 "챙겨둬야 나중에 막걸리 안주라도 한다"며 "물은 편의점이나 백화점에서 받는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이 끝나고 남은 냉면 박스를 챙겨가려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추석 연휴에도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단체는 최근 식재료 등이 물가가 크게 올라 걱정이다.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원각사 측은 "워낙 물가가 비싸져서 깻잎, 상추는 엄두도 못 내고 양배추로 대신할 정도"라며 "고기 가격도 많이 올라서 어르신들께 좋은 음식 대접 못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끊긴 기부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쌀은 기부가 계속 들어오는데 다른 식자재들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