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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영상]



편집자주

우리나라 경제의 해외 무역의존도는 70%를 넘고, 수·출입 물동량은 99.7%를 차지한다. 항만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리 정부는 2003년부터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만 민자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기대와 달리 재벌과 고위 공무원 등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방치됐던 항만 비리들을 파헤쳐 고발한다.

[항만, 부동산 투기 놀이터 되다③]
배후단지 개발하는데 사업명은 '부대사업'
항만법 피하고 민간투자법 적용…기업들 부동산 차익 3배
해수부 허점 인정 "민간투자 규제 수단 없었다"

▶ 글 싣는 순서
①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 '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계속)



현대산업개발(HDC) 등 민간기업이 평택·당진항 배후단지를 매입해 부동산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부대사업'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통상 배후단지 부지 가격을 정할 땐 항만법에 따라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부대사업으로 시행되면서 기업이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특히 부지가 기업의 대표 등 개인 소유로 돌아가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해수부가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대사업'이라 쓰고 '배후단지'라 읽는다?

  그래픽=김성기 기자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해수부는 지난 2006년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민간투자사업'을 고시했다. 수도권에 적체된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12만㎡ 규모(A·B·C구역)의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해수부는 고시(2006-51호)를 통해 사업 성격을 '부대사업'으로 규정했다.

배후단지와 부대사업(시설)은 다른 개념이다. 배후단지가 항만 뒤에 조성된 컨테이너 창고·사무실·주거단지 등을 아우르는 단지라면, 부대시설은 그 안에 지어진 건물에 불과하다. 배후단지에 설치된 음료 자판기도 부대시설로 해석이 가능하다.

적용 법령도 다르다. 배후단지는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는 국가소유 땅이기 때문에 항만법을 따른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민간기업이 타인에게 부지를 임대하는 것은 불가하다. 양도도 할 수 없다.

반면 부대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을 우선하다 보니, 부대사업으로 시행된 평택당진항 사업은 항만법이 정하는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사업 관련 해양수산부 고시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사업 관련 해양수산부 고시
배후단지 등 항만사업을 부대사업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만 정부기관 관계자는 "배후단지 개발은 보통 국가 주도로 항만공사 등이 맡아서 진행한다"며 "민간이 개발하는, 그것도 부대사업 형태로 실시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대사업' 단어 하나에 부동산 차익 '3배'


평택당진항 배후단지 사업이 부대사업으로 시행되면서 혜택을 본 곳은 땅을 사들인 민간업체다. 금싸라기로 불리는 배후단지를 원가에 사들이면서 부동산 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항만법상 민간기업이 항만 부지를 매입하려면 감정평가법인 두 곳 이상을 거쳐 나온 평균치를 땅값으로 지불해야 한다. 평가하는 시점도 완공이 된 이후다. 주변 시세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원가 매입은 불가하다.

  그래픽=김성기 기자하지만 이번 사업은 민간투자법을 적용받아 이런 절차를 피할 수 있었다.

사업에 참여한 민간기업들은 착공도 전인 2006년 매매 계약을 마쳤다. 당시 매입 가격은 1㎡당 16만원이었다. 바다에 매립도 이뤄지기 전이다 보니 주변 시세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배후단지가 완공된 2010년 6월 전후한 인근 부동산 거래가격은 1㎡ 50만원 내외였다. 항만법이 아닌 민간투자법을 따르는 부대사업으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땅을 사들인 것이다.

평택당진항 동부두 내항 배후부지 전경평택당진항 동부두 내항 배후부지 전경
업체들은 항만법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양도·양수' 규제도 피했다. 2006년 입찰 당시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A구역은 항만하역·화물물류 보관 업체인 영진공사가 낙찰 받았지만, 2010년 완공된 이후에는 영진공사뿐 아니라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회장 등 5개 지분으로 쪼개졌다.

C구역도 낙찰은 화물운송 업체 오케이물류와 SKC·국원이 각각 받았다. 하지만 완공 후에는 SKC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박장석 전 SKC 상근고문 등 개인에게까지 지분이 분할됐다.


해수부 허점 인정 "민간투자 규제 수단 없었다"

평택당진항 배후단지에 조성된 한 물류창고 부지. 현재는 공터로 남아있는 상태다. 정성욱 기자평택당진항 배후단지에 조성된 한 물류창고 부지. 현재는 공터로 남아있는 상태다. 정성욱 기자
평택당진항 사업 관할청인 해양수산부는 당시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민간투자에만 집중하다 보니 항만법 등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민간사업 특성상 (기업들의) 사업비 회수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적정성만 검토했던 것 같다"며 "당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규제 수단이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법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국고 환수 금액도 훨씬 많았을 것이고, 분양 이후에도 제재가 가능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부대사업으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선 "평택당진항 사업은 당시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민간투자법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만업계 "정부가 기업에 특혜준 것"


그러나 업계에선 해수부가 민간투자를 명목으로 기업에 큰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배후단지 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업체의 업력과 사업 실적, 재무능력까지 모두 평가받는다"며 "그만큼 요건이 까다로워서 '하늘의 별따기'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 사업은 항만법이 아닌 민간투자법으로 진행하면서 기업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피할 수 있었다"며 "정부가 민간투자를 명목으로 기업에 특혜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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