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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포워드 질주에 만리장성이 흔들…韓 농구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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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신 포워드 질주에 만리장성이 흔들…韓 농구가 달라졌다

    속공에 나서는 이우석. 대한민국농구협회속공에 나서는 이우석. 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추일승 감독이 중국을 상대로 치른 국가대표 사령탑 데뷔전에서 자신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추일승 감독은 KBL의 대표적인 명장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2016시즌 고양 오리온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추일승 감독은 문태종, 이승현, 애런 헤인즈, 김동욱, 허일영, 최진수 등 포워드진을 적극 활용했다. 센터의 높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팀 전반적인 높이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오리온은 경기 내내 미스매치 파티를 벌일 수 있었다. 속공 가담 능력과 3점슛 등 선수들이 지닌 다양한 재능은 추일승 감독이 구축한 팀 컬러 안에서 원활하게 돌아갔다. 더불어 가드 포지션에서는 조 잭슨이, 센터 포지션에서는 장재석이 중심을 잡는 멋진 팀 구성이었다.

    이 같은 추일승 감독의 '전공'은 국가대표 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B조 예선 중국과 1차전에서 허훈-최준용-송교창-김종규-라건아로 구성된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정규리그 MVP 경력을 자랑하는 허훈과 최준용이 나란히 백코트를 구축했다. 허훈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그런데 최준용은 신장 200cm의 장신 포워드다.

    그러나 최준용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볼핸들링이 좋은 포워드로 명성을 날렸던 선수다. 그의 재능은 서울 SK의 2021-2022시즌 통합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추일승 감독이 국가대표 최준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라인업 구성이었다.

    최준용. 대한민국농구협회최준용. 대한민국농구협회
    아쉽게도 최준용은 파울 트러블 때문에 중국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에게는 활용 가능한 카드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정규리그 MVP 출신인 신장 200cm의 포워드 송교창, 외곽슛이 좋은 202cm 빅맨 강상재, KBL의 떠오르는 신예이자 신장 196cm의 장신 가드/포워드 이우석 등을 적극 활용했다.

    그들은 한국 대표팀의 후반 반격에 크게 기여했다. 전반까지 43대45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20분 동안 중국을 50대36으로 압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빠른 공격 전환이 큰 힘을 발휘했다.

    한국은 중국을 93대81로 누르고 대회 첫 승을 거뒀다. 추일승 감독도 국가대표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를 신고했다.

    포인트가드 허훈과 이대성의 지휘 아래 대표팀의 포워드진은 수비 성공 이후 거침없이 코트를 질주했다. 스피드가 빠른 신장 207cm의 센터 김종규의 적극적인 속공 가담 능력도 빛을 발했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트랜지션(공수 전환)이 전반에 부족했는데 선수들이 경기에 적응하면서 (후반에는) 더 원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한국은 만리장성으로 통하는 아시아의 강호 중국을 만날 때마다 스피드와 외곽슛을 강조했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높이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전에서는 가드들이 스피드 농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중국의 높이에 막혀 골밑까지 파고들고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아무리 슈터가 많아도 외곽에서 공만 돌리다가 던지는 3점슛은 아무래도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종료 후 중국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대한민국농구협회경기 종료 후 중국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대한민국농구협회
    하지만 추일승 감독의 포워드 농구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라건아는 공수에서 든든한 존재였다. 그는 김종규, 강상재, 장재석 등 동료 빅맨들과 함께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수비와 리바운드 싸움을 펼쳤고 이는 한국의 신바람 속공 농구의 발판이 됐다.

    최준용, 송교창, 이우석을 비롯해 주력이 좋은 신장 200cm 전후의 선수들은 거침없이 코트를 달렸다.

    허훈과 이대성은 세트오펜스의 설계자이자 트랜지션 상황에서는 장신 포워드들의 질주를 지휘하는 사령관이었다. 현 대표팀 내에서 슈터로 가치가 높은 허웅은 득점이 많지는 않았지만(5점) 코트에서 스페이싱에 도움이 됐다. 다수의 장신 선수가 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스페이싱이다.

    조직력이 떨어졌던 후반에는 중국 수비가 우왕좌왕 했다.

    다만 중국은 이날 경기에서 100%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은 신장 212cm의 저우치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결장했다. 일부 대표팀 간판 선수들은 아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여러 선수들의 컨디션이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물론, 한국도 100% 전력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과 다시 만나고 저우치가 돌아온다면 한국은 분명 수비와 세트오펜스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랜지션은 더 중요해진다. 다시 한번 대결이 성사된다면 이전 대표팀과는 결이 다른 추일승호의 트랜지션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첫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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