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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주식 손실금은 갚을 돈 산정시 제외"…법원 '개인회생 준칙' 논란



금융/증시

    "코인·주식 손실금은 갚을 돈 산정시 제외"…법원 '개인회생 준칙' 논란

    서울회생법원,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기준 마련
    코인·주식으로 잃은 돈도 '갚을 돈'으로 봤었는데
    이달부턴 손실 후 남은 돈만 변제금 계산에 반영
    "위기의 20·30세대 지원 조치"라고 하지만
    "형평성 논란…정부 정책으로 해결했어야" 지적도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빚을 내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고 개인회생 절차를 밟을 경우 해당 손실금은 갚아야 할 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을 놓고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투자 실패로 빚에 허덕이는 젊은층을 구제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재검토 여지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채무자의 투자 리스크를 채권자가 과도하게 떠안게 되는 것이 맞느냐는 물음표도 붙는다.
     
    논란의 결정은 이달부터 곧바로 개인회생 신청사건에 적용된다. 현재 진행형인 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 절차 관련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실무 준칙 조항을 새로 만들면서다.
     
    개인회생이란 빚 부담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 가운데 앞으로 계속 수입이 예상되는 사람을 구제해 주는 제도다. 빚이 10억 원 이하(담보부채무 15억 원 이하)면 3~5년 동안 '일정한 금액'을 갚았을 때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 주는 게 골자다.
     
    꾸준히 갚아야 할 '일정한 금액'은 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빼 산정되는데, 중요한 건 이렇게 계산된 변제금 총액이 채무자의 보유재산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가 현재 재산을 처분해서 채권자에게 갚을 수 있는 돈(청산가치)이 3천만 원이라면 변제금 총액은 그보다는 높게 산정된다.

    결국 개인회생 절차상 채무자의 보유재산은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빚의 하한선인 셈이다. 그간 법원에선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잃은 사람이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손실액까지 보유재산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A씨가 빚 5천만 원으로 투자했다가 4천만 원을 잃었을 경우 남은 1천만 원만 보유재산으로 치는 게 아니라, 잃은 돈까지도 재산으로 보고 변제금 산정 때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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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번에 서울회생법원은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변제금 산정 때 "고려해서는 아니 된다"는 문구를 담은 새 조항을 실무 준칙에 포함시켰다. 다만 "제출된 자료 등에 비춰 채무자가 투자 실패를 가장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 문구를 덧붙였다. 해당 준칙은 사건을 처리할 때 작용하는 실무 기준이다. 쉽게 말해 통상의 경우 A씨의 투자 관련 보유재산을 1천만 원으로 보도록 실무 기준을 정한 것으로, 이전엔 재판부 판단 등에 따라 5천만 원 이상을 개인회생 과정에서 변제해야 했다면 이제는 1천만 원 이상으로 대폭 하향된 셈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준칙 마련 이유에 대해 "가상화폐 등 투자실패로 20~30대 청년층의 부채에 대한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고, 개인회생 신청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 실패로 파탄에 빠진 청년들의 빠른 복귀를 위해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투자 빚 탕감'이나 다름없는 이같은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4일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어려운 젊은층에 대한 구제 필요성이 있는 건 맞지만, (성실한 채무자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이는 만큼, 법원이 임의로 결정할 게 아니라 정부 정책적으로 해결했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준칙으로 돈을 빌려준 사람이 오히려 채무자의 투자 리스크를 과도하게 지게 될 경우 투자 시장 자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 교수는 "투자자가 투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채권자가 그 책임을 대신하게 된다면 돈을 빌려주려는 심리가 위축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구제 범위를 넓힌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 때문에 위험한 게 맞지만,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분들은 사실상 파산한 것이기에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건 가혹할 수 있다"고 봤다. 성 교수는 채권자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 줄 때 리스크 관리를 더욱 꼼꼼히 할 필요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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