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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Why]뜨거운 감자 북아일랜드, 미국은 왜 나섰나?



국제일반

    [월드Why]뜨거운 감자 북아일랜드, 미국은 왜 나섰나?

    브렉시트 불똥 튀면서 다시 갈등의 중심이 된 북아일랜드
    1998년 벨파스트 협정 이래 어렵게 지킨 평화, 美 영국 말리며 적극 중재 나서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표시. 연합뉴스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표시. 연합뉴스
    최근 북아일랜드의 관세 문제를 둘러싼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싸움에 미국이 등판했다. 백악관과 미국 하원이 나서 영국 정부를 말리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줄곧 영국과 한 목소리를 내왔던 미국이 북아일랜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영국을 말리는 이유는 뭘까? 북아일랜드의 기구한 역사부터 살펴보자.

    "한마리의 종달새를 가둘 수 있어도, 그 노래를 가둘 수는 없다"

    1981년 북아일랜드 청년 바비 샌즈가 자신을 테러범이 아니라 정치범으로 취급해줄 것을 영국에 요구하며 최장 단식투쟁을 벌이다 남긴 말이다. 샌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헝거>는 당시 북아일랜드 투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준다.

    1970년대 80년대를 넘어 90년대 중반까지도 북아일랜드는 분쟁의 땅이었다. 아일랜드가 자치국 형태로 독립할 때, 신교도가 많았던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았지만 아일랜드로의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영국과 독립세력간 유혈사태가 30년간 이어졌고 3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일랜드 분쟁을 종식시킨 것은 1998년에 체결된 '벨파스트 평화협정'이었다. 금요일에 체결돼 '굿 프라이데이 협정'으로 불리는 이 협정으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과 친영국 연합주의들 간에 타협이 이뤄졌다. 30년만에 어렵게 찾은 평화였다.

    그런데 북아일랜드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영국 '브렉시트'의 불똥이 북아일랜드에 튄 것. 영국과 북아일랜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는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이동해 왔는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영국-EU 고래 싸움에 낀 북아일랜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연합뉴스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연합뉴스
    2019년 10월 보리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끝내기 위해 EU와 타협안을 체결해 한시적으로 북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 관세 장벽을 설치했다. 그랬던 영국이 이 타협안을 일방적으로 깨려고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가 점점 영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 길을 걷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엇던 것이다. 지난 5일 실시된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선거에서 아일랜드계 무장투쟁조직(IRA) 정치조직으로 출발한 '신 페인' 정당이 사상 처음으로 1당을 차지한 것도 영국의 위기의식을 건드렸다.

    EU는 강하게 반발했다. 북아일랜드에서 서로 무역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영국과 EU간의 대립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해 영국과 EU의 무역 전쟁이 벌어질 위기다.

    지켜보다못해 미국이 등판했다. 미국은 영국을 적극 말리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성명을 내고 "영국이 북아일랜드 협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면 미국 의회가 영국과 FTA를 맺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왜 영국을 말리나?


    런던 빅벤과 EU 국기. 연합뉴스런던 빅벤과 EU 국기. 연합뉴스
    미국이 영국을 말리는 이유는 바로 '벨파스트 협정' 평화가 깨질 경우 언제든지 이 지역에 유혈 분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물리적 국경을 만들 경우 독립 세력을 자극해 투쟁이 격화될 수도 있다. 팰로시 의장은 "유혈 분쟁을 알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북아일랜드 아이들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뜩이나 세계 무역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영국과 EU의 무역 분쟁까지 벌어진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아일랜드계 출신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중재는 먹히고 있을까. 아직은 긴장의 연속이다. 영국은 EU의 반발에도 북아일랜드의 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가져온 벨파스트 협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영국과 EU가 한발씩 양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무역전쟁의 파국으로 치닫게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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