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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 출근길 노조 현수막 떼라"…경찰의 재빠른 '충심'

사건/사고

    [단독]"대통령 출근길 노조 현수막 떼라"…경찰의 재빠른 '충심'

    같은 불법, 다른 잣대…'선택적 정의'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용산구 집무실까지 이동하는 출근길 주변에 게시됐던 민주노총의 현수막이 제거됐다. 경찰은 "불법으로 추정돼 구청에 조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불법 현수막은 방치해 '선택적 정의'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이 새 대통령의 심기에 거슬리는 현수막은 황급히 제거한 반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게시물은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민첩하게 충성심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민주노총, 대통령 출근길에 "파리바게트 노조 탄압 중단" 게시…제거
    尹 대통령 지지자들 게시한 '취임 경축' 현수막은 존치
    두 현수막 모두 불법…경찰, 선택적 정의 논란에 "현수막 단속, 구청 업무"

    윤 대통령 출근 차량 행렬. 연합뉴스윤 대통령 출근 차량 행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용산구 집무실까지 승용차로 출근했다.

    이에 앞서 서초구청 당직실은 오전 7시30분쯤 도시관리국 광고물정비 담당 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이 사저에서 나서는 출근 시간이 오전 8시20분쯤이니 그 전에 급하게 취할 조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직실은 광고물정비 담당 앞으로 "대통령 출근길에 있는 삼호가든사거리에 미신고 불법 현수막(노조탄압 관련)이 게첨돼 있어 빨리 제거해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 당직실 직원은 "조금 전 서초경찰서 정보과에서 전화와서 전달드린다"면서 경찰이 구청에 요청한 사안임을 밝히면서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출근날인 11일 서초구청 당직실에서 오전 7시 30분쯤 광고물정비 담당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독자 제공윤석열 대통령의 첫 출근날인 11일 서초구청 당직실에서 오전 7시 30분쯤 광고물정비 담당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독자 제공
    해당 현수막은 출근길을 미리 살펴 본 경찰의 요청으로 구청 직원이 급히 제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현수막에는 "SPC 파리바게트 노조탄압 멈춰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현재 SPC는 직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회유하고, 조합원의 승진에서 차별하는 등 '노조파괴'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현수막 제거 요청의 이유로 '불법'을 언급했지만, 출근길에는 이외에도 다른 불법 현수막이 존재했었다는 점이다. 또 민주노총이 게시한 똑같은 현수막이 대통령의 출근길이 아닌 다른 지역에는 그대로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출근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경찰이 과잉 충성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크로비스타 외벽에 설치된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 이는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다. 독자 제공아크로비스타 외벽에 설치된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 이는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다. 독자 제공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이 거주하는 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외벽에는 입주민이 게시한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이 당일 오전 내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부가 아닌 외벽에 현수막을 설치할 때는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해야만 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아크로비스타에 붙어 있는 취임 축하 관련 현수막은 불법 미신고 현수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선거법은 '당선 축하' 현수막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구청 허가가 없더라도 게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취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현수막과 똑같이 옥외광고물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

    경찰이 구청에 현수막 제거를 요청한 이유로 불법성을 지적했지만,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도 불법이라면 논리가 군색해진다. "선택적 정의를 구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이 불법 현수막의 단속 주체가 아님에도 어떤 현수막이 불법인지에 대해 선택적으로 판단한데다가, 이를 근거로 특정 단체의 현수막만 골라서 제거했기 때문이다.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해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이 불법인 것으로 추정이 돼 구청에 불법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불법이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경호처 등에서 따로 연락이 온 건 없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불법 현수막에 대해선 왜 별다른 조치가 없었는지'에 대해선 "불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참고하겠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이 아닌 서초구 내 다른 지역인 양재사거리에는 민주노총이 게시한 현수막이 그대로 달려있다. 독자 제공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이 아닌 서초구 내 다른 지역인 양재사거리에는 민주노총이 게시한 현수막이 그대로 달려있다. 독자 제공
    또 출근길 외 지역에 있는 민주노총 현수막을 제거 요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저희가 불법 현수막만 찾으러 다니는 게 아니고 원래 구청 업무다. 근데 저희가 대통령 출근길에 배치가 됐는데, 근무지를 오가면서 해당 현수막이 보이니까 구청에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처음부터 해당 현수막을 '불법 미신고 현수막'으로 전제하고,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청 직원이 출근도 하기 전에 경찰의 다급한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했다. 정말 문제가 있어 현수막을 제거해야 했다면 구청 업무시간에 조치를 취했어도 됐기 때문에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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