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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에 술렁이는 검찰 일선…총장 책임론까지(종합)



법조

    '검수완박'에 술렁이는 검찰 일선…총장 책임론까지(종합)

    더불어민주당, 4월 검수완박 법안 통과 추진
    대검 실무 간부, 내부망에 "힘 모아달라" 호소
    "목 넣는 거북이 마냥 사라진 선배들" 비판도
    대검, 검수완박 반대 공식화…고검장회의 소집

    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인 것에 대해 대검찰청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선 검사들은 격양된 반응이다. 대검찰청 실무 책임자는 내부망에 "안타깝고 죄스럽다. 힘을 보태달라"는 호소 글을 올렸고, 이를 본 한 일선 부장검사는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선배로 모시는 것이 부끄럽다"고 썼다.

    8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소위 검찰개혁에 관한 총장님, 고검장님들 입장이 궁금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여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검찰총장 등 고위 간부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은 총장님을 중심으로 경륜이 높은 고검장들의 중지를 모아 어려운 현안에 대응한 전통과 관행이 있다"며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그을 올릴 지경이 되도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조부장님 등은 조용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꼬집었다.

    또 김오수 총장을 향해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다"라면서도 "현 정부 들어 기조부장을 수행하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라며 사의를 표하신 문모 검사장님 정도의 소극적인 의사 표현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며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을 때는 언제이고, 역풍이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리시는 분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는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의 글은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이프로스에 앞서 올린 글을 읽고 답한 것이다. 권 과장은 "전날 퇴근 무렵 법사위원 사보임 소식을 들었다"며 "이제 '민주당 3 국민의힘 3' 구도였던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 국민의힘 2 무소속 1'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럴 경우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동일한 의견을 가지면 소위 심사가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지만,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과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며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고 죄스러울 따름이지만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검찰 구성원 모두 힘을 보태달라"고 썼다.

    연합뉴스연합뉴스이 글에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검사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은 "소추권자가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질서 파괴 행위"라고 검수완박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은 현재의 형사사법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아무런 명분없이 추진되는 검수완박은 분명히 대가를 치를 것이고 일선도 중지를 모으겠다"고 썼다. 다른 재경지검 부장검사도 "현 상황을 전파해줘서 감사하다. 다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선 지검·지청도 연달아 검사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구지검은 김후곤 지검장 주재로 이날 긴급 화상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대구지검과 8개 산하 지청 검사들이 참석했다. 대검은 전날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 자료들을 일선지청에 내려보내 대응 방안을 고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 수도권의 부장검사는 "다들 격앙돼 있는 심정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고검장 회의가 열린다고 하니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도 "평검사 회의는 부장급 간부를 제외하고 자유롭게 지청별로 열릴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이프로스에 '연산군과 검수완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조선시대 연산군의 애첩인 장녹수가 이웃집을 뺏었다가 사헌부에 적발이 됐는데, 연산군은 사헌부 수장을 비롯 간부들을 체포하고, 사헌부는 물론 홍문관과 사간원을 모조리 폐지했다"며 "주권자이신 국민이 잘 지켜보고 있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영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는 "검사님들 1년 전 시행된 수사권 조정으로 얼마나 편해들지셨습니까. 검사 생활 15년 만에 드디어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보고 있다"며 "검수완박이 되면 국민과 경찰분들이 힘들어질뿐 검사들은 더욱 편해지고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데 반대하지 마세요"라고 비꼬았다.

    격앙된 일선 반응에 대검찰청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우선 대검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검찰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라며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70여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오고 국민 불편을 가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의 문제 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법안에 대해 한번 더 심사숙고해주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대검은 이날 오후 5시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도 연다. 회의에는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서울과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고검장 등이 참석한다. 이날 회의는 통상 1~2개월 마다 열리는 고검장 회의였지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검수완박 대응이 중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런 검사들 반응에 대해 '총장 흔들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이프로스 글이나 댓글을 보면 모두 작성자가 특정 성향을 가진 검사들이다. 정권 이양기 본격적인 총장 흔들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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