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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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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이 불편한 이유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4대 금융지주 지난해 순이익 14.5조 원…이자이익 34.7조 원
    정부 정책실패, 유동성 확대 등 외부요인이 실적 성장 이끌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박수 대신 비난 쏟아지는 이유 돌아봐야

    연합뉴스연합뉴스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4조 5429억 원으로 전년 10조 8143억 원 보다 34.5%나 증가했다. 각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 4조 4096억 원, 신한금융 4조 193억 원, 하나금융 3조 5261억 원, 우리금융 2조 5879억 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모두 전년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이들 금융지주보다 실적이 좋은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 글로벌 대기업들 정도로 손에 꼽힌다. 또,  4대 금융지주의 총 이자이익은 34조 706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다. 전세계에서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파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40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층에 대한 대출 만기가 연장되고 이자유예가 실시되는 등 실물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두고 여론이 좋지 않다. 특히, 최근 각 금융사별로 임직원들에게 수백퍼센트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연합뉴스연합뉴스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이런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다. 주로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은행 실적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수수료이익 비중이 큰 증권사와 카드사, 보험사 등 계열사의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이자이익과 관련해서도 할말은 많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1108조 711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8.2% 늘었다. 대출 총량이 늘었으니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급증한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

    여기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은행들이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사실상 유도하면서 강한 총량 관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성은 더 좋아진 측면도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다만, 금융사들의 이런 이유있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는 이자장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예를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임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배당을 높인다고 이를 비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내는 제조업체와 달리 금융사는 고객이 맡긴 돈을 다른 고객에게 빌려줘 돈을 번다. 당연히 돈을 맡기는 고객은 높은 이자를, 돈을 빌리는 고객은 낮은 이자를 원하지만 금융사는 두 이자의 차이, 즉 예대금리차가 커야 수익도 함께 커진다. 결국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수록 은행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이 최대 실적을 냈다는 소식을 달가워할 이들은 별로 없다.

    동시에 앞서 살펴본 대로 금융지주의 지난해 최대 실적은 부동산 등 정부의 정책실패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확대 등 외부 환경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 4대 금융지주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심지어 대부업체까지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부지리'로 얻은 결실을 임직원이나 주주만 나눠가지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40조 원에 이른다.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 돈을 빌린 고객들 가운데서는 위기에 노출된 이들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경제 하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기업이 구성원에게 그 결실을 나누는 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굳이 20년도 훌쩍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금융사들이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성원 못지 않게 이자에 짓눌린 서민들의 고통도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박수받지 못하는 현실을 '표정관리'로 은근슬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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