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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로 번질지도"…'기우'가 기본권 막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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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대규모 시위로 번질지도"…'기우'가 기본권 막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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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숨죽여야 했던 기본권들 중 하나가 바로 집회·시위의 권리(집시권)입니다. 누군가는 생업을 잇지 못해 죽어가는 마당에 '그깟 집회를 못한 게 대수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집회야 말로 가장 약한 사람들이 벼랑 끝에서 목소리를 낼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생존권이면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기본권입니다. 그럼에도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집시권을 누구보다 엄중히 수호해야 할 법원 역시 지난 2년간은 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염병으로 인한 집시권 침해가 법원에서마저 얼마나 용인됐는지, 그 사유들이 타당한지, 법원의 후퇴로 인한 부작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봤습니다.

    법원도 못지킨 집회의 자유②
    '기본권 vs 공공복리' 놓고 같은 상황, 다른 해석
    작년 광복절 9개 집행정지 사건서도 기각7-인용2
    "인터넷 집회해라"…판사마다 너무 다른 집시권 인식

    ▶ 글 싣는 순서
    ①코로나에 완패한 '집회의 자유'…법원도 못지켰다
    ②"대규모 시위로 번질지도"…'기우'가 기본권 막아도 될까
    ③'코로나니까' 1인시위도 금지?…"법원이 굳건했더라면"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한 가운데 경찰 관계자가 집회 참석 인원 299명 제한을 알리는 모습. 황진환 기자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한 가운데 경찰 관계자가 집회 참석 인원 299명 제한을 알리는 모습. 황진환 기자
    "대규모 집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집회로 확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회금지가 타당한지 살펴본 판사들은 같은 상황 조건에서도 개개인의 인식과 해석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신규확진자 수나 백신접종률, 심지어 집회 주최측까지 동일한 상황에서도 결론이 갈리면서, 기본권을 다루는 법원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본권 vs 공공복리' 놓고 같은 상황, 다른 해석

    CBS노컷뉴스가 '감염병'과 '집회'를 동시 키워드로 옥외집회 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70건(2020.2~2021.10)을 분석한 결과 기각(집회 불허)과 인용(허용)의 근거는 한 끗 차이로 갈렸다.
     
    우선, 기각과 인용 결정에서 모든 법관이 행정기관의 집회금지처분으로 인해 집회 주최측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크게 3가지 범주에서 공공복리에 대한 위협이 얼마나 가까이 와있는지를 판단하면서 결론이 바뀌었다.
     
    크게 ①코로나 상황 관련 ②신청인(집회 주최측) 이력 또는 역량 ③향후 위험에 대한 판단이다.
     
    우선 기각 결정을 한 재판부들은 ①코로나 상황 판단과 관련해 △확진자 수가 증가(또는 감소) 국면이므로 '중대한 기로'인 점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 전이며 보존적 치료방법밖에 없는 점 △백신접종률이 아직 높지 않은 점 △실외 비말 농도가 낮더라도 집회의 특성상 집단행동에서의 예측불가능성이 커 다른 다중이용시설과 비교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인용 결정을 한 재판부들은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인 점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 △실외 비말의 농도는 실내보다 낮아 비교적 안전한 점 △기타 다중이용시설과 대중교통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코로나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상반기와 위드코로나 직전인 올해 9월 이후를 제외한 기간에는 비슷한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기각과 인용 결정이 엇갈렸다. 비슷한 확진자 수와 백신접종률, 거리두기 단계 등의 상황에서도 이를 얼마만큼의 위협으로 해석할지를 두고 재판부마다 차이를 보인 셈이다.
     
    ②신청인(집회 주최측) 이력 또는 역량 판단에서 기각 결정을 한 재판부는 △신청인이 제시한 집회 방역대책과 관리역량이 의심스러운 점 △집회 신고 인원수에 비해 과다한 준비물을 기재해 의심스러운 점 △소수인원(9명)임에도 이동 동선에 따라 감염우려가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반면 인용 결정을 한 재판부는 △신청인이 제시한 방역대책으로 관리가 충분해 보이는 점 △담당 행정기관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통제가 가능한 상황 △소수인원(9명)이므로 불특정 다수와의 밀접접촉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근거로 서술했다.
     
    대부분의 집회 주최측이 신고인원의 10% 안팎을 방역대책 준수를 위한 관리인원으로 서술했는데,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재판부마다 해당 인원이 충분한지 여부를 두고 판단이 달랐다. 또 인용 결정을 한 재판부는 집회 주최측만이 아닌 담당 행정기관이 안전한 집회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③향후 위험에 대한 판단에선 코로나 확산과 관련한 법관 개개인의 우려 수준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각 결정을 한 재판부는 △차량 집회이더라도 감염위험을 배제 못함 △인근 유동인구와 다수 집회신고 양태로 보아 대규모 집회로 번질 가능성 △추모제 형식의 집회는 음료나 음식물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지적했다.
     
    반면 인용 결정을 한 재판부는 △집회가 신고내용과 달리 이뤄질 가능성만으로 집회 자체를 금지할 경우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하게 됨 △대규모 집회로 확산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등을 근거로 썼다.
     

    작년 광복절 9개 집행정지 사건서 '기각 7: 인용 2' 엇갈린 결론

    광복절 도심집회가 예고된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는 모습. 박종민 기자광복절 도심집회가 예고된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는 모습. 박종민 기자비슷한 시기 기각과 인용 결정이 엇갈린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광복절 집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14일 하루 동안 9건의 집회금지처분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렸는데 이 중 7건은 기각, 2건은 인용 결정이 나왔다. 인용 결정 2건은 같은 재판부의 판단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2020.8.14. 서울행정법원, 광복절 집회금지처분 집행정지 사건 결과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 2건-신고인원 각 3000명: 기각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 2건-신고인원 1000명, 100명: 인용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 1건-신고인원 300명: 기각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 3건-신고인원 2000명, 100명, 100명: 기각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 1건-신고인원 5000명: 기각

    2020년 8월 14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전국 1만4873명, 서울 1767명이었으며 8월 7일부터 일주일간 전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43명에서 8월 13일 103명으로 증가 추세였다. 집회 신고단체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9개 집행정지 신청자들이 대부분 같은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등 사실상 같은 주체로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신고한 집회의 양태와 방역대책도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행정6·12·13·14부는 위의 기각 사유들을 종합적으로 인용해 당시 시점에서 광복절 집회는 위험하며 주최 측이 제시한 관리역량도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행정11부는 "집회 자체를 금지해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 감염병 확산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각종 방역수칙을 제시해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개최를 금지하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의 인용 사유들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코로나 감염 우려는 모든 사회활동에서 상존하며 앞으로 자유와 안전의 조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발견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터넷 집회도 가능하지 않나"…판사마다 너무 다른 집시권 인식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헌법재판소는 2003년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행정기관이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명료하지만 인권침해적인 방법을 쓰기 이전에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오히려 행정기관이 아닌 집회 주최측에 다른 방식의 집회를 제안하는 법관도 있었다.
     
    일부 재판부는 "인터넷 방송이나 온라인 청원 등 다른 방식으로 집회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반드시 현시점에 신청한 장소에서 긴급히 집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정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기각 취지를 썼다.
     
    또 특정 재판부는 심리를 맡은 관련 사건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다른 재판부는 모두 '인용' 결정을 내리며 법관별로 가진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A재판부는 차량집회나 9명 소수집회를 비롯해 자신이 맡은 9개 사건 모두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B재판부는 100명 가까운 인원이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도 모두 인용 결정을 했다. C재판부는 10인 이하 집회에 대해선 시기와 관계없이 인용 결정을, 그 이상 인원이 신고된 집회에 대해선 기각 결정을 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 한명이 하나의 법원으로서 법과 원칙은 물론 자신이 인식하는 '사회적 정의'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유로 접수된 집회금지처분 집행정지의 경우 사실상 동일한 사건들이기 때문에 이처럼 자의적인 판단이 나온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최근까지 엇갈렸던 결정들을 토대로 결국은 기본권 수호를 위한 방향으로 결론이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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