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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TV조선 기자 통신영장까지 받아…황제 조사 덫에 갇혔나



법조

    공수처, TV조선 기자 통신영장까지 받아…황제 조사 덫에 갇혔나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황제 조사'를 보도한 TV조선 취재기자 A씨를 상대로 통신영장까지 발부 받아 내사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대상을 넘어선 영장까지 청구하며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출범 초부터 '이성윤 황제 조사'로 내상을 입었던 공수처는 1년 내내 황제조사의 덫에 갇혀 이미지 쇄신의 기회조차 놓친 모양새다.

    공수처는 이성윤 황제 조사를 보도한 TV조선 취재기자 A씨를 상대로 내사를 벌이며 통신영장을 받아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공수처는 법조 기자 수십명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조회해 '언론 사찰' 논란이 일었다. 통신자료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되고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반면 통신영장이라고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 일시, 통화 시간, 상대방의 전화번호 등을 포함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기본권 침해라는 제도적 문제가 있어왔지만, 통상 수사기관은 수사를 할 때 피의자를 상대로 통신영장을 청구해 통화내역을 확보한 뒤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조회한다. 공수처도 언론 사찰 논란이 불거지자 수사 중인 피의자 통화 내역에 있던 인물들을 살핀 것일 뿐이라며 반박해왔다. 고발 사주 의혹이나 이성윤 공소장 유출 피의자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 받아 통화 내역을 확보해 상대방을 알기 위해 통신자료를 조회해봤더니 기자들이 나왔고 사건과 관계 없을 경우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A기자의 경우 가족과 지인 등 민간인까지 광범위하게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가 공식적으로 밝힌대로, 피의자를 수사하면서 통신영장을 쳐 통화내역을 확보한 뒤 상대방을 찾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아예 기자를 대상으로 통신영장을 받은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 수사관이 기자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의심해 A기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내사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통신영장을 받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고 난 뒤에는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이후 30일 이내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예 처분을 하지 않아 당사자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
    공수처의 TV조선 내사는 이성윤 황제 조사 보도가 있었던 4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TV조선이 4월 1일 황제 조사를 보도한 후 5일 뒤 공수처 수사관은 CCTV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에 방문해 누가 CCTV 영상을 가져갔는지 탐문했다. 지난 6월 초 TV조선이 다시 한 번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공수처의 뒷조사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당시 기자가 어떻게 영상을 확보했는지 경위를 캐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만 보유하고 있어야 할 자료인 CCTV 영상이 부당한 경로로 유출됐다는 첩보 확인을 위해 해당 건물 관리자를 대상으로 여러가지 사항을 묻다가 기자가 영상을 확보하게 된 경위까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를 상대로 통신영장을 받은 것도 검찰 관계자가 CCTV기록을 언론에 유출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내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 대상과 범죄가 한정돼 있는 공수처가 '관련 사건'을 만능키 삼아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적어도 수사관과 검사의 공모관계를 영장에 적시했으면 문제가 없지만, 수사 대상이 아닌 수사관의 언론 유출 사실만 적혀 있으면 위법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건 관련자로 통신 영장을 청구한다면 내사 단계에서 모든 국민이 통신영장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수처가 제대로 된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은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해 보복성 내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자신이 어떤 사건을 해야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시대적 과제지만, 검찰 권력이 남용되는 사례 등을 면밀하게 따져 권력형 범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 검찰이 하는 시시콜콜한 실수와 잘못까지도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여기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적법 절차에 따라 활동을 진행했다"며 "진행 중인 개별 사안의 구체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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