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해 수백억원 상당의 주식 매수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정점 권오수 회장이 16일 검찰에 구속됐다. 주가조작에 이른바 '선수'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관련자들에 이어 권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이제 이 회사 관련 주식 수억 원 어치를 거래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관여 여부를 따지는 쪽으로 향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10시 50분쯤 상장사 주가조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회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권 회장에 대한 두 차례 소환 조사 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회장은 회사 대표이사로 일하며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유출하고 주식 매매를 유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방어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9년~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636억원 상당(1599만여주)을 증권사나 투자자문사 사람들에게 구매를 유도하거나 본인이 직접 사는 방식으로 불법 거래를 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권 회장의 구속으로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마무리 국면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당초 해당 의혹을 경찰이 2013년 내사 종결했고 비슷한 시기 금융감독원은 권 회장의 공시의무 위반 의혹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점을 근거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가조작에 '선수'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관련자들이 이달 초 차례로 구속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이어 당시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고 잠적한 '선수' 중 핵심인물인 이모씨가 지난 12일 검거됐고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권 회장에 대해서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검찰 수사는 이 사건에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단계로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의혹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지난해 초부터 김씨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김씨는 2010년 권 회장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았고 그에게 계좌를 맡겨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錢主)'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 전인 2009년에는 우회상장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 상당을 장외매수하고 2013년 무렵 도이치모터스 계열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 약 2억원 어치를 '액면가'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세보다 싸게 사는 과정에서 일종의 특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연합뉴스2009년~2012년 도이치모터스의 주식 거래에 '주가 조작'이 있었다는 게 사실상 검찰 수사의 중간 결론인 만큼 비슷한 시기 이 회사 주식 수 억원을 거래한 김씨가 이러한 과정을 알고 투자했는지 여부 등을 검찰은 들여다 볼 전망이다. 다만 검찰은 권 회장이나 이씨 등 '선수'들의 구속영장이나 공소장에 김씨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씨 측은 주식계좌를 이씨에게 맡겼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고 계좌 회수시점도 2010년 5월인 만큼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사팀은 김씨와의 접점이 의심되는 주가조작 범행이 2012년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포괄일죄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잠적했던 이씨를 검거한 만큼 그를 상대로 김씨를 조사하기 전 계좌를 빌려주고 거래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 확보에도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