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가 야당 의원들의 대장동 문구 관련 마스크 착용 논쟁으로 정회한 뒤 여야 간사들이 대화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올해 국정감사를 마무리하는 청와대 대상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이 시작부터 파행 위기를 맞았다.
국회 운영위는 26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를 대상으로 한 국감을 실시했다.
그러나 운영위 소속 여야 위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마스크와 복장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 탓에 질의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감사가 중지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같은 문구의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착용한 채 국감에 참석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가 야당 의원들의 대장동 문구 관련 마스크 착용 논쟁으로 정회한 뒤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그러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청와대의 업무보고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야당 위원님들께서 특정한 후보, 청와대와 관계없는 특정한 구호와 리본을 달고 국감에 임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여진다"며 "여야 간사들끼리 협의를 하셔서 국감을 원활하게 치를 수 있도록 마스크와 리본을 제거하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오늘 저희가 청와대를 소관으로 (국감을) 하는데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 그 어떤 것도 다 들어야 한다"며 "이 마스크는 저희가 다른 상임위 때도 늘 착용을 했었지만 그 어떤 상임위에서도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지난 국감 내내 저희가 이것을 가지고 싸우지 않았나. 다른 상임위에서 이것을 가지고 파행을 몇 번이나 했다"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주장이라면 제거해 달라는 것 또한 민주당의 주장이다. 국감이 거의 끝나가는 데 여기까지 이런 정쟁을 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한 의원께서 지적을 잘 해주셨는데 딱 한 마디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개구리가 올챙이 때 시절을 생각 못 한다고"라며 "대통령을 향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 못 할 일인가. 자신이 없구만, 민주당이"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여야의 공방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개인의 자유는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제가 덥다고 웃통을 벗고 러닝셔츠로 앉아 있다면 개인의 자유가 아니지 않느냐"며 "근조 리본을 달고 계신데 근조 리본은 상갓집에서 큰 상을 당했을 때 다는 것이다. 오늘 국민의힘이 무슨 큰 상을 당했나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도 "저도 마스크에다 '김용판 허위사실 유포', 가슴에 다는 것에 '윤석열 120시간 노동 망언' 이런 것 달고 나올 수 있다"며 "행안위 국감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20억 원을 전달했다는 사진을 조폭이 페이스북에 자랑삼아 올렸던 것으로 잘못된 사진으로 올리는 것을 보셨을 텐데, 굉장히 문제가 있었다"고 말해 운영위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국민의힘은 좀 빠른 진행을 원하는데 이렇게 보고도 하기 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회의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일단 유감을 표한다"며 "야당의 견제적 기능에 대해서 여당이 보기도 싫다는 그런 속 좁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은 "김병주 의원께서 검은 리본이 국민의힘 해체를 위한 상가냐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대장동 게이트는 단군 이래 최대의 특혜 비리"라며 "국민의 70%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또 깔아뭉개고 있는 민주당에 조의를 표하는바"라고 비난했다.
윤호중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국회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의사진행 발언 종료 후 구호가 적힌 마스크 착용 여부의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위해 잠시 회의를 중지하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다시 한 차례 고성이 오갔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슨 얘기 하십니까", "아니 청와대한테 이렇게 엎드릴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항의하자 "그게 어떻게 엎드리는 겁니까. 김정재 의원 말씀 삼가세요"라고 소리친 후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