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경찰이 '늑장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고발 사주' 수사에 대해 따져 묻는 등 맞섰다. 또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권주자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권주자가 연루된 사안에 대해 여야가 화력을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 셈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대장동 개발에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련 수사가 5개월 넘게 늦어졌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과 관련 "최초 배당이 경제팀이었다"며 "다른 사건과 함께 처리하다 보니 (늦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씨의 473억 원 인출 등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공문을 받았으며, 사건은 용산경찰서 경제팀, 지능팀에 배당됐다가 최근 경기남부청에 이송됐다. 경기남부청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와 함께, 시민단체가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한 곽상도 의원 부자 등도 배당받아 조사하고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4월에 인지했으면 검찰보다 훨씬 빨랐을 텐데 전혀 수사를 못하고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역시 "경찰 수사가 언론 뒷꽁무니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구준(왼쪽) 국가수사본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경찰 수사 총책임자인 남구준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국감에서 "결과적으로 아쉽긴 하지만 뭉갠 것은 아니다"라며 "FIU에서 통보받은 것은 시·도 경찰청에 배당하고, 시·도 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거나 다시 배당하는 체계"라고 밝혔다.
검경 합동수사 혹은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비효율적 수사를 진행할 바에는 특검에 넘기는 게 낫지 않나"며 "경찰이 공연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합동수사본부'와 관련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수사 경과에 따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아직까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검경 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청장은 협의와 관련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여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권 예비후보가 연관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현재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한 고소, 고발이 몇 건인가"라며 "이 사건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기 문란 사건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청장은 "경찰이 진행하는 중요 사안에 대한 수사는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의지와 역량을 동원해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맨 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국민의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부친이 거주했던 서울 연희동 자택을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인 김만배씨 누나가 매입했다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민주당에서는 윤 후보 장모 최모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경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씨가 2006년 2월 경기도 양평군 공흥리 259번지 등 일대 농지 다섯필지(2965㎡) 등을 매입하면서 영농 계획을 적었는데, 해당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결과적으로 땅을 경작하지 않았으니 농지법 위반"이라고 따졌다. 이에 김 청장은 "사실 관계 확인이 안 됐지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청년들 가슴은 무너진다"며 "경찰에서 명백하게 이 부분 밝혀서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여야 공방으로 1시간량 지연됐다. 야당은 이른바 '윤석열 엑스파일'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정대택씨 증인 철회를 요구했다. 국감이 시작된 후에는 '대장동 특검'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감장에 들어서기도 했다.
여당은 '마스크를 바꿔 착용하라'고 요구하며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백혜련 의원이 "김도읍 의원이 눈알 부라리면서 한마디 하실 것 같다"고 말하자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정대택씨 증인 철회를 수용하고, 국민의힘은 마스크를 바꾸는 선에서 서로 합의해 국감이 진행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