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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 붕괴 '빌미' 비상주 감리, 현대산업개발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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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건물 붕괴 '빌미' 비상주 감리, 현대산업개발이 '주도'

    건물 붕괴 참사 당일엔 증거 인멸‧조작… 경찰 본사 압수수색은 7일 뒤
    감리계약 권한 없다던 현대산업개발, 조합 대신 비상주감리 주도해 선정
    현대산업개발 간부 참사 당일 비상주감리에게 "감리일지 준비를" 지시
    이형석 의원, 국감서 "현대산업개발은 반성과 책임 있는 태도 보여야"

    광주 건물 붕괴 사고 현장. 조시영 기자광주 건물 붕괴 사고 현장. 조시영 기자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 사고의 간접 원인으로 꼽히는 '비상주 감리' 계약을 현대산업개발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참사 당일 밤 비상주 감리에게 감리일지를 작성한 것처럼 꾸미라고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조작과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참사 일주일 뒤 진행해 뒷북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구을)은 5일 열린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현대산업개발은 반성과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질타했다.
     
    이형석 국회의원은 이날 경찰청 국감에서 "최근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권한이 없다던 해체공사 감리 선정과 사고 원인이 된 비상주감리 결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과 사고 당일부터 증거 조작을 했다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노 모 부장은 감리업체가 선정되기도 전인 2020년 11월 26일 감리자 차 모 씨와의 전화통화에서 감리 비용 산출 문제를 놓고 상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차 씨는 광주 동구청으로부터 같은해 12월 31일 해체공사 감리업체로 선정됐고 이후 재개발조합과의 계약은 이듬해인 2021년 1월 20일 이뤄졌다.

    또한 현대산업개발 노 모 부장은 차 씨가 감리로 선정된 후 직접 전화를 걸어 감리계약을 하자며 견적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차 씨는 상주감리 기준으로 1억 5천여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노 부장은 금액을 조율하며 감리비용을 깎더니 5천만 원 이상은 절대로 안된다고 말하며 5천만 원 이하로 작성된 계약서를 들고와 차 씨와 '비상주 감리' 계약을 조합을 대신해 체결했다는 구체적 증언을 확보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시공사인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건물 앞에서 사고 진실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시공사인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건물 앞에서 사고 진실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결국 현대산업개발이 사고 원인이 된 비상주감리를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가 기자들에게 '사고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하던 참사 당일 그 시각, 현대산업개발 노 부장, 도급업체인 한솔 직원 강 모 소장, 감리자 차 씨가 증거조작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사고 당일 밤 12시 무렵 노 부장은 현대산업개발 사무실에서 차 씨를 만나 "감리일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차 씨는 "감리일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사진을 달라"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감리일지를 작성하지 않는 등 안전 점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감리자 차 씨는 "노 부장이 한솔의 강 소장에게 감리일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해 놓으라고 한 것 같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차 씨는 새벽 3시 무렵 감리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사무실에 갔고 7장 정도를 작성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참사 당일 극도로 혼란한 상황에서 증거조작과 인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장 사무소가 아닌, 현대산업개발 본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은 참사 일주일 이후인 지난 6월 16일 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해 뒷북 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형석 의원은 "광주 학동 붕괴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반성은 커녕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것에만 급급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참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찰청은 현대산업개발의 불법 재하도급 방조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입찰 방해 여부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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