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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르포]"냄새에 일상이 고통스럽다"…서산 마을서 무슨 일이

    핵심요약

    충남 서산의 한 농촌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로 눈을 뜰 때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일상을 공격해오는 '이 냄새' 때문입니다. 한 주민은 "도시에 층간소음이 있다면 농촌에는 이 냄새와 관련된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말하는 냄새의 문제는 잠시의 불쾌함이 아닌, 숨 쉬는 것부터 매순간 마주하는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떠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떠나. 늙어서 돈도 없고 이사도 못 가고 진저리가 나."
     
    마을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노인들이 마을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파란 하늘 아래 조용해 보이는 농촌마을. 마을 주민들은 연신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한 주민이 한여름에도 열 수 없는 문을 가리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한 주민이 한여름에도 열 수 없는 문을 가리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충남 서산시의 한 마을에 사는 노부부는 자주 두통을 호소한다. 부부가 함께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한 적도 있다.
     
    이 마을에는 돼지 약 4천 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이 있다. 축사에서 발생한 악취는 바람을 타고 마을 전체에 짙게 깔리곤 한다. 냄새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평일과 휴일도 없다고 했다.
     
    도시에서 살다 이 마을로 옮겨온 이모씨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간간이 맡던 냄새' 정도를 생각했다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호소다.
     
    농장과 바로 이웃한 김모씨는 집 안에서도 빠지지 않는 냄새에 고통스럽다. 김씨는 "냄새가 나서 밥을 못 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친구들과의 왕래가 끊기고, 동생들에게 "여기서 어떻게 사느냐"는 말을 들었다. 본가를 찾은 자녀와 손주들이 역한 냄새에 코를 막고 다니고, 오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다.
     
    농장에도, 서산시청에도 수십 차례 민원을 넣고 호소했지만 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농장이 공사를 하며 축사 주변에서 냄새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던 나무들을 베어낸 탓에 냄새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 여름에는 냄새가 극에 달했다고 한다. 폭염에 돼지들의 폐사를 막기 위해, 축사 내 냉방시설을 충분히 갖추는 대신 축사 개폐시설을 열어놓으면서 냄새가 더욱 심했다고 한다.
     
    서산시청 환경과에서 악취를 포집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 시 환경과는 해당 농장에 과태료 처분과 함께 개선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농장에 내려진 과태료는 50만 원이었다.
     
    한 주민은 "과태료가 에어컨 한 대 값도 안 되는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악취 문제에 대해 해당 농장주는 "그간 안 한 건 아니지만…"이라면서도 "지금 보조금을 받아 일부 개선 조치를 하고 있고 공법도 바꾸는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참다못해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집을 사들이는 이가 없어 움직일 수도 없다고 한다.

    "두통에 구토, 냄새로 밥 못 먹을 정도"
    기존 악취 문제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퇴비사 신축 등으로 갈등 더욱 커져


    이 주민의 집과 농장은 1㎞가량 떨어져 있지만 바람을 타고 퍼지는 악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김정남 기자이 주민의 집과 농장은 1㎞가량 떨어져 있지만 바람을 타고 퍼지는 악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김정남 기자기존 악취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농장이 분뇨를 처리하는 퇴비사 2개 동을 새로 세우는 등 시설을 확장하기로 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퇴비사는 가축의 분뇨를 숙성시키는 시설이다. 숙성이 완료된 분뇨의 냄새는 줄어들지만, 숙성 과정에서 유발되는 악취를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악취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악취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상당하다.
     
    이 같은 두려움에 대해 주민들은 어느 곳에서도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해당 퇴비사에 대한 인허가 권한은 서산시청 건축허가과에, 농장 규모 등에 대한 관리는 축산과에, 악취에 대한 부분은 환경과에서 각각 맡고 있다. 퇴비사 신축을 두고 '법적·제도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것이 각 실과의 설명이다.
     
    건축허가과는 인허가 과정에서 해당 퇴비사의 악취 저감 요건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기본적으로 분뇨를 적법하게 처리하는 시설을 더 갖추겠다는 것은 장려되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축산과는 사육두수와 축사의 규모 등은 제재하지만 사육시설이 아닌 '처리시설'인 퇴비사는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환경과는 퇴비사가 유발할 수 있는 악취에 대해서는 퇴비사가 다 지어진 이후에 살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을 주민 110가구는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서명부를 낸 상태다. 고속도로 휴게소 상하행선 2곳에서도 악취와 관련된 이용객 민원이 제기되며 서명에 동참했다고 한다. 퇴비사가 악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시설 신축은 막아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부서에서는 이미 인허가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이를 번복할 경우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있어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주민은 "기존 문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시설을 도리어 늘린다고 하니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인데 인허가가 돼 되돌릴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실과에 물어도 '이 문제는 다른 부서에 물어보라'는 대답만 돌아오고 부서들을 빙빙 도는 실정이라 답답한 마음에 맹정호 서산시장 면담도 요청해봤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피를 말리는 심정이다. 숨 좀 쉬며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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