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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연대의 힘으로 핀 소년의 꿈…'빌리 엘리어트'



공연/전시

    [노컷 리뷰]연대의 힘으로 핀 소년의 꿈…'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2022년 2월 2일까지

    신시컴퍼니 제공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9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공연 중인 대성디큐브아트센터. 2030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루는 여느 뮤지컬 공연과 달리 객석은 가족 관객으로 가득 찼다. 가족 관객 유형도 모자, 모녀, 부녀, 부부 등으로 다양했다. 공연은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7세부터 80세까지 58명의 배우가 따뜻함과 유머를 섞어 사회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세 번째 시즌(2010 초연·2017연 재공연)을 맞은 '빌리 엘리어트'는 대처 수상이 집권하던 1980년대 중반 영국 탄광촌이 배경이다. 석탄 산업 국유화 조치로 탄광이 폐쇄되자 탄광 노조는 파업에 들어간 상황. 공연은 광부들이 '공동체를 구하자'(Save our community) 플래카드를 흔들며 "모두 다같이 영원히/우린 자랑스러운 노동자"라고 합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탄광노조에서 이탈자가 생기고, 노조와 경찰의 대립이 격화하는 등 탄광촌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꿈꿀 권리가 있다. 11살 소년 '빌리'처럼. 빌리는 열혈 노조원인 아버지, 형,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그런데 복싱 수업이 끝나고 우연히 참여한 발레 수업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어느 순간부터 발레리노를 꿈꾼다.

    연대(Solidarity). '빌리 엘리어트'가 관객에게 보여주려는 핵심 메시지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처럼 발레 선생님, 가족, 탄광 노조원 등 마을의 어른은 빌리가 발레리노 꿈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한 마음 한 뜻으로 돕는다.

    미세스 윌킨슨은, 빌리가 발레에 재능을 보이자 로열 발레스쿨 오디션을 제안하고 매일밤 개인 레슨을 해준다. "쫄쫄이 입고 놀고 있어? 발레는 여자 아이나 하는 거야"라고 불같이 화냈던 아버지는, 발레에 진심인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신념마저 바꾼다. "배신자"라고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아들의 오디션 비용을 대기 위해 탄광노조에서 이탈해 일터로 향한 것.

    노조원들도 어느새 빌리의 소중한 꿈을 지켜주기 위해 나선다. "여비에 보태라"며 십시일반 모은 동전을 아버지에게 건넨다.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주고 싶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읽혀져 관객의 마음도 덩달아 먹먹해진다.

    신시컴퍼니 제공신시컴퍼니 제공
    명장면이 적잖다. 빌리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춰 미래의 '성인 빌리'와 함께 파드되(2인무)를 추다가 플라잉 장치를 이용해 날아오르는 '드림 발레' 장면은 아름답다.

    로열 발레스쿨 오디션 현장에서 심사위원이 빌리에게 "춤출 때 어떤 기분이 드니"라고 묻자 "그 순간 나는 완전해지죠. 귓가에 음악이 들리고 난 사라져요. 그 순간 느끼죠. 뜨거워진 나를. 새처럼 날아오르는 느낌. 자유를 얻죠"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로열 발레스쿨에 합격한 후 탄광촌을 떠나는 빌리에게 미세스 윌킨슨이 "여기서 멀리 떠나. 완전히 처음 시작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뭉클하다.


    "졌어. 파업은 끝났어. 복귀야. 10년 지나면 남는 탄광은 없어." 이들의 투쟁은 막을 내렸지만 공동체의 아름다운 연대의 힘으로 소년의 꿈이 피어났기에 실패했다고 얘기할 수만은 없다. "당당히 걸어나가/우리 끝까지 함께 하리라/차갑고 텅빈 이 땅에서." 마지막에 울려퍼진 광부들의 노래는, 빌리에게 불러주는 노래일지도 모른다. 빌리야, 훨훨 날아오르렴.

     '빌리' 역의 김시훈(12), 이우진(13), 전강혁(13), 주현준(12)은 3시간 동안 탭, 힙합, 재즈, 발레, 아크로바틱 등을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나간다. 조정근, 최명경(아빠 역), 최정원, 김영주(미세스 윌킨슨), 박정자, 홍윤희(할머니 역) 등 베테랑 배우들은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2022년 2월 2일까지.신시컴퍼니 제공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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