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월성원전 방사능 줄줄 샜다…"공사중 시설 파손" 인재(人災)



산업일반

    월성원전 방사능 줄줄 샜다…"공사중 시설 파손" 인재(人災)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좌측부터 월성1~4호기. 한수원 제공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좌측부터 월성1~4호기. 한수원 제공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과 삼중수소 유출과 이로인한 토양·하천오염 사고는 한국 원전사상 최악의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 원전 내부시설 공사 과정에서 원전의 핵심시설에 구멍이 뚫리거나 손상이 발생한 줄도 모른채 장기 방치해오다 10여년 만에 조사를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원전부실관리의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 원인 조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조사위원회의 불만을 사고 있다.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 안 고인물에서 최대 71.3만 베크렐/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같은 해 5월 WS-2 관측정에서 삼중수소 28200 베크렐/L가 검출됐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은 10일 "원전부지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되자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 한 것이 조사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삼중수소·감마선 원전 곳곳서 줄줄 샜다


    그래서 2021년 2월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월성원전 내 다수(4곳) 지점에서 삼중수소와 방사능(감마선)이 유출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SFB(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남측 벽체에서 냉각수가 2.7L 누설됐고 SFB 바닥슬래브에서 많은 양의 냉각수가 유출됐다. 조사단이 SFB 주변을 9m 굴착하자 그곳 토양에서 감마핵종(Cs-137)이 최대 0.37 베크렐/g이 검출됐다.(허용농도는 0.1) 물에서는 삼중수소가 최대 75.6만 베크렐/L 및 감마선 최대 0.14 베크렐/g 검출됐다.

    또한, 원전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에서 최대 71.3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터빈 갤러리는 원전건물 지하의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커다란 터널구조물을 말한다. WS-2 관측정에서도 삼중수소 농도가(28200베크렐/L) 높게 나타났다.

    원자력 안전법상 삼중수소는 유출되면 안되는 위험물질이다. 흡입할 경우 신체 각부위에서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암과 신장, 폐 등 장기 손상이다.

    월성 1호기 터빈갤러리, 냉각수 도관 및 접속구 구조. 원안위 제공월성 1호기 터빈갤러리, 냉각수 도관 및 접속구 구조. 원안위 제공

    공사 중 '원전시설 파손'이 유출 원인


    방사능이 유출된 원인은 정말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SFB)는 2012년 실시한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 설치공사가 원인이었다. 공사 과정에서 지반보강용으로 박은 기초파일 7개가 바닥을 관통해 SFB의 차수막을 부순 것이다.

    보수공사 전(왼쪽)과 보수공사 후(오른쪽) 비교. A와 B지점이 공사로 손상된 곳이다. 원안위 제공보수공사 전(왼쪽)과 보수공사 후(오른쪽) 비교. A와 B지점이 공사로 손상된 곳이다. 원안위 제공
    2010, 2012년과 1997년에는 같은 장소에서 외곽방수공사와 벽체균열 보수공사를 하면서 냉각수가 흘러가는 관을 막거나 차수막이 끊어져 방사능 유출로 이어졌다. 터빈갤러리 바닥 고인물에서 감마선이 나온 것과 관련해, 조사단은 냉각수 배수관로와 영구배수시설 구조를 조사하고 있다.
     

    원전 직원들 '피폭'.. 방사능 외부로 유출


    조사단 조차 언제부터 얼마의 냉각수가 누출됐고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 섞여 있는 지 모른다. 다만 원인이 공사로 인한 시설 파손이므로 그 시점부터 방사능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원전 근무직원들은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피폭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사단은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외부유출 가능성도 높다. 월성원전 지형상 지하수의 흐름은 부지에서 바다방향이지만 구조물의 영향을 받는 지하수는 구조물 방향으로 흐른다고 조사단을 밝혔다. 원전 부근 나산천의 하류방향에서 삼중수소를 분석한 결과, 16.9~19.9베크렐/L이 나왔다. 조사단은 "현재로서는 방사능물질의 외부유출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늑장 사고 조사 이유는?


    원전은 일거수 일투족을 법에 따라 철저히 안전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어지는 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1차적으로 3차례의 현장공사를 추진한 한수원이 업무태만과 업무상과실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전설비공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거나 시행상 문제를 알면서 제때 시정하지 못했을 경우 모두 한수원이 직접 당사자다. 한수원에 대한 관리감독책임자인 원자력기술원 역시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2년도 아니고 10년 내외의 세월동안 발생한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면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한수원이 사고원인조사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주변 주민의 불안제기로 늑장조사가 시작된 것도 부족해 한수원은 조사기간 내내 비협조적이었다는 것이 원안위원과 원안위 직원들의 주장이다.

    A원안위원은 10일 CBS인터뷰에서 "원전법에 따라 강제성을 띠고 업무를 처리하지만 실무적으로 한수원이 비협조적인 것으로 안다. 한수원이 많이 혼나야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한수원으로부터 협조 받아야할 부분이 많다. 처음보다는 상당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방사능 유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 외부유출여부, 피폭 피해현황 등을 추가 조사한 뒤 최종 조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책임자 문책 등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