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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것이 기부…아프간 난민 대하는 미국의 자세



미국/중남미

    [르포]이것이 기부…아프간 난민 대하는 미국의 자세

    편집자 주

    아프간 난민 수천 명이 밀려든 미국에서는 아프간 난민 돕기 운동이 한창이다. 이들에 쏟아진 예상 밖의 큰 관심에 미국인들 스스로도 매우 놀라는 눈치다. 그 현장을 돌아봤다.

    기부 규모, 예상보다 10배 많아 '비명'
    기부심부름, 기금모금 이웃들 일어나
    "우리 도운 사람들 도와, 도덕적 의무감"
    한국에 주는 메시지 "상대 움직이려면.."



    창고에서 분류작업을 마친 기부 품목을 트럭에 적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권민철 기자 창고에서 분류작업을 마친 기부 품목을 트럭에 적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권민철 기자 
    25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 서쪽에 위치한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시(市)의 한 창고 앞에 40피트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서 있었다.
     
    창고에서 박스작업을 마친 물품들을 적재하기 위해서다.
     
    12미터 길이의 컨테이너 절반 정도가 벌써 물품으로 가득 찼다.
     
    창고에서는 10여 명이 부지런히 박스에 물건을 담고 있었다.
     
    옷, 가방, 유아용품, 세면도구, 가재도구 등이다.
     
    이 지역 주민들이 지난 23일부터 놓고 간 기부품들이다.
     
    지난주부터 인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아프간 난민들이 사용할 물품들이다.
     
    23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주로 저녁 시간에만 기부품을 받았는데 85평 창고가 순식간에 다 찼다.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한 물품 기부처. 자원봉사자들이 가득 쌓인 기부 물품들을 박스에 담고 있다. 권민철 기자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한 물품 기부처. 자원봉사자들이 가득 쌓인 기부 물품들을 박스에 담고 있다. 권민철 기자 작업 총괄자 달튼 드위넬 씨가 기자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빈곤층, 어린이 등 여러 대상으로 많은 기부행사를 벌였지만 이런 규모로 기부 물건들이 들어온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23일 기부품을 받는 첫날 이들이 기부품을 담을 박스를 산 것은 10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날 물품을 담는 데만 120개가 넘는 박스가 들어갔다.
     
    드위넬 씨는 "국무부에서도 더 이상 기부품을 받지 말라고 해서 물품 수탁은 중단했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현장에는 '기부품은 더 이상 안받습니다. 현금과 위생용품만 놓고 가세요'라는 푯말이 대신 내 붙었다.
     
    기자가 현장에 머문 20분 남짓한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물건을 기부하러 헛걸음한 사람들, 일손이 모자란단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자원봉사들이다.
     
    한국 기자가 취재 왔다는 안내를 듣고 반갑게 한국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워싱턴 공항 인근 엑스포 센터에 도착했다.
     
    아프간 난민 임시 수용소다.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간이 담장 너머로 파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 눈에 띄었다.
    아프간 난민들이 워싱턴 공항 근처의 임시 거처에서 며칠을 보낸 뒤 미군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권민철 기자 아프간 난민들이 워싱턴 공항 근처의 임시 거처에서 며칠을 보낸 뒤 미군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권민철 기자 북버지니아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아프간 난민 관련 정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현장에는 기부품을 이곳까지 가지고 왔다가 뒤돌아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온 사람들이다.
     
    현장 보안팀은 이들에게 "적십자사나 국무부 사이트에서 물건 기부 장소를 확인해 달라"고 말하며 돌려보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오늘 기부품을 받는다고 알려진 두 곳을 갔는데 기부품들이 넘쳐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아프간 난민들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물건 기부자들 말고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폴스처치 주민 제시 캐트씨가 개설한 기부금 사이트에는 26일 오후 현재 4700달러가 모였다.
     
    이 모금 글 말고도 '고펀드미닷컴' 사이트에는 아프간 난민 기부를 촉구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그런가 하면 페어팩스 주민 나타샤 이크발씨는 아프간 주민들이 정착하면 아예 물품을 구입해서 사줄 생각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비엔나시에 거주 중인 제니퍼 라이더씨는 기부 장소까지 가기 힘든 사람들을 대신해 자기 집에서 기증품을 대신 모아 전달하고 있다.
     
    비엔나 주민 마리아 사루시아씨는 "우리에겐 우리를 도왔다가 위험에 처한 이들과 그 가족들을 도와줄 일종의 도덕적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난민을 받은 한국 소식을 접하고는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뭔가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그렇게 하라는 격언을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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