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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어느 역학조사관의 한숨··"제발 숨기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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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인터뷰]경상남도 이원준 역학조사관
    - 코로나 확진자 최다 경신, 역대 최대 위기 상황
    - 국민적 피로도 증가, 백신 접종률 증가로 해이해진 분위기
    - 역학조사 시, 마스크 전원 미착용 등 방역 구멍 10에 한 번 꼴
    - 역학조사 가장 큰 어려움은 조사 비협조 및 거짓 진술
    - 모든 진술이 거짓일 수 있다는 전제로 역학조사 임해
    - 도덕적 비난은 다른 차원 문제, 숨지 말고 나와야
    - 확진자 발생은 불가피··확산만은 막겠다는 마음가짐 필요
    - 역학조사 및 방역 인력 피로 누적··모두의 협조 절실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이윤상 아나운서
    ■ 대담 : 이원준 역학조사관, 김명섭 대변인
     
     
    경상남도 이원준 역학조사관. 경남CBS경상남도 이원준 역학조사관. 경남CBS

    ◇이윤상>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경남은 지금', 오늘은 도내 역학조사관의 이야기 들어봅니다. 경상남도 이원준 역학조사관과 김명섭 대변인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원준·김명섭> 네. 안녕하세요.
     
    ◇이윤상> 가장 바쁜 시기에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
     
    ◆김명섭> 역학조사관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확진자 동선 파악하고 접촉자 파악, 그리고 접촉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등 다양한 형태의 조사를 벌입니다. 그런데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어서 바쁜 와중에라도 도민들에게 이 상황에 대해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어려운 개인 시간 빼서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이윤상> 현재 코로나 확산세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이원준> 한 마디로 역대 최대 위기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경남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게 60명대였는데 지난주 연일 8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며 역대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최근 유흥시설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데요. 국민적 피로도도 증가와 더불어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해이해진 분위기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윤상> 역학조사로 현장 다니시면 해이해진 분위기를 더 많이 느낄 것 같아요.
     
    ◆이원준> 역학조사로 어떤 장소를 조사해보면, CCTV로도 보고 그러는데 대부분은 지침을 잘 지키지만 몇몇 장소에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마스크를 안 쓰고, 방역이 느슨해져 있는 그런 장소들이 한 열에 하나 정도씩 발견이 되더라고요.
     
    지난 14일 밤 어느 헌팅포차 내부를 비춘 CCTV 화면에는 모든 손님들이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대화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빙 중인 직원들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박창주 기자지난 14일 밤 어느 헌팅포차 내부를 비춘 CCTV 화면에는 모든 손님들이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대화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빙 중인 직원들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박창주 기자

    ◇이윤상> 10% 정도?
     
    ◆이원준> 정확히 1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체감하기로 열에 하나씩은 꼭 있어요. 현장에 같이 나간 분과 함께 '지금 CCTV에 보이는 화면이 진짜가 맞냐. 다시 돌려봤지만 진짜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드는 생각은 열 명이 모여있다면 그 중에서 한 명 정도는 '이러면 안 되지 않을까. 그래도 마스크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아무리 백신 접종을 했고 실내고 실외고 간에 그래도 다 쓰는 분위기니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을 텐데 그 말을 꺼내기가 힘든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요. 다 같이 벗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나 하나만이라도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 나부터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우리 모두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윤상> 역학조사 다니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요?
     
    ◆이원준> 아무래도 비협조적인 태도나 거짓된 진술로 조사에 혼선을 주는 문제가 어렵죠.
     
    ◇이윤상> 최근에 NC선수단 역학조사 허위 진술 이슈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이런 사례가 많은 편인가요?
     
    ◆이원준> 다 말하려면 시간을 다 써도 모자랄 것 같고요.
     
    ◇이윤상> 그 정도로 많다?
     
    ◆이원준> 엄청나죠. 저희는 일단 역학조사 인터뷰를 할 때 어떤 부분이 진실이고 거짓말이다 가리는 게 아니고, 일단 모든 진술이 거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최근 이슈되고 있는 그 사례에 대해서도 그냥 그럴 수 있구나,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만큼 흔한 일이니까요. 최대한 카드사용내역이라든가 CCTV 자료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 검증하려고 하는데, 그런 자료가 없을 때 작정하고 숨기면 저희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없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박창주 기자박창주 기자

    ◇이윤상> 지금 김해 유흥주점 발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각한데요. 우연히 생활하다가 확진된 게 아니라 이렇게 유흥주점에 들렀다가 감염이 되면 숨기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이원준> 정말 고민이 많은 부분입니다. 일단 그런 사각지대에 있는 곳에서 접촉이 있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접촉인지 저희가 구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격리를 시키는 것을 가정하고 역학조사에 임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소문이 나잖아요. '그 장소 갔다왔다고 하면 다 격리시키더라.' 이렇게 되면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져요. 검사받으면 격리까지 시키고 그러면 회사나 뭐 가족들이나 다 알게 되기 때문에 검사 조차도 받지 않으려는 거죠. 그래서 역학조사하는 입장에서는 '격리시키지 않을 테니까 검사라도 좀 받아주십시오.' 라는 그런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사실 그렇게라도 조금이라도 검사의 응답률을 높이는 게 구멍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윤상> 결국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서 검사를 하지 않거나 거짓 진술을 하게 되는 건데, 이러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나요?
     
    ◆이원준> 맞습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저에게만큼은 제발 숨기지 말고 나와주셨으면, 진실을 말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가 역학조사를 하다보면 어떤 동선을 숨기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러면 나중에 그 동선이 밝혀졌을 때 실망감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왜 숨겼는지도 이해가 안 되지는 않거든요.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저희가 그런 행동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판사도 아니고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저 감염병 관리법이라는 틀 안에서만 확진자, 접촉자 분들을 대할 뿐인데, 저희와 대화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저희한테 동선을 숨기고 역학조사를 방해했다고 느껴질 때 그때뿐입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저희에게 말씀해주시면 거리두기 안 지켰으니까 이것은 이것대로 과태료 이런 것 없어요. 저희는 그냥 접촉자 밝히고 검사를 권유하고, 격리할 사람 격리하고. 거기까지가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의 전부이기 때문에 저희를 믿고 좀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는 게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상남도 김명섭 대변인과 이원준 역학조사관. 경남CBS경상남도 김명섭 대변인과 이원준 역학조사관. 경남CBS

    ◆김명섭> 이게 명칭이 역학'조사관'이다 보니까 무슨 조사를 받는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 역학조사관 선생님들은 의사선생님들이에요. 의료인들이죠. 그러니까 경찰이나 무슨 수사기관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빨리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 병이, 감염병이 최대한 확산되지 않게 빨리 차단하는데 주력하시는 분들인 거예요. 거짓 진술은 일을 더 커지게 만들 뿐입니다. 지금 확산세가 급증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데, 동선에 노출된 분들은 하루 빨리 선별진료소를 찾아 하루빨리 검사를 받고, 역학조사에는 최대한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윤상> 이제 곧 여름휴가철입니다. 걱정이 크실 것 같은데 끝으로 한 말씀씩 하시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김명섭> 지금 전파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의 광범위한 확산이 우려되는 등 코로나 대응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남도는 휴가를 앞두고 방역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방역 협조입니다. 이 고비를 지날 때까지 최대한 이동과 만남을 자제해주시고, 언제 어디서나 실내든 실외든 지금은 마스크만이 유일하게 나를 지켜주는 가장 큰 방역무기다 라고 생각하시고 마스크를 꼭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워서 실내에선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경우가 많은데 환기도 자주 해주시고, 최대한 거리두기를 유지해주시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이원준> 아울러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동선에 노출되었을 때 역학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제는 확진자가 나오는 게 당연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세 명이 있는데 만약에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이렇게 세 명 안에서만 마무리될 수 있게 하자 라는 그 정도의 마음가짐만 있어도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윤상> 지금 역학조사관이 도내에 얼마나 있죠?
     
    ◆이원준> 3명 정도 있습니다.
     
    ◇이윤상> 지금처럼 확진자가 쏟아지면 조사량이 상당하겠는데요.
     
    ◆김명섭> 지금 전국 시군단위로 하면 한 170여 명 정도의 역학조사관이 계시고 역학조사관을 도와주시는 행정요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한 1,300명 정도가 돼요. 현재 이들의 피로도 많이 누적된 상태입니다. 이제 여름이 와서 굉장히 무더운데 현장에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밖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까지도 지금 확산세 증가로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리 모두의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윤상> 역학조사관이 몇 되지 않아 함부로 아프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응원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지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면서 두 분께서도 좀 더 힘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원준> 네. 감사합니다.
     
    ◆김명섭> 감사합니다.
     
    ◇이윤상> 지금까지 경상남도 이원준 역학조사관, 그리고 김명섭 대변인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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