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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9월 시한은 다가오는데···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중소 거래소 '울상'
    은행 "면책 없으면 사실상 실명계좌 발급 불가"
    당국 "그 정도도 못하면 은행업무 하면 안돼"

    연합뉴스연합뉴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빡세다'. 시한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은행과의 소통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소형 가상화폐(이하 거래소) 거래소 직원의 목소리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는 "(은행으로부터) 신중함을 넘어서 경계심까지 느껴진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맞춰 지정한 가상화폐 거래소(사업자) 신고 기한은 9월 24일. 신고 기한을 90여일 앞둔 상황에서 중소형 거래소의 줄폐업마저 예고되고 있는 상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8일 고심 끝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높은 문턱'만 재확인했다는 것이 중소형 거래소들의 입장이다. 은행은 실명계좌 발급에 리스크가 크다며 면책 요구를 하고 있고, 당국은 이를 계속 거절하며 맞서는 상황 자체에 변화가 없어 거래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은행 고유업무" vs "검증 책임 떠넘겨"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를 내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은행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과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검증 책임을 떠넘겼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은행의 고유업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팽팽히 맞붙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에 참석해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자와 거래하면 은행에 이익이 되지만 당연히 리스크 부문도 분석해야 한다"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면 금융위로부터 벌금을 받고 경우에 따라 미국 금융당국이 (문제를) 살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세탁 방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은행 스스로 판단되면 1000만원 이상 고액 거래에 대해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하면 된다"며 "카지노에서도 자금세탁이 의심되면 FIU에 신고하게 돼 있는데 왜 가상자산만 뭐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러라고 은행에 '최고 리스크 담당 책임자(CRO)'와 준법감시인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자금 세탁 부분에서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업무를 하면 안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에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에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당국의 원칙론 앞에 은행도 속을 끙끙 앓고 있다.

    지난 8일 은행연합회는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자금세탁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는 기준(업무 기준) 마련 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지난 4월 제공했던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 방안'(평가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거래 고객 국가와 업종, 상장 코인의 신용도, 거래소의 평판·재무정보·내부통제 등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의 주요 잣대다.

    거래소의 거래와 고객 특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요 국가와 국제사회 금융 제재를 준수하고자 은행권이 마련한 장치인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등급을 산정한 종합평가가 이뤄진 후 거래 거절, 조건부 거래 승인, 거래 승인 여부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당초 은행연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혼란이 뒤따르고 평가 결과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개 결정했다.

    이 자료가 공개된 뒤 한 4대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기준들은 4대 거래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준비가 덜 될 수밖에 없는 소규모의 거래소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기준일 것이다. 분위기가 양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결국은 당국이 은행의 면책 요구를 받아들이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력도 짧고 업무 내용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을 무엇을 믿고 거래를 하겠나"라면서 "은행연합회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거래소 생존 가능성↓…형평성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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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거래소들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은행, 거래소 간 입장차가 너무나도 첨예하기 때문이다. 끝내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이 폐업할 가능성이 커졌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은 원칙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고, 은행도 부실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게 되면 발생할 피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의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문제는 거래소 폐업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다. 은행으로부터 끝내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이 갑작스레 폐업하면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대형 거래소의 독과점 논란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여론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일부에만 발급을 해 줄 경우 추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홍 교수는 "원칙에 따르면 한 곳도 발급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몇 곳이 인가를 받는다면 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또 불거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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