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모 고등학교 여학생이 하굣길에 아파트 공사장 옆을 지나다 넘어져 얼굴을 크게 다쳤다.(사진=최창민 기자)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공사장 옆길에서 하교하던 여고생이 미끄럼 사고를 당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해당 업체와 지자체가 책임을 미루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양 모 고등학교 3학년 A(19)양은 지난 17일 오후 학교 정문 앞 경사진 하굣길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양은 코가 동전 크기만큼 떨어져 나가는 큰 부상을 당했고 함께 가던 친구들이 119에 신고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해당 병원에서 A양은 정수리에서 동전 크기의 피부를 떼어내 코에 붙여 성형수술을 했고 앞으로도 2~3차례 성형수술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A양이 사고가 난 지점은 바로 옆에서 H건설업체가 대단위 아파트 공사를 벌이고 있었으며 흙과 모레가 인도까지 넘어와 있었다.
고교 등하굣길인 이 길옆에는 애초 나지막한 언덕이 있었지만 업체가 최근 아파트 시공을 위해 성토작업을 벌이면서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맨땅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광양 모 고등학교 등하굣길이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아파트 공사업체가 뒤늦게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최창민 기자)
문제는 해당 업체의 태도다. 사고가 난 이후 업체는 치료비를 보상해주겠다며 A양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왔으나 이내 태도를 바꿔 연락을 끊었다.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부지 경계에 펜스를 쳤기 때문에 펜스 밖에서 일어난 사고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광양시의 대응도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A양의 부모는 사고가 난 다음날 광양시 민원실에 시의 조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민원실은 광영동 주민센터 소관이라며 연락처를 건넸다.
하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광영동 주민센터는 건축과 소관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또 건축과는 A양의 부모와 통화하며 업체의 책임 소재를 언급했을 뿐 일주일이 지나도록 현장에는 아무도 가보지 않았다.
A양의 부친 B씨는 "수능을 보고 대학 진학을 앞둔 딸 아이가 얼굴에 큰 상처를 입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속상한데 지금까지 누구도 찾아와 사과하지 않았다"며 "사고가 난 길은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다시는 우리 딸과 같이 다치는 학생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광양시는 뒤늦게 현장 조사를 벌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넘어온 흙을 발견하고 업체측에 조처를 요구했다.
또 해당 등하굣길에는 지난 2017년 법무부가 광양 법사랑타운을 조성하며 외진 골목길 범죄예방 등을 위해 설치한 CCTV가 있었으나, 관리 부실로 사고 당시에는 작동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도 뒤늦게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피해 부모와 만나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H건설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 일정상 보고가 늦어지면서 조처를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해당 길에 임시로 안전조치를 했으며 피해를 본 학생과 부모를 만나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