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 두 번째 심의에 불참 의사를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위원장 역할을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할 예정이다.
추 장관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징계근거법(검사징계법)에 따르지 않고 징계위에 무리하게 신규 투입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공정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기피 신청이 들어올 경우 절차에 따라 처라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은 징계위 당일인 15일 오전 정 원장 기피 방침을 설명했다. 윤 총장은 그간 정한중 원장이 외부 징계위원으로 신규 위촉돼 추 장관 대신 위원장 직무를 맡게 된 건 검사징계법과 배치되는 '검찰총장 찍어내기용 맞춤 인사'라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징계위 구성과 의결 절차 등을 두루 규정한 검사징계법을 보면 외부 징계위원 3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제5조4항)고 규정돼 있다. 윤 총장 측은 이 규정의 취지에 대해 "징계청구로 징계혐의자가 정해진 후에 위원을 정하게 되면 징계혐의자에 대한 심의, 의결에 있어 공정을 해할 위원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 원장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이뤄진 시점(11월말) 이후 3인의 외부 징계위원 가운데 1명이 사퇴하자 새롭게 위촉돼 추 장관의 위원장 직무를 대리하게 됐으므로 법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는 게 윤 총장 측 주장의 골자다.
윤 총장 측은 정 원장이 법무부의 피감독기관인 법무공단 이사라는 점도 공정한 심의를 의심케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사징계법은 민간(외부)위원을 변호사, 법학교수, 학식과 덕망있는 사람 각 1명으로 정해 특정 분야에 쏠리지 않게 해 공정성을 보장하고자 하고 있어 중복되면 안 된다"며 "정 원장은 학식과 덕망있는 사람 몫의 위원 사퇴로 위촉됐으므로 변호사나 법학교수가 아니어야 하는데, 이런 구성 규정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정 원장은 징계위에 출석하며 "시종일관 공정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징계 혐의에 대한 입증 책임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증거에서 혐의 사실이 소명되는지 그것만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기피 신청에 대해선 "제가 빠진 상태에서 위원들이 의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피 신청은 재적위원 과반수(4명 이상) 출석 상태에서 과반수의 찬성이 있을 경우 받아들여진다.
윤 총장은 또 다른 징계위원인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검사장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관련 KBS 오보 사건에서 오보를 확인해준 인사로 지목된 만큼, 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윤 총장 측은 신 검사장에 대해 "징계혐의 중 채널 A사건의 관계자로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무원징계령에는 사건에 관계있는 사람은 제척사유로 하고 있고 스스로 회피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회피할 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스스로 회피하지 않으면 기피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검사장은 지난 7월 자신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불법 공모 정황을 언급한 KBS의 오보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보도 관련자와 '허위 수사정보 등을 KBS에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후 한 검사장은 이달 초쯤 해당 수사기관 관계자를 신 검사장으로 특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논란의 채널A 사건은 윤 총장 징계위에서 핵심 의제로 다뤄지는 만큼, 사건 관계자인 신 검사장에게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윤 총장의 논리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 1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만약 기피 신청 대상으로 언급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징계위에서 빠지게 된다면 심의 개시를 위한 위원 정족수(4명) 미달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만큼 오전 10시30분부터 정부과천청사에서 속개되는 징계위에선 초반부터 위원 기피 여부와 심의 공정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윤 총장은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징계위에도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징계위 개최 자체가 부당하므로 직접 출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을 대신해서는 이완규 변호사를 비롯해 이석웅, 손경식 변호사 등 특별변호인 3명이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