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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프로듀스' 조작 사과 1년…보상·책임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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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들기]'프로듀스' 조작 사과 1년…보상·책임 어디까지 왔나

    네 번째 시즌 '프로듀스X101' 최종회 직후 조작 의혹 제기
    지난달 18일 항소심 선고서 피해 연습생 12명 실명 공개돼
    CJ ENM, 피해 연습생 책임 보상·K팝 발전기금·방송 공정성 강화 조치 약속
    음악산업 생태계-K팝 지속 성장 위한 펀드 조성
    설치 의무 없는 방송사업자 중 최초로 시청자위원회 마련
    '투표 신뢰성' 보장 위해 외부 참관인 제도 시행
    피해 보상 협의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말 아껴
    시청자 투표 참여 피해 구제 방안 "고민 중"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열린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논란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저희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특히,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등 프로그램을 응원해 주신 팬들과 시청자 여러분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입니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받은 상처와 실망감을 생각하면 그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않을 줄 압니다. 하지만, 지금에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사태를 사과하고 고개 숙였다. 그해 7월 방송한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X101' 최종회 문자 투표 결과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미심쩍게 여긴 시청자들이 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약 5개월 반 만이었다. '프로듀스' 조작 사태는 이미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이 업무방해·사기·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후였다.

    CJ ENM은 △순위 조작으로 피해 본 연습생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 △순위 조작 프로그램으로 엠넷이 얻은 이익과 향후 발생하는 이익 모두 포기한 후 300억원 규모 펀드 조성해 음악 생태계 활성화·K팝 지속 성장 위해 쓸 것 △시청자위원회 설치해 프로그램 제작 과정 투명하게 운영 등 크게 3가지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현재, CJ ENM의 책임과 보상 조처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점검해 봤다.

    ◇ 펀드 조성과 시청자위원회 설치 완료…투표 프로그램엔 외부 참관인 제도 시행

    CJ ENM은 '프로듀스' 시리즈로 얻은 과거 수익은 물론 미래 수익을 내놓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마련된 300억원 규모 기금·펀드를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CJ ENM은 올해 1월 KC벤처스와 'KC 비바체 투자조합'을 결성해 K팝의 지속 성장을 목적으로 한 253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유한 책임 조합원 CJ ENM이 98.81%인 250억원을, 업무 집행 조합원 KC벤처스가 1.19%인 3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며, 펀드 존속 기간은 7년으로 했다. CJ ENM은 "역량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지만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나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콘텐츠 창작자·제작사 등에 대한 투자를 다방면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기금은 추가 출연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이로부터 두 달 후인 지난 3월에는 신용보증기금(신보)·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음악산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업무계약'을 체결했다. CJ ENM이 밝힌 협약의 핵심은 "CJ ENM의 특별출연 기금 50억원에 대한 신보의 협약보증으로 최대 250억원의 자금이 콘진원이 추천하는 우수 콘텐츠 기업들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지원 대상은 음악 사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고, 콘텐츠 기획·제작·사업화에 따른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기업당 최대 10억원까지 가능케 한다는 것이 CJ ENM 설명이다.

    허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에서도 말했듯 CJ ENM은 펀드 운용을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기겠다고 공표했다. 현재 해당 펀드가 실효성 있게 운용되는지 묻자, CJ ENM 측은 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최초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용되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할 경우 KC벤처스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음악 산업과 콘텐츠 산업'에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고, 용처를 모르게 운용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2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임형찬 CJ ENM 전략지원실 부사장과 CJ ENM 엠넷사업부 부장이 투표 외부 참관인 제도에 관해 답변한 내용 (사진=방심위 회의록 캡처)

     

    지난 7월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회의에서도 KC벤처스와 KC비바체 투자조합이 CJ ENM과 어떤 관계인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임형찬 CJ ENM 전략지원실 부사장은 "구체적으로 선정하는 데 관여를 안 했고 좀 파악을 안 했습니다만, 그런 부분을 다시 파악해서 별도 보고를…"이라고 답했다.

    당시 '만약 CJ와 연결돼서 CJ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제작사가 이익을 얻게 되는 그런 불합리함은 없나?' '주머니를 바꿔서 넣어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이 계속되자 임 부사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저희가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방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시청자위원회는 올해 4월 마련됐다. 방송법 제87조(시청자위원회)는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지상파·종편)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보도전문채널) △상품 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홈쇼핑 채널)는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청자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CJ ENM은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여서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프로듀스' 조작 사태 이후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라며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이렇게 마련된 시청자위원회는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조상수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박혜숙 학부모정보감시단 공동대표, 임정화 EBS 작가 등 학계·법조계·콘텐츠 업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됐으며 격월로 1회 정기회의를 연다.

    시청자 권익 보호와 방송의 질적 향상 기여를 위해 설치된 기구인 만큼 위원들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프로그램 심의·기타 개선 내용 △기타 시청자 권익 보호와 관련한 사항을 두고 의견 제시와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지난 4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6월, 8월, 10월 회의를 열었고 CJ ENM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위원회' 란을 통해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허 대표이사는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재발방지책 질문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을 아예 안 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을 텐데 현재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뿐 아니라 '아이돌학교'까지 줄줄이 조작 의혹으로 수사 중인 만큼, CJ ENM은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CJ ENM 산하 음악 채널 엠넷은 2016년부터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네 시즌을 방송했다. (사진=엠넷 제공)

     

    CJ ENM에 따르면, '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시청자 투표가 적용되는 모든 프로그램에 '외부인 참관 제도'를 운영 중이다.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이 녹화·생방송 현장에서 집계된 데이터가 방송에 정확히 반영되는지 투표 과정을 검수하는 것으로 '쇼미더머니 8' '퀸덤' '굿걸' '내안의 발라드' '로드 투 킹덤' '보이스 코리아 2020'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아이랜드'에 적용했고 지난달 시작한 '캡틴'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CJ ENM 측은 투표 원본 데이터 보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으로 자리잡아 놓은 상태고, 정말 다양한 부서에서 검수와 보관 과정에 관여 중"이라며 "다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도 가장 강력한 형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때 CJ ENM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자진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허 대표이사도 "원 순위는 우리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남은 자료도 불완전해 내부 조사에 한계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 피해자 보상은 아직 진행 중, 구체적인 내용은 말 아껴

    그러나 가장 핵심인 '피해자 보상·책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CJ ENM이 피해자 보상과 책임을 공표한 때가 지난해 말이고, '프로듀스' 시리즈로 탄생한 아이즈원과 엑스원 활동 여부(아이즈원 활동 재개, 엑스원 해체)를 올해 1월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도가 지체됐다.

    지난달 18일 열린 '프로듀스' 조작 사태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프로듀스 101' 김수현·서혜린, '프로듀스 101' 시즌2 성현우·강동호, '프로듀스48' 이가은·한초원, '프로듀스X101' 앙자르디 디모데·김국헌·이진우·구정모·이진혁·금동현 등 투표수 조작으로 피해를 본 연습생 12명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피해자 보상 여부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J ENM은 공식입장을 내어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 연습생분들에 대해 피해 보상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일부는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라며 "금번 재판을 통해 공개된 모든 피해 연습생분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 보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알렸다.

    CJ ENM은 이전에도 피해자를 자체 파악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세부 사항을 밝히는 데는 주저했다. 임 부사장은 방심위 회의 출석 당시 "현재 개별 협상 중"이라며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파악이 된 상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몇 명인지 또 누구인지 그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릴 경우에는 그들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돼 밝혀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프로듀스' 시리즈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사진=엠넷 제공)

     

    '어떤 기준과 근거로 피해자를 자체 파악했는지' '재판부가 공개한 피해자와 오차가 발생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자 CJ ENM 측은 "저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일부는 파악을 못 한 경우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오차가 발생했다"라고 해명했다.

    허 대표이사는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라고 했으나, 피해자 보상 방안 내용을 두고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CJ ENM 측은 "쌍방이 합의해야 하는 문제인데, 물의를 빚은 저희가 관련 내용이나 보상 진척도를 말할 수 없다. 엄연히 피해 당사자가 있는 상황에서 진행 과정을 저희가 공개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슈"라며 "보상의 속도가 좀 났으면 좋았을 텐데 최대한 빨리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프로듀스' 시리즈 유료 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들을 위한 피해 구제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CJ ENM은 '프로듀스' 시리즈 유료 문자 투표 수익 2억 5천만원을 유네스코에 기부했다고 밝혔으나, 방심위는 "당연히 투표 참여자들에게 되돌려줘야 마땅할 돈을 왜 CJ ENM이 유네스코에 기증하고 사회 환원이라고 명분을 쌓는 건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신정수 CJ ENM 엠넷사업부 부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서 투표가 시행되고 나서 바로 그 정보를 다 폐기하게 돼 있다. 그래서 저희들이 정보를 달라고 했지만 그 정보를 받지는 못했다"라며 "100원에 대한 문자 투표 비용을 보상하는 게 맞는다고 저희 회사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임 부사장도 과거 내역 증빙 사실 확인이 어렵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 때문에 개별 연락이 어려웠다며 "환불 혹은 보상을 위해 지금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CJ ENM 측은 "(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알 방법이 없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프로듀스' 시리즈를 시청하며 응원해 주셨던 분들이 공감할 만한 다른 방식의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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