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2021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2016년 1월 27일,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인 이수만 당시 SM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엠타운: 뉴 컬처 테크놀로지 2016'(SMTOWN: New Culture Technology, 2016)라는 프레젠테이션 쇼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NCT'(Neo 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약 20년 동안 SM이 발전시켜 온 문화 기술(CT, Culture Technology)을 융합하고 확장해 진일보한 버전이 바로 'NCT'이고, 같은 이름의 신인 그룹이 곧 데뷔한다고 예고했다.
NCT는 10년 전의 SM이 내놓은 '미래'이자, 개방성과 확장성을 양 축으로 삼아 전 세계 도시 기반으로 활동할 여러 팀을 아우르는 시스템이자 브랜드이기도 했다. 이 총괄은 상반기에 서울과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할 첫 팀이 데뷔하고, 하반기에는 중화권 활동에 주력할 팀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각각 공개될 것이며, 이후 라틴 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에서도 팀을 꾸린다는 구상을 전했다.
멤버 영입이 자유롭고, 멤버 수에도 제한이 없는 K팝 신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그룹. "저 역시 끝을 알 수 없는 수많은 팀이 NCT라는 브랜드로 나오게 될 것"이라는 이 총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NCT는 이 총괄의 오랜 꿈이자 숙원사업이었던 '로테이션'(교대·순환)이 적용돼, 일정 기간 '실행'까지 이른 첫 결과였다.
2016년 4월 '일곱 번째 감각'(The 7th Sense)이라는 곡을 부른 엔시티 유(NCT U)가 가장 먼저 데뷔했다. NCT U는 멤버 수와 구성이 자유로운 NCT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개념인데, 예를 들어 '일곱 번째 감각'은 5인, '위드아웃 유'(WITHOUT YOU)는 3인, '텐데…'(Timeless)는 3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해 7월 서울팀 엔시티 127(NCT 127), 8월 청소년 연합팀 엔시티 드림(NCT DREAM)이, 2019년 1월 중화권 현지화팀 웨이션브이(WayV)가 차례로 데뷔했다. 2023년 '무한 확장 종료'를 발표했고, 이듬해 2월 엔시티 위시(NCT WISH)가 NCT의 마지막 팀으로 데뷔했다. 현재 NCT는 쟈니·태용·유타·도영·재현·정우·마크·해찬·런쥔·제노·재민·천러·지성·쿤·텐·윈윈·샤오쥔·헨드리·양양·시온·리쿠·유우시·재희·료·사쿠야까지 25명이다.
2016년 1월 27일 프레젠테이션 쇼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NCT라는 개념을 발표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사진은 2024년 모습. 박종민 기자전문가들도 NCT가 하나의 '시스템'이면서 '브랜드'라는 점에 주목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NCT의 가장 큰 특징은 '그룹'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점"이라며 "고정된 멤버십 대신 유동적으로 무한 확장 및 개방 가능한 개념을 표방했고, 유닛별로 타깃(표적) 시장과 음악적 색깔을 달리 설계했다는 점에서 SM이 이제까지의 노하우를 집약해 선보인 야심 찬 시도이기도 했다"라고 평했다.
이어 "각 유닛이 독립적인 브랜드로 기능하면서도 'NCT'라는 개념으로 묶이는, 이전에 없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진입 경로를 만들어내며 팬덤 확장에 용이한 위치를 차지한 점이 NCT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최승인 음악평론가는 "NCT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를 가진 팀이라기보다, 여러 팀과 조합을 묶어놓은 구조 자체가 콘셉트인 그룹에 가깝다. 보통 아이돌은 멤버 구성이 고정된 상태에서 색을 만들어가는데, NCT는 오히려 유닛과 조합을 계속 바꾸면서 색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이 팀은 여러 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는 틀, 혹은 그릇처럼 작동한다. 많은 이들이 NCT를 '플랫폼'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이 방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H.O.T.부터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엑소(EXO)로 이어지는 SM 기획의 흐름이 축적된 결과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 SM 그룹에서 멤버 교체나 유닛 실험, 지역 기반 확장 같은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NCT는 그것을 한 번에 밀어붙여 보다 본격적이고 입체적인 형태로 구현해 냈다. 결국 NCT의 강점은 복잡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복잡함을 통해 다양한 음악과 서사, 유닛 색채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는 "NCT의 핵심은 '확장 가능한 아이돌 아키텍처'라는 점이다. 멤버 수와 유닛 구성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건, 결국 SM이 아이돌 그룹을 프로덕트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설계하려 했다는 뜻이다. 지역별 유닛(127=서울, 웨이션브이=중화권, 위시=일본)으로 현지화를 구조 안에 내장했고, NCT U처럼 곡 단위로 멤버를 재조합하는 방식은 음악적 실험의 여지를 넓힌다"라고 분석했다.
2016년 4월 9일 '일곱 번째 감각'으로 데뷔한 NCT U 멤버들. 왼쪽부터 텐, 재현, 마크, 도영, 태용. SM엔터테인먼트 제공박희아 음악평론가는 "언뜻 복잡한 구조를 가진 팀처럼 보이고, K팝 산업 안에서 시스템적으로 보기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특정 멤버가 겹치는 그룹이 있을 뿐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이고, 그 구조를 만든 이유는 U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U는 스물다섯 멤버가 단일팀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NCT를 두고 "이수만 전 SM 프로듀서가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아이돌 모델"이라는 점을 우선 언급한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각 타깃 국가, 팬층에 맞춰 유연하게 조립하고 순환하는 구조의 보이그룹으로 무한 개방성, 무한 확장성이라는 도전적인 시도를 선보인 그룹"이라고 말했다.
장준환 음악평론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 '무한 확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K팝 그룹의 전형적 문법을 깬 아웃라이어 팀"이라며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다인원 기반의 여러 조합과 유닛을 공존시키며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전략을 추구했고, 그 결과 너른 사운드 스펙트럼 아래 마이크로 팬덤을 한데 결집하며 전례 없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라고 바라봤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학교 한국캠퍼스 국제학과 교수는 "NCT는 처음에 개방성과 확장성을 그룹의 기본 운영 기조로 했다. 멤버 수에 제한이 없으며 멤버의 들어오고 나감이 자유롭다는 '유동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더불어 유닛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음악이나 콘셉트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이 내세운 차별점이었다"라고 말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NCT라는 이름 아래 이합집산하며 다양한 콘셉트와 음악을 유연하게 펼칠 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라며 "한 팀의 멤버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게 비교적 한정적이지만, NCT의 일원으로는 필요에 따라 다채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12월에는 온라인으로 첫 NCT 단체 콘서트를 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마노 음악평론가는 "NCT라는 브랜드가 K팝 신에서 가장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NCT U'로 자유롭게 조합하는 다양한 유닛"이라며 "'따로 또 같이'가 자연스러운 형태로 구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NCT U로 낸 명곡만 해도 '일곱 번째 감각'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미스핏'(Misfit) '나인티스 러브'(90's Love) '배기진스'(Baggy Jeans) 등 여럿이다. 25명이라는 다인원이니 가능성이 무한대라고 하겠다"라고 말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SM은 항상 새 팀을 론칭할 때 '이 팀은 뭔가 다르구나!' 하고 알 수 있는 파격적 시도를 해서 이것으로 브랜딩하고 팀의 아우라를 만들어왔다"라며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의 다인원 시도, 샤이니의 '컨템퍼러리' 음악, 엑소 K와 M 원 팀과 초능력자 세계관을 예로 들어 "NCT의 '무한 확장' 시도도 그 일환"이라고 짚었다.
이어 "상황에 따라 모듈처럼 멤버를 섞어 유닛을 만들었다. 지역 기반 (127·웨이션브이·위시)의 조건이 있고, 드림처럼 나이대로 모은 팀도 있다. 음악 장르나 사운드에 맞춘 최적화 멤버 선발도 (NCT U) NCT를 보는 재미 중 하나였다. NCT 최초의 데뷔가 NCT U(태용·도영·텐·재현·마크) 5인이었다는 점은 SM의 이런 음악적, A&R적 야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라고 부연했다.
새로운 멤버가 계속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은 NCT 기획의 핵심이었다. 랜디 서 평론가는 "최초에는 계속 새 물을 부을 예정이었던 같다. '무한 확장'은 곧 SM이라는 성공적인 K팝 회사에 끊임없이 인재가 들어온다는 걸 보여줄 수 있고, 스포츠팀 프랜차이즈처럼 브랜드는 영속하며 그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젊은 피로 계속 수혈되는 시스템으로"라고 말했다.
NCT는 데뷔 7년 만인 2023년 처음으로 단체 콘서트 '엔시티 네이션 : 투 더 월드'를 한국과 일본에서 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앞서 비슷한 시도를 한 팀으로는 1990년대 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모닝구 무스메(モーニング娘。)를 제시했다. 랜디 서 평론가는 "해마다 기수별로 새 멤버를 뽑는 방송 오디션을 통해 계속 화제를 집중시켰고, 자연스러운 가입과 졸업을 통해 음악업계 제작자들이 바랄 만한 '유연한' 팀, 모닝구 무스메라는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데뷔 후 7~8년 정도는 정상급이었고, 점점 임팩트는 줄었으나 확실한 롱테일로 지속되는 IP(지식재산권, 엔터업계에서는 보통 소속 아티스트를 의미)가 된 것"이라며 "NCT는 아직까지 크게 임팩트가 줄어들지는 않았고, 위시처럼 새로운 유닛이 생명력을 늘려가고 있기도 해서 회사가 의지를 갖고 유지하고자 한다면 롱런의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초기 기획 단계에서 나온 그림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점에서 NCT라는 팀이자 시스템의 특장점이 잘 살아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특정 그룹'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시스템의 브랜딩을 시도한 측면에서는 흥미로운 시도"라면서도 "NCT의 시작을 알리며 초창기 언급했던 '국가별 NCT' 전략이 성공했다면 더 이야깃거리가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차별점이자 장점으로 꼽히는 NCT U의 운용 방식 관련한 아쉬움도 나왔다. 랜디 서 평론가는 "NCT 체제에서 항상 불안하게 느낀 점은 A&R 중심주의의 양면성이다. K팝 애호가로서 SM이 자랑하는 훌륭한 A&R이 노래 장르나 사운드에 맞춰 NCT 인재 풀에서 적절한 멤버를 선발해 유닛을 내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 멤버 선정이 음악이나 무대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 느낄 때면 '이게 최선인가' 싶고 U 제도 자체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