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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을 앞둔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유예기간이 주어졌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그동안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본격 시행된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은 이미 올해 1월 시작됐지만,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1년의 유예기간을 설정해 주52시간제 위반을 단속하지 않았고, 만약 노동자가 직접 진정이나 고소, 고발하더라도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는 등 사업주의 편의를 봐줬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 중 39%는 아직 주 52시간제 도입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주52시간 초과 근무 업체 218곳 중에서는 83.9%가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계는 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 주52시간제 전환 준비까지 마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유예기간을 1년 이상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성기동 홍보실장은 "정부와 주52시간제 정착을 위해 민간협의체까지 구성해 준비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며 "이번 해로 유예기간이 마치면 중소기업들은 대비가 안되기 때문에 유예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00인 미만 기업에게 주어진 유예기간은 올해 1년만이 아니라, 무려 2년 6개월에 달하는데도 유예기간 연장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박도 나온다.
애초 주52시간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때가 2018년 7월로, 당시에도 정부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며 300인 미만 사업장에게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이러한 정부 계획에 더해 올 한 해 1년까지 총 2년 반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 아직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더 미룰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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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의 건강, 안전,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코로나19를 빌미로 노동시간 단축을 더 유예하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도 유예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보다는 기존에 발표했던 보완책에 관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사실상의 무제한 연장노동이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로 경영상 사유를 확대하는 등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제시한 바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유예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 정부 입장은 아직 변화가 없다"며 "다만 국회 법안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수준이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여부를 놓고 여야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관련 법 개정에 실패했고, 이번 국회 역시 뚜렷하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여서 연내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 등 국회에서 논의되는 주요 보완책이 하나같이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방안일 뿐, 정작 애초 주52시간제를 도입한 취지인 고용 확대와 노동의 질 향상에 관한 계획은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변인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설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만, 뚜렷한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주52시간제를 무력화시키는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아니라 더 많은 고용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