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통일교가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통일교 관계자 4명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통일교 자금으로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이 사건 발생 시점 기준으로 1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전날(29일)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여야 정치인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보낸 뒤 통일교 법인으로부터 돈을 보전받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송치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7년)가 임박한 사건을 우선 처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빠른 (사건의) 공소시효는 내년 1월 초순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 자체가 수사상 중요한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 대상에 포함된 통일교의 후원 행위는 2019년 1월 무렵 당시 현역 국회의원 11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선관위 회계자료와 통일교 회계자료,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이 11명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각 의원실 회계책임자 등 보좌진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후원금 액수는 1인당 100만~300만원 수준이며, 2019년 기준 여야 정치인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찰청 브리핑에서 "수사팀은 지난 15일 통일교 천정궁 등 10개소를 압수수색했고,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통일교 관련 단체 자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이 기부된 정황을 확인해 즉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 11명은 이번 송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입건된 정치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압수물 추가 분석을 통해 후원금 관련 수사 대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지난 10일 이첩받은 정치인 금품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제기된 의혹 모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재수 의원 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혐의 적용이나 공소시효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규명이 먼저"라는 이유로 답변을 아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송치된 4명을 포함해 피의자와 참고인 등 총 30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