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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독립유공자 후손 "원희룡 지사 발언 거북하고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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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독립유공자 후손 "원희룡 지사 발언 거북하고 역겨웠다"

    75년 만에 독립유공자 포상 故 강봉근 선생 후손들 행사장 떠나
    강 선생 외손자 "행사 망쳤다" 성토
    제주도청 요청으로 4.3상징 '동백꽃 배지' 기관장 미착용도 논란

    지난 15일 오전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의 돌발발언에 故 강봉근 선생의 후손들이 강력 항의하며 현장을 떠났다.(사진=제주의소리 제공)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75년 만에 할아버지의 독립유공자 정부 포상을 받은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며 행사장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독립유공 정부 포상을 받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던 독립유공자 외손자는 "행사를 망쳤다"며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듣기에 역겨웠다"고 말했다.

    더욱이 제주지역 기관장들이 광복절 행사장에 참석하면서 제주도청의 요청으로 제주4.3을 기념하는 동백꽃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논란이 이는 등 제75주년 광복절 제주지역 경축식이 고성과 항의, 이념 갈등으로 얼굴 졌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이날 경축식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참석자를 독립유공자와 유족, 광복회원 등 90여명만 참석했다.

    문제는 김귤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이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한 이후 답사를 위해 원희룡 지사가 단성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원 지사는 미리 준비한 광복절 축사 대신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우선 문제 삼았다.

    원 지사는 "경축 말씀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대독하게끔 한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회장 기념사에 유감을 표명하는 원희룡 제주지사(사진=제주도제공)

     


    원 지사는 "태어나 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다"라며 "75주년을 맞은 광복절 이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 받아야 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역사 앞에서 인간은 한계가 있고,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 때문에 공(功)과 과(過)를 함께 봐야 한다"며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신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 하겠다"는 밝혔다.

    이 같은 원 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던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유족 등의 강한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이날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故 강봉근 선생 유족이 원 지사의 발언을 강력하게 문제 삼고, 행사장을 떠나기도 했다.

    원 지사의 발언을 들은 故 강봉근 선생의 외손자 고모 씨는 "듣기에 거북하고 역겨웠다"며 "광복회 분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있는데 광복회 행사를 지원한다 안한다 말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날 할아버지의 정부포상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강 선생의 후손은 6명.

    고씨는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 친일파도 잘한다고 해야 하나,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일본에 항거한 할아버지 후손으로 갔는데 그런 말을 들어서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 행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故 강봉근 선생은 제주 출신으로 1930년 당시 전남 여수공립수산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을 지지하는 동맹휴교를 계획하는 등 해방운동에 앞장서며 독립유공자로 선정돼 이날 정부 포상을 받았다.

    결국 주요 기관장이 함께하는 '만세삼창' 역시 제주도의회 의장과 제주도교육감만 단상에 선 채 진행됐다.

    이와 함께 광복절 경축식 참석에 앞서 제주도의 요청으로 기관장들이 공식 비공식은 물론 코로나19 대응과 태풍 비상 상황에서 민방위복에서도 떼지 않았던 '제주4.3 동백꽃 배지'를 착용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제주도청 총무과는 이날 오전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의회 의전담당에게 "추모를 상징하는 4.3 동백꽃 배지가 경축분위기와 다소 어울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행사장에서 4.3배지를 달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도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등 광복절 경축식 단상에 오른 주요 기관장 중 4.3동백꽃 배지를 착용한 이는 없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8.15 광복절 경축식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로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16일 논평을 내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돌발발언에 대해 "원 지사의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광복절 경축식마저도 자신의 이슈몰이를 위해 이용하는 원지사의 '안하무인'적인 태도에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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