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둘러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결정에 대해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하며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여당 주도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자문단 소집 결정 과정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신속히 조사를 끝내면 제가 책임지고 지휘 감독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의 결정을 최측근이자 이번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 감싸기 행보'로 보고,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을 발동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 추미애 "尹, 자문단 소집 요건 맞지 않아"…'직권남용' 언급도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대검 부장검사들로 구성된 지휘협의체에서 논의토록 했다가 스스로 자문단을 소집키로 한 건 결국 수사를 가로막는 제 식구 감싸기 행보라는 취지의 비판을 이어갔다. 또한 자문단 선정 과정에서 윤 총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 간 이견이 있었고, 부장회의에서도 뾰족한 결론이 나지 않아 절차에 따라 자문단을 소집키로 한 것이며, 자문단 선정 과정에 총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총장이 국민께 약속드린 것을 결국 스스로 허물어 버린 그런 실책이 됐다"며 "(자문단 소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번 자문단 소집은) 요건에 맞지 않다"며 소집 결정이 사실상 피의자인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진정을 받아들인 모양새라는 취지의 지적을 내놨다. 그는 "상상인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전문수사자문단을 요구했는데, 피의자는 요구권이 없다고 배척된 바 있다"며 "(이번 건은) 총장 직권으로 소집을 결정했다지만, 합리적 기준도 없이 선택적으로 어떤 경우는 받아들이고 어떤 경우는 안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아무리 직권이라 해도 남용이 되는 것"이라고 윤 총장을 직격했다.
그는 "정정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어떤 법적 기술을 부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대검 부장회의가 아무 결론 없이 산회됐고, 다시 소집하기로 했는데 자문단을 중복 소집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사를 좌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내부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안건과 관련해서도 당초 수사팀이 대검에 보고한 이 전 기자 구속영장 청구 건 외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공소제기 건도 추가됐다는 설명을 내놓으며 그 배경에 대해 "제대로 짚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 與 '최순실 국정농단' 비유에 秋 "아들 건들지 말라"…檢 성토장
여권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의 행보를 '최순실 국정농단'에 비유하는 등의 고수위 발언들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부장회의에 맡겼던 사안을 총장이 스스로 결정했다는 취지의 발언 도중 "공무원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대법원장이 측근 판사에게 일 시켜서 문제가 된 것 아니냐. 이게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전두환이 하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와 다른 게 뭐냐"고도 했다.
'윤석열 사퇴론'도 재차 등장했다.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자문단 소집을 둘러싼 중앙지검과 대검의 갈등 구도를 놓고 "법무부 장관은 굳이 집안으로 하면 어른 같은 분인데, 지금 형제지간에 싸움이 일어났다"며 "두 아들에게 국민의 명령으로 계속 그렇게 싸우려면 둘 다 사표 내고 나가라고 하면 무리냐"고 했다.
이에 추 장관은 "책임 소재를 가려야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자문단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공정성 해치는 구성이라면 아마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이 이날 보도된 것과 관련해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또 한 번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검찰개혁에 반격하는 것 아닌가'라는 민주당 신동근 의원에 대한 답변이었다.
추 장관은 "낱낱이 얘기하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해서 더 얘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제 아이는 군 복무를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히 복무한 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아이가 굉장히 화가 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