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대남 군사행동계획의 보류를 지시한 데 이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담화를 냈다.
"대남 군사행동의 보류가 아니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국회 법사위 발언을 문제로 삼았다.
북한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저녁 발표한 담화에서 정경두 장관의 국회 발언을 겨냥해 "남조선 '국방부'의 때 없는 실언 탓에 남북관계에서 더 큰 위기상황이 오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기회를 틈타 체면을 세우는데 급급하며 불필요한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을 한데 대하여 대단히 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에 대해 '도가 넘는 실언', '매우 경박한 처사'라는 비판을 이어가면서, "자중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남 군사행동계획의 보류에 따라 "추진 중에 있던 일련의 대남 행동들도 중지시키는 조치가 취해졌다"며, 확성기 설치와 삐라 살포 등 대남 조치가 중단됐음을 사실상 확인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재 시점을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남북 관계 전망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북한이 대남군사행동계획의 완전 철회를 촉구한 정경두 장관의 발언에 선을 그으면서 남북 관계의 진전에 여지를 두며 우리 정부의 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대남강경노선을 주도하더니,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 나서 군사행동의 보류를 지시하고, 이어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자중'을 요구하며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셈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남군사행동 계획이 어디까지나 '보류'이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남북대화의 가능성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는 일방의 자제와 선의적인 행동의 결과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초한 쌍방의 노력과 인내에 의해서만 비로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철의 담화는 최전방 확성기 철거, 대내외 매체의 대남 비난기사 삭제 등과 마찬가지로 대남군사계획 보류결정의 후속조치로 평가된다. 극도의 긴장 국면에 놓인 남북관계는 이런 조치로 분명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김영철 담화는 우리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에서 반전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김여정 제1부부장의 도를 넘는 막말에다가, 4.27 판문점 선언을 상징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로 국내 대북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강경 드라이브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인 행보로 상황을 정리한 가운데, 김영철 부위원장이 정경두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며 일종의 반전 가능성 메시지를 시사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