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엠앤씨에프, ㈜영화사 진, ㈜인디스토리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길 위의 삶 '길고양이'. 고양이들의 이름 앞에 '길'이라는 단어를 붙여낸 건 인간이다. 세상에는 분명 고양이들을 위한 터전이 존재하지만, 왠지 모르게 인간들은 그들의 공간을 빼앗고 그들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는 고양이들은 길 위에서 내쫓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해야 할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고양이 집사'(감독 이희섭)는 마성의 눈빛으로 길거리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일컫는 명칭)들을 홀린 고양이들과 그런 고양이들에게 몸도 마음도 다 털린 집사들의 직진 로맨스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제작진의 두 번째 이야기로 춘천, 성남, 파주, 부산을 누비며 각자의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과 그런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의 삶을 담아냈다.
영화는 길을 가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쳤을 존재 '길고양이'와 그들을 돌보고, 그들과 공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간다.
이름 빼고 밥도 사랑도 다 주는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 매일같이 고양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중국집 사장님, '마법 상자' 같은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주는 주민센터 사람들, 남겨질 고양이들을 걱정하며 밥을 주는 생선가게 할머니, 급식소를 제작하는 청사포 마을 청년 사업가까지 고양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이들을 따라 카메라는 길고양이의 삶을 뒤쫓는다.
누군가는 잠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여행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통장을 탈탈 털어 고양이들의 밥을 사고, 아픈 고양이들의 치료비를 댄다. 힘들 법도 하지만, 고양이가 자신이 마련한 사료를 맛있게 먹고 "냐옹~"거리며 몸을 비비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걸 보면 행복하다. 고양이 집사들은 그저 고양이들이 지금처럼만 배곯지 않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사진=㈜엠앤씨에프, ㈜영화사 진, ㈜인디스토리 제공)
영화가 따라간 길고양이의 삶과 길고양이를 챙겨주려 하는 집사들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차디찬 길바닥에 몸을 누이고, 가끔 자신들에게 호의를 보이는 인간들이 주는 밥을 먹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것조차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보기 싫고, 재수 없는 존재라고 고양이들을 괴롭히고 때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눈을 피해 길 위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사료를 버리는 사람도 있고, 집사들에게 험한 말을 내뱉는 사람도 많다. 길 위에서 산다고, 길 위에 사는 생명에게 밥을 준다고 욕먹는 건 그저 일상이다.
길고양이가 처음부터 길고양이였던 건 아니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키워보고 싶다며 입양한 고양이들이 길에 버려지며 생겨났다. 사람에게 버려져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그들을 사람들이 다시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터전을 지키겠다며 고양이들을 내쫓는다. 고양이들의 삶을 척박하게 만든 이들이 그마저도 빼앗으려 한다.
길고양이 집사들이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공존'이다. 어쩌면 원래부터 길 위에 존재했을 작은 생명체, 그들의 터전을 빼앗고 길 위의 삶으로 만든 인간들이 그렇게나마 미안함을 전하고 공존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고양이 집사'는 '우리'라는 울타리에 인간만이 아닌 고양이들도 함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길고양이들의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고양이들을 배척하려 하지 않는 마음, 인간과 고양이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다.
영화가 전하는 따뜻한 모습과 메시지는 배우 임수정의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더욱 와닿는다. 임수정의 목소리에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향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5월 14일 개봉, 97분 상영, 전체 관람가.
(사진=㈜엠앤씨에프, ㈜영화사 진, ㈜인디스토리 제공)